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 향해 ‘암살자(들)’ 돌발 질문 터지자…부국제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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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논란 속 부산국제영화제까지 휩쓴 '암살자(들)'
창작의 자유 vs 역사 책임, '암살자(들)' 논란의 본질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의 여파가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식 석상까지 이어졌다. 관련 일정을 전면 취소하며 부산 행보를 사실상 접은 상황에서도,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심은경을 향한 돌발 질문이 나오면서 현장이 즉각 정리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배우 심은경이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기자회견에서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하나의 계절이 흐르는 동안 한 카페에 머물다 간 낮과 밤의 대화를 담은 작품이다 / 뉴스1
배우 심은경이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기자회견에서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하나의 계절이 흐르는 동안 한 카페에 머물다 간 낮과 밤의 대화를 담은 작품이다 / 뉴스1

지난 6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기자회견에는 김종관 감독을 비롯해 심은경,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전소영, 김동휘 등이 참석했다. 질의응답이 이어지던 중 최근 정치권까지 번진 ‘암살자(들)’ 논란과 관련한 질문이 등장했다.

‘암살자(들)’에 일본인 가이드 역으로 특별출연한 심은경과 김종관 감독을 향한 질문이었다. 특히 논란 이후 심은경이 처음 참석한 공식 행사였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지만,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심은경 향한 ‘암살자(들)’ 질문…모더레이터 즉각 제지

질문이 나오자 모더레이터인 정지혜 프로그래머가 곧바로 개입했다.

정 프로그래머는 “이 자리는 개막작에 대한 기자회견인 만큼 해당 작품에 집중해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암살자(들)’과 관련해서는 부산국제영화제 측의 공지가 나간 부분이 있으니 참고해 달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심은경과 김종관 감독은 관련 질문에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고, 기자회견은 곧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영화적 가설을 도입한 작품이다. 개봉 이후 정치권까지 가세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면서 거센 공방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영화 측은 안전상의 이유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과 야외 무대인사, 대시민 시사회 등 부산에서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주연 배우 유해진 역시 제35회 부일영화상 불참을 결정하면서 부산 관련 공식 일정은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

그럼에도 개막작 기자회견 첫 질의응답부터 ‘암살자(들)’ 질문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영화제 현장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주리 감독도 입 열었다…“만드는 사람으로서 너무 위축”

심사위원 정주리 감독이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심사위원 정주리 감독이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같은 날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도 ‘암살자(들)’ 논란이 언급됐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심사위원장 장이머우 감독을 비롯해 비간 감독, 정주리 감독, 이시카와 케이 감독, 사말 예슬라모바, 펀 티 빅 응옥 프로듀서, 최희서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심사위원단은 ‘암살자(들)’ 사태와 관련해 영화인의 생각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장이머우 감독이 먼저 답변한 뒤 정주리 감독도 “저 역시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정 감독은 “저 역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었고 관객들과 만났다”며 “제가 영화를 만들 때도 영화는 영화이고 허구의 이야기이고 허구의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만들면서 그것이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며 “솔직히 제가 느끼는 감정은 제 영화가 아닌데도 만드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위축이 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작품을 접하는 이들의 상처 가능성 역시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한편으로는 더 나아가서 이렇게 다루는 것 때문에 상처받는 분들이 계실 수 있구나, 다른 상처가 표현이 될 수 있구나 그런 생각도 한다”며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고 말했다.

제작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한 것 아니다”

암살자(들), 논란 속 박스오피스 1위 / 뉴스1
암살자(들), 논란 속 박스오피스 1위 / 뉴스1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23일 개봉 이후 본격화됐다.

영화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수사 결과와 사건의 배후에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적 설정이 포함되면서 일각에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공식 입장을 내고 “본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상영 중단 요구와 창작자 개인을 향한 공격으로까지 번졌다. 이를 계기로 창작의 자유와 비평·감상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다.

정주리 감독 역시 “어디서 영화가 시작됐던 간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그 안에서 모든 책임을 다 진다”며 “우리가 만들어낸 세계니까 관객을 만나고 관객이 어떻게 봐주실지 비판도 들을 것이고 공감도 할 것이라는 다양한 기대를 하면서 만든다”고 말했다.

논란 속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흥행은 다시 반등

배우 유해진이 지난 8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유해진이 지난 8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논란과 별개로 ‘암살자(들)’은 다시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다.

7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전날 5만417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3일 연속 정상에 올랐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3만3091명,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2만9569명을 기록했다. ‘암살자(들)’은 두 작품을 앞서며 흥행 흐름을 이어갔다.

역사 왜곡 논란 이후 한때 박스오피스 성적이 하락했지만, 개천절 연휴였던 지난 4일 정상을 탈환한 뒤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영화 좌석판매율 1위, 23일 연속 한국영화 예매율 1위도 유지하고 있다.

부산에서 예정된 공식 일정은 모두 취소됐지만 논란은 여전히 영화제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심은경을 향한 돌발 질문이 즉각 제지된 데 이어 경쟁 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발언이 나온 가운데, ‘암살자(들)’은 논쟁과 흥행을 동시에 이어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