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돈 부었는데, 결혼 때문에 탈락?...황당하게 '손해' 보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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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적금 못 든다? 5000쌍의 '결혼 페널티' 사건
배우자 소득이 발목…청년 부부를 가로막는 눈에 띄지 않는 벽

청년도약계좌를 꾸준히 유지해온 맞벌이 청년부부 약 5000명이 청년미래적금으로 갈아타려다 부부 합산소득 기준을 넘겨 가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도약계좌를 가입할 당시에는 배우자가 없었거나 가구소득 기준을 충족했다면 이후 결혼해 배우자의 소득이 늘어도 기존 계좌를 유지할 수 있지만, 새로운 적금으로 갈아타는 순간 배우자의 소득까지 다시 심사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실질 수익률 최고 연 19.4% 수준의 청년미래적금 2차 가입 신청을 받는 가운데, 청년 자산형성 지원제도에 결혼으로 인한 이른바 ‘결혼 페널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꾸준히 저축을 했음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 / AI 생성 이미지
꾸준히 저축을 했음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 / AI 생성 이미지

8일 머니투데이 단독보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본 결과 지난 8월 7일 기준 청년도약계좌에서 청년미래적금으로 갈아타기를 신청한 청년은 44만명이다. 이 가운데 32만8000명은 가입 승인을 받았고, 11만2000명은 가입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승인율은 74.5%, 탈락률은 25.5%다.

여기서 ‘갈아타기’는 기존 청년도약계좌에 쌓아둔 자산을 청년미래적금으로 이전해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새 적금을 하나 더 가입하는 것과 달리 기존 청년도약계좌 가입자에게 별도의 전환 절차와 가입요건이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맞벌이 청년부부 약 5000명이 가구소득 기준을 넘겨 탈락했다. 이들의 경우 개인소득 초과 등 다른 탈락 사유는 별도로 집계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핵심은 ‘개인소득’과 ‘가구소득’의 차이다. 개인소득은 말 그대로 본인 한 명이 벌어들이는 소득을 말한다. 반면 가구소득은 함께 사는 가구 구성원의 소득을 합산해 계산한다. 부부라면 일반적으로 남편과 아내의 소득을 합쳐 가구소득을 판단한다.

청년도약계좌와 청년미래적금은 이 가구소득을 확인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청년도약계좌는 처음 가입할 때 가구소득이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기준으로 삼아 복지와 각종 정책의 대상자를 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최초 가입 당시 가구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250% 이하인지 확인했다. 이후 매년 진행하는 유지심사에서는 가구 전체의 소득이 아니라 가입자 본인의 개인소득을 확인한다.

때문에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뒤 결혼해 배우자가 소득을 벌기 시작하더라도 배우자의 소득 때문에 기존 계좌를 유지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본인의 소득이 유지심사 기준을 충족하면 기존 청년도약계좌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구조였다.

문제는 청년미래적금으로 갈아탈 때 생긴다.

청년미래적금은 기존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라도 새로운 상품의 가입요건을 다시 확인한다. 이때 가구소득도 다시 심사한다.

청년들 목돈 마련을 위해 마련된 청년도약계좌 / 뉴스1
청년들 목돈 마련을 위해 마련된 청년도약계좌 / 뉴스1

예를 들어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할 당시에는 혼자 살던 청년이 연소득 기준을 충족했다고 가정해보자. 이후 결혼해 배우자도 연소득 5000만원을 벌게 되면 두 사람의 소득을 합친 금액이 새로운 가구소득이 된다.

본인의 소득이 그대로여도 배우자의 소득까지 합산되기 때문에 청년미래적금의 가구소득 기준을 넘어설 수 있다. 기존 청년도약계좌는 계속 유지할 수 있는데, 더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은 막히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고려해 맞벌이 부부에 대해서는 가구소득 기준을 일부 완화했다. 맞벌이 2인 가구의 경우 일반형은 기준 중위소득 200%에서 250%로, 우대형은 150%에서 200%로 각각 50%포인트 높였다.

