3스타 장군 한기성 “빈총이란 표현,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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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지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참모들과 논의하고 예하부대 의견 수렴”
한기성 전 육군 제1군단장(중장)이 최전방 GP·GOP 경계작전에서 실탄을 미리 삽탄하지 않도록 한 이른바 ‘빈총경계’ 논란과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대비태세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 전 군단장은 8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우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송구하다고 밝혔지만, 자신이 내린 지침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논란의 핵심은 K6·K4 등 최전방 공용화기를 경계근무에 투입할 때 실탄을 즉시 발사할 수 있는 상태로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전 군단장은 이를 ‘빈총’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설명한 방식은 탄통 자체를 화기에서 분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탄이 들어 있는 탄통은 K6·K4에 결합해 둔 상태에서 첫 번째 실탄만 송탄부에 걸리지 않도록 내려놓고 경계근무를 서는 방식이었다.
실제 사격이 필요하면 추가 절차를 거쳐야 했다. 중기관총의 덮개를 열고 첫 탄을 체결한 뒤 덮개를 다시 닫고 장전손잡이를 앞뒤로 움직여야 사격할 수 있는 상태였다.
한 전 군단장은 최전방 경계작전에서 삽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GP 병력 감소와 원격운용체계 도입으로 K6·K4 등 공용화기의 안전점검에 필요한 작업이 늘어난 점을 지침 변경의 이유로 들었다.
그는 무인 원격운용체계가 도입되면서 화기 수가 늘었고, 장비 안전검사에 투입해야 하는 인력과 시간이 커졌다고 말했다. 병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안전점검에 필요한 작업까지 늘어난 만큼 송탄부에 있던 실탄 한 발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작전 여건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한 전 군단장은 이런 방식으로도 경고사격이나 실제 사격 상황에서 대응에 제한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송탄된 실탄 한 발을 내려놓는 것이 최전방 부대의 대비태세를 떨어뜨리는 조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판단을 둘러싸고 지휘체계와 작전 원칙에 대한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한 전 군단장은 해당 지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참모들과 논의하고 예하부대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급부대인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에는 이 같은 지침 변경을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최전방 경계작전에서 화기를 삽탄 상태로 유지하는 군의 원칙을 언급하며 지침 변경이 비상 상황에서 장병들의 대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군단장은 이에 대해 총기 탄통 관리 차원의 조치였으며 대비태세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논란은 단순히 실탄 한 발을 어느 시점에 장전하느냐의 문제를 넘어섰다. 적이 GP나 GOP에 접근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사격할 수 있는지가 최전방 경계작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탄이 이미 송탄부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면 경계병은 사격 절차를 즉시 이어갈 수 있다. 반면 실탄을 내려놓은 상태에서는 사격을 위해 다시 탄을 체결하고 덮개를 닫은 뒤 장전손잡이를 작동하는 절차가 추가된다.
이 때문에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의원들은 해당 조치가 실제 긴급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추가로 필요로 하는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K6 중기관총의 발사 속도를 언급하면서 실탄을 다시 삽탄하는 데 시간이 추가로 걸리는 것 자체가 최전방 장병들의 생명을 위험에 노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군단장의 판단에 대해 반성을 요구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적이 GP에 접근하는 상황에서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즉각 응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탄이 삽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수준의 즉각 대응이 가능한지를 따져 물었다.
한 전 군단장은 의원들의 지적에도 자신의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공용화기에 탄통이 결합돼 있고 실탄을 다시 체결하는 절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경계작전에서 대비태세에 제한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한 전 군단장의 판단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 진 의장은 1군단의 ‘빈총경계’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고, 합참이 해당 문제에 대해 수정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현재는 전 부대가 다시 삽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합참의 설명이다. 한 전 군단장이 작전 여건을 고려해 변경했던 방식이 현재 군 전체의 경계작전 기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는 않은 셈이다.
한 전 군단장은 이번 논란이 불거진 지난 8월부터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당시 최전방 경계작전에서 실탄을 즉시 사격할 수 없는 상태로 운용하도록 한 지침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고, 국방부는 한 전 군단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한 전 군단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과거 25사단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도 경계작전과 관련해 별도의 조치를 한 사실을 언급했다. 당시 GOP 대대에서 K6 중기관총을 점검하던 중 실탄 한 발이 북한 방향으로 잘못 발사되는 사고가 발생한 뒤 근무 방식을 변경했다는 내용이다.
이 조치 역시 상급부대인 군단이나 지상작전사령부의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고 한 전 군단장은 밝혔다. 다만 당시 조치는 임의적이고 한시적인 조치였다고 말했다.
한 전 군단장이 이날 국정감사에서 강조한 것은 최전방 부대의 현실적인 작전 여건이었다. GP 병력 감소와 새로운 원격운용체계 도입으로 기존보다 관리해야 할 장비가 늘어난 상황에서 안전점검과 경계작전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는 것이다.
GP는 비무장지대 안에서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곳에 설치된 소초다. 소수의 병력이 감시와 경계 임무를 수행하며 북한군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상급부대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GOP는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일대에 설치된 일반전초다. GP보다 남쪽에 위치하며 넓은 전방 지역을 담당하는 경계부대다. GP와 GOP는 위치와 임무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최전방에서 적의 침투와 도발에 대비하는 부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K6와 K4는 이들 전방부대에서 운용하는 대표적인 공용화기다. K6는 12.7㎜ 중기관총이고 K4는 40㎜ 고속유탄기관총으로, 개인화기보다 큰 화력을 운용하는 장비다. 여러 장병이 함께 운용하는 공용화기인 만큼 사격 절차와 안전점검, 탄약 관리가 모두 경계작전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번 논란에서 ‘삽탄’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도 이런 공용화기의 운용 방식과 관련이 있다. 개인화기는 탄창이 결합된 상태에서 탄약을 장전하지만, K6·K4와 같은 공용화기는 탄통에서 탄이 송탄부를 거쳐 화기에 들어가는 구조를 갖는다.
한 전 군단장은 자신이 내린 지침이 이 같은 공용화기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탄통 자체는 화기에 결합해 두고 송탄된 첫 탄만 내려놓는 방식이기 때문에 ‘빈총’이라는 표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