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야지” vs “옆자리 비었는데 굳이?”... 임산부 배려석 관련 글에 누리꾼 갈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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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참다 임신부 배지 내민 임산부
중년 여성은 끝내 묵묵부답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 내부 임신부 배려석에 착석한 중년 여성 / 보배드림, 뉴스1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 내부 임신부 배려석에 착석한 중년 여성 / 보배드림, 뉴스1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 내부 임신부 배려석에 착석한 중년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요구한 임신부가 거절당한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해당 사건은 임신부 배지를 소지한 A 씨가 평소 해당 좌석을 상습적으로 점유하던 여성을 상대로 직접 양보를 요청했으나 묵살당한 전말을 담고 있다.

사건 당시 임신부 배려석 바로 옆에 일반 빈자리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네티즌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7일 뉴스1 등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50대 여성에게 임신부석 양보를 요청했지만 무시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등록됐다.

자신을 실제 임신부라고 밝힌 작성자 A 씨는 "저는 임신부 배지를 달고 있는 임신부"라며 최근 서울 지하철 5호선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겪은 분쟁 상황을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전동차 내 임신부 배려석을 차지하고 있던 중년 여성을 목격한 것은 사건 당일이 처음이 아니었다.

A 씨는 "해당 50대 여성이 임신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만 3번이다"라며 "참다 참다 이번에는 직접 임신부 배지를 보여주며 자리를 양보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중년 여성은 A 씨의 양보 요청을 거절했다.

A 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시하더라. 한 번이라면 실수지만 매번 임신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돼 답답하다"며 "앉을 수는 있지만 임신부가 양보를 요청하면 양보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해당 사연이 커뮤니티에 공개된 직후 A 씨의 입장에 동조하며 임신부 배려석의 원래 취지를 강조하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잇따랐다.

누리꾼들은 "임신부 자리로 지정돼 있는데 임신부가 왜 눈치를 보고 다른 곳에 앉아야 하느냐", "임신부석에는 팔걸이가 있으니 요청하면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게 맞다", "거동이 불편한 임신부라면 출입문이 가까운 배려석이 당연히 더 편하다" 등의 의견을 개진하며 임신부 배려석이 지닌 공간적 특수성을 근거로 양보의 당위성을 뒷받침했다.

반면 사건 당시 임신부 배려석 바로 옆 좌석이 비어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A 씨의 행동이 과도했다는 반론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반대 측 누리꾼들은 "옆자리가 비어 있는데 굳이 일어나 달라고 할 필요가 있느냐", "임신부는 임신부 배려석에만 앉아야 하느냐" 등의 댓글을 작성하며 좌석의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특정 좌석을 고집하며 마찰을 빚은 A 씨의 대처 방식을 지적했다.

한편 공사의 불편 민원 접수 현황에 따르면, 임신부 배려석 관련 민원은 연간 6000건에서 7000건 안팎을 기록하며 매일 평균 17건 이상 꾸준히 쏟아지고 있다.

서울 지하철의 임신부 배려석은 2013년 최초 도입 후 2015년 눈에 띄는 분홍색 디자인으로 개편되었으나, 법적 강제성이 없는 자율적 배려 영역으로 규정돼 있어 비임신부의 착석을 제재하거나 벌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공사 측은 강제 조치 대신 현장 안내 방송과 캠페인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실정이다.

임산부들이 체감하는 정책 실효성 역시 미흡한 수준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등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의 배려석 이용 경험률은 높은 편이었으나,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인 57.6%가 일반 승객의 미양보나 시선 등으로 인해 이용 과정에서 명확한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다.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임산부가 법적 교통약자로 지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부 배려석은 일반 좌석의 양 끝에 위치한 별도의 권고 좌석으로 운영될 뿐 노약자석 수준의 사회적 합의나 강제성을 갖추지 못해 모호성만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의 지위 모호성이 대중교통 이용객 간의 직접적인 언쟁과 악성 민원을 양산하는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최근 정치권과 일선 지자체에서는 임신부 배려석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위법 착석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여론의 찬반 대립은 여전히 팽팽하다.

강제 규정을 도입해 임산부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찬성 측과 대중교통 이용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과도한 사법화를 부추긴다는 반대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