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가 예측한 '미친 듯한 올겨울 날씨'... 정말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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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엘니뇨, 한반도에 어떤 영향 미칠까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올겨울 1997~1998년을 능가하는 매우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 적도 바다가 유례없이 빠르게 뜨거워지면서 올해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 한반도에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겨울비 자료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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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교수는 6일 밤 방송된 KBS 뉴스 인터뷰에서 바닷속 수온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10도 이상 오른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그게 1997~1998년 엘니뇨"라며 "올해는 훨씬 더 빨리 나타났다"고 말했다.

엘니뇨는 남미 페루와 에콰도르 앞바다를 포함한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또는 '아기 예수'라는 뜻이다. 크리스마스 무렵 페루 앞바다 수온이 올라 고기가 잘 잡히지 않자 현지 어부들이 붙인 이름이다.

평소 적도 태평양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이 분다. 이 바람이 따뜻한 바닷물을 인도네시아와 호주가 있는 서태평양 쪽으로 밀어낸다. 그런데 무역풍이 약해지면 서쪽에 몰려 있던 따뜻한 물이 동쪽으로 퍼진다. 이렇게 동태평양 바다가 뜨거워지는 게 엘니뇨다. 반대로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은 '여자아이'라는 뜻의 라니냐라고 부른다.

엘니뇨가 중요한 이유는 바다 온도 변화가 대기 흐름을 바꾸기 때문이다. 뜨거운 바다 위에서는 공기가 데워져 위로 올라가며 구름과 비가 많아진다. 비가 내리는 곳이 바뀌면 바람길과 기압 배치도 달라진다. 이 때문에 태평양에서 수천㎞ 떨어진 지역에도 폭우나 가뭄, 폭염이 찾아올 수 있다.

겨울비 자료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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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는 수온이 평년보다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으면 최고 등급으로 '슈퍼 엘니뇨'라고 부른다. KBS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적도 동태평양 수온은 평년보다 3.2도 높다. 일부 해역은 5.4도까지 올랐다. 슈퍼 엘니뇨 기준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수면 아래 깊은 바닷속 온도가 평년보다 10도가량 높은 이상 현상도 확인됐다.

미국 서부 해안은 이미 비상이 걸렸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해안가 주택 바로 앞까지 거센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이곳은 과거 강한 엘니뇨 때마다 해수면이 높아져 침수 피해를 겪었다. 지난달 이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한반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한반도 북동쪽에 고기압이 자리 잡았다. 이 고기압을 따라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바람이 한반도로 밀려들었다. 습한 공기가 많이 들어오면 비구름도 잘 만들어진다. 실제로 이런 해에는 11월 평균 강수량이 평년보다 최대 3배 가까이 많았다.

국종성 교수는 "기후 인자 가운데 가장 예측을 잘할 수 있는 게 엘니뇨"라며 "한반도 지역의 기후 예측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엘니뇨의 영향을 미리 알면 늦가을 호우에 대비하거나 가뭄 해갈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국제기구 전망도 같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발생한 엘니뇨가 앞으로 더 강해져 '매우 강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최근 발표한 바 있다. 가장 강한 시기는 올해 말로 예상했다. WMO는 엘니뇨가 내년 2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100%에 가깝다고 봤다.

WMO가 엘니뇨 전망을 이처럼 확신한 것은 처음이다. 세계 각국의 예측 모델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바다는 몇 달 사이 빠르게 뜨거워졌다. 엘니뇨를 판단하는 기준 바다인 적도 중·동태평양 해역의 수온은 올해 5~7월 평균 평년보다 1.5도 높았다. 7월에는 2.0도로 올랐다.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는 2.2~2.6도까지 높아졌다. 7월부터 8월 초 사이 일부 바닷속 수온은 평년보다 8도 넘게 높았다. 바닷속에 쌓인 거대한 따뜻한 물덩어리가 엘니뇨를 더 키우고 있다.

겨울비 자료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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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기후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8월 전 세계 바다 표면 온도는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엘니뇨가 눈앞에서 거대해지고 있다"며 "지구는 미지의 바다에 들어섰고 그 바다는 뜨거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를 뜻하지만 전 세계 공동체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례적인 엘니뇨에는 이례적인 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울로 사무총장은 2023~2024년 엘니뇨 때 지구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이 기록이 다시 깨져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했다.

WMO는 올해 9~11월 세계 거의 모든 육지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가 내리는 양상도 강한 엘니뇨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을 띨 것으로 봤다. 다만 인도양과 대서양의 바다 온도도 함께 변하고 있어 지역에 따라 엘니뇨 영향이 더 커지거나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은 이미 대비에 나섰다. 엘니뇨 때 비가 줄어드는 아시아 일부 지역은 가뭄 위험이 커졌다. 인도는 정부 부처들이 모여 대응을 점검했다. 싱가포르는 폭염 대책을 강화했다. 반대로 비가 많아지는 남미 페루는 홍수와 산사태에 대비해 국토의 40%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