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발작버튼 누른 한동훈, 민주당 급소 제대로 건드렸다"
작성일
진중권 "다반 중도층 반감 살 수 있으니 선 지켜야"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금품 수수 의혹을 다시 꺼내 든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든 공세라고 평가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방식은 중도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며 선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진 교수는 전날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의 '시사끝짱'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진행자가 한 의원이 노 전 대통령에게도 범죄 혐의가 있었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누구도 당시 상황을 들추지 않으려 할 뿐이라는 취지로 직격했다고 말하자 진 교수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진 교수는 "속된 말로 '발작 버튼'이 눌리는 지점이 있다. 보수에게는 박정희(전 대통령), 진보에게는 노무현"이라며 "두 사람의 공통점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성적 차원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동화돼 있는 문제"라며 "지지자들 삶의 정체성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한 의원 때문에 이번 논란이 시작된 건 아니라고 봤다. 그는 "(한 의원이) 검찰 폐지와 관련한 토론회에서 '왜 검찰 폐지라는 극단적 조치까지 왔느냐. 근원을 쫓아 올라가면 노무현 신화가 있다'고 한마디를 한 것"이라며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공격이 들어왔다. 그걸 받아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사실관계부터 짚었다. 그는 민주당이 '돈을 받은 적이 없고 모든 것이 검찰의 조작'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수사에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100만 달러와 투자금 명목의 500만 달러,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뉴저지 아파트 구입 자금, 피아제 시계 2개 등을 열거하며 "돈이 오간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는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공소권 없음'이 됐다. 법적 판단까지 가지 않았고 거기에 공백이 생긴 것"이라며 "민주당은 그 공백을 이용해 법적으로 확인이 안 됐으니 무죄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돈을 받은 적도 없고 모든 게 검찰의 조작 수사였다고 했다. 그래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이 아예 수사를 못 하게 해야 한다는 데까지 갔다. 결국 검찰 폐지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노 전 대통령 가족 의혹에 연루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 "굉장한 로비스트"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또 다른 후원자인) 강금원씨는 대가 없이 뒤에서 묵묵히 도운 순수한 후원자 성격이 강했던 것 같다. 문제는 박연차라는 사람"이라며 박 전 회장이 세종증권을 농협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를 통해 로비를 벌였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생긴 차익을 여야 정치인들에게 전방위로 뿌렸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박 전 회장이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권양숙 여사 측에 돈을 건넸다고 먼저 자백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그걸 알았는지는 밝혀진 게 없다"면서도 "당시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전 중수부장)씨는 재판이 열렸다면 유죄를 끌어낼 자신이 있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 전 회장의 진술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부부가 100만 달러를 직접 요구했다고 한다"며 "박 전 회장의 청와대 출입 기록과 달러 환전 기록까지 증거로 확보돼 있었다"고 말했다.

'논두렁 시계' 논란도 언급했다. 진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시계를 버렸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언론에는 '논두렁에 버렸다'는 식으로 보도됐다"며 "당시 사람들이 '논두렁에 시계 찾으러 가자'며 조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도 조사를 받을 때 검사에게 '시계 얘기는 뺍시다. 창피하게 이게 뭡니까'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은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며 조롱했다고 주장하지만 나중에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이건 검찰이 아니라 국가정보원이 벌인 언론 플레이였다"며 "그런데도 모든 책임을 검찰에 뒤집어씌웠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 가족 가운데 법적 판단을 받은 사람은 노정연씨 한 명뿐이라는 점도 짚었다. 진 교수는 "권 여사와 아들 노건호씨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뇌물죄는 공직자 본인만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정연씨는 박 전 회장에게서 주택 구입 자금으로 40만 달러를 받았다. 별도로 원화 13억원을 받아 미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환치기와 비슷한 방식을 썼다"며 "대통령 딸이 해외에서 고급 아파트를 산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명의는 다른 사람으로 하고 2년 뒤 소유권을 넘겨받는다는 이면계약서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돈의 출처를 따지면 뇌물죄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공소권 없음으로 그 부분을 수사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외국환거래법 위반만 유죄가 확정됐다"고 했다.
진 교수는 노 전 대통령 본인의 태도는 달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정상문 비서관은 죄가 없고 우리가 달라고 해서 받은 돈이다’라고 사과문까지 올렸다. 적어도 정직했던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는 '진보를 위해 나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었지만 책임은 느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이후라고 진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사람들이 노무현에 대한 원한을 이용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는 방어막으로 써 왔다. 신화를 만들어 버린 것"이라며 "자신들을 칠까 봐 검찰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다가 결국 검찰 폐지까지 왔다. 한 의원은 노무현 신화를 깨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을 가장 거세게 몰아붙인 쪽이 오히려 진보진영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 진보 언론은 '노무현이 진보와 개혁을 다 태워 먹었다', '사즉생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썼다. 지금 들으면 섬뜩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논조 자체는 맞았다고 본다. 진보진영이 노무현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가장 극단적으로 비난했던 사람들이 이제 책임을 몽땅 검찰에 떠넘기고 결백한 척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게 한 의원의 지적인 것 같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팩트라면 근거를 보여 달라'고 반박한 데 대해서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중도층은 돈을 받은 건 맞고 노 전 대통령이 알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는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았고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고 했으니 죽음으로 대가를 충분히 치렀다고 여긴다"며 "굳이 들춰내지 말고 덮어 두자는 게 국민이 노 전 대통령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의 호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아무 잘못이 없다고 버티니 '그럼 따져 보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기록을 볼 수 없으니 없던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인정한 사실, 당시 변호인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인정한 사실, 이미 보도된 검찰의 증거와 박 전 회장의 진술이 다 있다. 이걸 전부 없앨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시민 작가의 발언도 근거로 들었다. 진 교수는 "유 작가도 (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로부터 시계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크게 화를 내 망치로 깨 버렸다고 말했다. 결국 시계를 받았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행자가 방송인 김어준씨도 '어디서 함부로 노무현을'이라는 식으로 반발했다고 전하자 진 교수는 "견고한 사실이 있으니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다"며 "그래서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감히', '어디서 함부로' 같은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성역을 건드렸다며 성역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한 의원이 이 문제를 꺼낸 이유를 세 가지로 풀이했다. 첫째는 검찰 폐지의 근원을 따라 올라가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내세운 민주당의 '원한의 정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진 교수는 "이 판단은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둘째는 질 수 없는 싸움이라는 계산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실제로 잘못한 게 있으니 옹호하려 하면 논리가 꼬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검찰 폐지의 문제점이 계속 나올 텐데 그때 써먹을 탄약고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정확한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셋째는 국민의힘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 영역을 건드렸다는 점이다. 그는 "5·18이나 노무현은 아무도 못 건드리는데 이걸 딱 건드렸다"며 "보수 강성층은 굉장히 환호한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한 의원 복당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이번 활약상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고 후한 평가를 내놨다고 말하자 진 교수는 "김 최고위원은 한 의원에게 굉장히 적대적인 사람인데 이례적"이라며 "상대 진영의 본진을 터는데 그걸 한동훈이 털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진 교수는 중도층 공략에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중도층은 '네 말이 맞는다. 민주당이 그걸 이용해 자기들 범죄 수사를 못 하게 하려는 것도 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한다"며 "이건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직격하는 건 괜찮지만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건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복당을 위해 강성 지지층에 어필하다 보니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문제 제기는 정확하고 옳다. 지금쯤이면 할 만하다"면서도 "다만 감정선을 정확하게 지켜줘야 한다. 핵심은 민주당이 노무현을 오용하는 것과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