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칼럼] "군대 안 갑니다!" 금메달 든 축구대표팀의 환호가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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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뒤 병역 특례 논쟁, 4연패 성과가 빛바랜 이유
군 복무하는 청년들 외면한 선수들의 가벼운 행동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하여 제작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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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숙적 일본을 꺾고 4연패를 달성한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성과는 찬사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승리 직후 선수들이 보여준 행동은 금메달의 감동보다 씁쓸한 잔상을 남겼다. 주장 이기혁은 금메달을 들어 올리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고, 양민혁은 병역 혜택이 동기부여였음을 숨기지 않았으며, 박승수는 팬에게 받은 전역모를 쓰고 경례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단발성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었겠으나, 유사한 언행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4연패라는 역사적 대업보다 ‘병역 특례’라는 결과가 앞자리를 차지하는 기묘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하여 제작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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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파장을 부른 것은 최우진의 영상이었다.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다가 신발을 벗자 금메달이 나오는 내용으로, 불과 2주 전 DMZ에서 북한군 매설 지뢰 폭발 사고로 장병들이 부상을 입었던 상황과 맞물리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해외에서 유행하던 '신발 속 메달' 챌린지를 참고했을 뿐 지뢰 사고를 희화화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대로, 이를 의도적인 조롱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악의적 의도와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 경솔함은 분명 구분되어야 하지만, 공적인 위치에서의 가벼움까지 합리화되지는 않는다.

같은 세대의 시선에서 이 장면들이 유독 씁쓸하게 다가온 이유는 우리 또래에게 병역이 한낱 유쾌한 ‘밈(Meme)’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군 복무는 대학 휴학과 취업, 자격증 시험과 커리어 계획 등 삶의 궤적 전체를 고쳐 써야 하는 절박한 현실이다. 특히 주장 이기혁은 대회 직전 입영 통보를 받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귀국 9일 뒤 입대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 절박함을 생각하면 기쁨과 안도감이 터져 나온 것 자체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 심정을 이해하는 것과, 그 표현이 공적으로 적절했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하여 제작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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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의 핵심은 병역이라는 무거운 현실이 금메달 직후 일종의 ‘승리 보너스’처럼 전락해 소비되었다는 점에 있다. 누군가는 같은 시각 최전방에서 청춘을 바쳐 군복을 입고 있고, 작전 중 다친 장병들의 피 흘림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자신의 의도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시대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수용될지까지 헤아리는 엄중한 책임감을 요구한다. 사과를 마친 젊은 선수들을 무작정 비난할 필요는 없지만, 젊다는 사실이 타인의 현실에 대한 무감각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금메달의 가치와 4연패를 이뤄낸 혈투의 성과는 온전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피땀 어린 결과가 스스로의 언행 때문에 ‘병역 특례’라는 가벼운 수식어로 기억되는 현상은 더욱 안타깝다. 우리가 평소 기성세대의 공감 능력 부족을 비판하듯, 우리 세대 역시 자신의 언행이 타인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돌아보는 감각을 가져야 한다. 이번 대표팀에게 부족했던 것은 애국심도, 경기력도 아니었다. 자신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청년들의 삶의 무게를 한 번쯤 짚어보는 깊은 신중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