‘일반형’과 ‘우대형’은 청년미래적금 안에서도 지원 조건이 다른 유형이다. 우대형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신 소득 등 가입 조건이 더 엄격하다. 일반형은 우대형보다 지원 수준이 낮지만 가입할 수 있는 소득 범위가 더 넓다.

하지만 기준을 완화했는데도 부부 합산소득 때문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는 남았다.

실제로 부부가 각각 연소득 5000만원을 받는다면 두 사람의 가구소득은 1억원이 된다. 맞벌이 2인 가구의 우대형 기준인 기준 중위소득 200%, 9438만원을 넘는 금액이다.

이 경우 두 사람의 개인소득이 각각 5000만원으로 기준에 크게 문제가 없더라도 부부의 소득을 합친 금액이 기준을 넘기 때문에 우대형 가입이 어렵다.

일반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원인 청년이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하자. 이후 연소득 약 6800만원을 넘는 배우자와 결혼하면 두 사람의 합산소득이 1억1800만원을 넘게 된다.

맞벌이 2인 가구의 일반형 기준인 기준 중위소득 250%, 1억1798만원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 경우 기존 청년도약계좌는 계속 유지할 수 있지만 청년미래적금으로 갈아타기는 어렵다.

청년 본인의 소득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결혼하면서 배우자의 소득이 더해져 새로운 정책금융 상품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년미래적금의 가입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은 맞벌이 부부만이 아니다.

전체 신청자 234만3000명 가운데 79만6000명이 가입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전체 신청자의 34.0%에 해당한다.

탈락 이유를 보면 가구원 미동의가 37만8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탈락자의 47.4%다.

가구원 미동의는 가입자의 소득과 재산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가구원의 정보 제공에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청년 본인만 신청한다고 해서 가구소득 심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구원의 확인 절차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탈락 사유다.

결혼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여전하다. / AI 생성 이미지
결혼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여전하다. / AI 생성 이미지

전년도 소득이 없어 탈락한 청년도 18만2000명으로 22.9%를 차지했다.

이 역시 청년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올해 취업해 실제로 월급을 받고 있는데도 지난해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가입 대상에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현재 소득이 아닌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소득자료가 확정되는 시점과 관련이 있다. 정부는 7월에 확정되는 소득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가입심사에서 지난해 소득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처음 취업한 청년처럼 실제 소득은 있지만 전년도 소득자료가 없는 사람은 청년미래적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결혼으로 인한 가입 제한과 지난해 소득을 기준으로 심사하면서 발생하는 사각지대에 대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가입요건을 손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청년미래적금 일반형의 개인소득과 가구소득 요건을 폐지하는 방안이다.

일반형에서 소득요건이 사라지면 결혼으로 배우자의 소득이 합산되면서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정부기여금 지원이 상대적으로 큰 우대형은 가구소득 심사를 유지할 예정이다.

따라서 우대형에서는 내년에도 부부 합산소득에 따라 가입이 제한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정부의 개편안은 국회 예산 심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박민규 의원은 "정부가 결혼 페널티 해소를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면서 대출·청약·세제 등 관련 개선 과제를 제시했는데, 청년미래적금도 혼인에 따른 불이익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 청년미래적금 모집 때는 배우자 소득 합산만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이 5년 동안 돈을 모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 정책형 적금이다. 만 19~34세 청년 가운데 개인소득과 가구소득 등 가입요건을 충족한 사람이 가입할 수 있었으며, 매월 1000원부터 최대 7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하는 방식이었다. 가입자는 은행에서 받는 이자에 더해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가 납입액에 일정 금액을 보태주는 ‘정부기여금’을 받을 수 있었고, 적금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에는 비과세 혜택도 적용됐다. 5년 동안 매월 70만원을 납입하면 원금만 4200만원이 쌓이고 정부기여금과 은행 이자를 더해 약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만 청년도약계좌는 2025년 12월 31일 신규 가입이 종료됐으며, 현재는 기존 가입자의 계좌 유지와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