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연기인데, 김고은이 진짜 상처 받았다는 '드라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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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과 공민정 재회, '작은 아씨들' 대사가 만든 인연

배우 김고은이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공민정이 던진 “가난하게 컸어?”라는 대사를 두고 “정말 상처받았다”고 털어놨다. 방송 당시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 대사가 4년이 지난 현재 SNS에서 밈으로 다시 확산하자 김고은 역시 “밈이 될 만한 대사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김고은은 8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했다. 액터스 하우스는 배우들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직접 돌아보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와 연기 과정, 캐릭터에 대한 생각, 촬영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관객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액터스 하우스에는 김고은을 비롯해 김민하, 류승룡, 주지훈, 신민아 등이 참여한다.

이날 김고은은 여러 작품을 되짚던 중 최근 온라인에서 다시 화제가 된 ‘작은 아씨들’의 대사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2022년 방송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공민정이 박지현이 연기한 인물에게 던진 “가난하게 컸어?”라는 말이 최근 SNS에서 짧은 영상이나 짤 형태로 다시 소비되면서 유행어처럼 번진 상황이다.

'은중과상연'에서 열연을 보여준 배우 김고은 / 뉴스1
'은중과상연'에서 열연을 보여준 배우 김고은 / 뉴스1

김고은은 해당 대사가 다시 밈이 된 것에 대해 “저야 좋죠. 작품이 회자되니까”라고 말했다. 작품이 종영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특정 장면과 대사가 다시 소비되는 것은 배우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공민정과의 일화를 꺼냈다. 김고은은 “공민정 배우와는 ‘은중과 상연’도 같이 했는데, 그때도 그 대사 이야기를 하면서 ‘어쩜 그렇게 대사를 치냐, 가슴에 콕 박힌다. 정말 상처받았다’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밈이 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흥미로운 이유는 ‘가난하게 컸어?’라는 대사를 연기한 공민정과 김고은이 이후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25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다시 호흡을 맞췄다. 김고은은 주인공 류은중을 연기했고, 공민정은 오희진 역으로 출연했다.

‘은중과 상연’은 김고은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의미가 큰 작품이다. 작품은 10대부터 40대까지 함께한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복잡한 관계를 따라간다. 김고은이 연기한 은중과 박지현이 연기한 상연은 서로를 가장 좋아하면서도 동경하고, 동시에 질투하고 미워하는 관계를 반복한다. 단순한 우정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쌓인 선망과 열등감, 애정과 원망이 뒤섞인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고은은 이 작품에서 한 인물의 20대부터 40대까지를 연기했다. 특히 나이가 들어 보이게 만드는 분장에만 의존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사람의 분위기와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김고은은 액터스 하우스에서도 40대 초반을 연기하면서 외적인 변화보다 나이가 들수록 달라지는 기운과 아우라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은중과 상연’에서 은중은 가난한 집에서 자랐지만 가족에게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인물이다. 김고은은 당시 은중을 두고 가난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의 현실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상연은 부족함 없이 자란 인물이지만 내면에 상처를 품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상대를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쌓아간다.

이 작품은 김고은에게 감정의 폭을 넓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김고은은 ‘은중과 상연’에 대해 사람의 내면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작품이라며 자신의 인생과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박지현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도 신뢰가 있었고, 두 사람이 눈만 마주쳐도 감정이 올라올 정도로 긴밀하게 호흡을 맞췄다고 밝힌 바 있다.

시상식에서 다양한 드레스를 선보였던 배우 김고은 / 뉴스1
시상식에서 다양한 드레스를 선보였던 배우 김고은 / 뉴스1

‘은중과 상연’은 공개 이후 작품성으로도 주목받았다.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시리즈 5위에 올랐고, 2026년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작품상과 극본상을 받았다. 같은 해 글로벌OTT어워즈에서는 대상에 해당하는 베스트 크리에이티브 부문을 수상했다. 김고은 개인의 연기뿐 아니라 작품 전체의 완성도까지 인정받은 사례다.

김고은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특정 장르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왔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2012년 영화 ‘은교’로 데뷔한 김고은은 이후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계춘할망’, ‘변산’, ‘유열의 음악앨범’, ‘대도시의 사랑법’ 등 영화에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했다. 드라마에서는 ‘치즈인더트랩’을 시작으로 ‘도깨비’, ‘더 킹: 영원의 군주’, ‘유미의 세포들’, ‘작은 아씨들’ 등에 출연했다.

초기 김고은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이 영화 ‘은교’였다면, ‘도깨비’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크게 넓힌 작품으로 꼽힌다. 이후 ‘유미의 세포들’에서는 평범한 직장인 유미의 현실적인 연애와 일상을 표현했고, ‘작은 아씨들’에서는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오인주를 연기하며 장르물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줬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는 이전과 다른 결의 인물을 선택했다. 김고은이 연기한 재희는 자신의 삶과 관계를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인물이다. 김고은은 이날 액터스 하우스에서 재희라는 인물을 세상에 꺼내고 싶었다고 돌아보며 이 작품을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귀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2024년 영화 ‘파묘’에서는 무속인 화림을 맡아 또 한 번 이미지 변신을 보여줬다. 김고은은 화림을 직업의식이 매우 강한 인물로 설정하고 작은 동작 하나까지 세밀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김고은에게 ‘천만 배우’라는 기록도 안겼다.

'천만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고은 / 뉴스1
'천만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고은 / 뉴스1

김고은은 작품마다 캐릭터 자체만 바라보는 것보다 전체적인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데뷔 초에는 큰 역할을 맡으면서 정신없이 촬영했지만 선배 배우들이 자신을 이끌어주고 챙겨준 경험을 통해 한 작품에서 자신의 캐릭터만 잘하는 것보다 다른 인물들과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는 것이다. 이런 연기 철학은 여러 장르와 캐릭터를 오가면서도 작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김고은의 연기 방식과도 연결된다.

이날 액터스 하우스에서 김고은은 배우로서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면서도 앞으로 보여줄 얼굴이 더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이 언제까지나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매 작품에서 자신을 증명하는 과정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된다고 밝혔다.

‘작은 아씨들’의 한마디가 4년 뒤 다시 밈이 되고, 당시 그 대사를 듣고 “정말 상처받았다”고 웃으며 말한 배우가 이후 그 대사를 한 배우와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난 것도 김고은의 긴 연기 여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은교’에서 시작해 ‘도깨비’, ‘유미의 세포들’, ‘작은 아씨들’, ‘파묘’, ‘대도시의 사랑법’, ‘은중과 상연’까지 이어진 작품들은 김고은이 한 가지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계속 다른 인물을 선택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튜브, tvN DRA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