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말 못하는 장애아동, 녹음 예외 인정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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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특수교사를 고소한 주호민, 대법원 판결은 아직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발달장애아동 등 스스로 학대 피해를 설명하거나 증거를 남기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제3자의 몰래 녹음을 예외적으로 인정해달라고 대법원에 촉구했다.

주 씨는 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비롯한 10개 장애인 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스스로 말하거나 증거를 남기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법이 닿을 수 있는 기준을 세워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제3자 녹음금지 예외적용을 통한 학대피해 장애인 권리보장 대책위원회’가 참여했다.

주 씨가 대법원에 요구한 것은 모든 교실에서 학부모가 녹음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내용이 아니다. 장애 등으로 피해 사실을 직접 설명하기 어렵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학대가 발생해 다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녹음 행위를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웹툰작가 주호민, 특수교사 A씨 / 유튜브 'MBN News', 뉴스1
웹툰작가 주호민, 특수교사 A씨 / 유튜브 'MBN News', 뉴스1

주 씨는 자신의 아들 사례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내 아들은 자폐성 장애가 있다”며 사건 당시 아들이 9세였고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말했다.

주 씨는 “아이 엄마가 대신 한 녹음은 1심에서 학대 사실을 밝히는 증거가 됐지만 2심에는 부모가 했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말이 녹음됐는데도 누가 버튼을 눌렀느냐에 따라 그 목소리가 재판에서 지워졌다”며 “모든 교실에 녹음기를 들이자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CCTV나 증인이 없는 장소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설명할 수 없는 경우 녹음까지 허용되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주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녹음금지 예외 인정, 학대 피해 방어권 보장!’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참여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쳤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2만4000여 명이 참여한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주 씨는 자신과 가족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탄원에 참여했다면서 “한 아이나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말하기 어려운 많은 사람의 문제임을 알아주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아들이 청소년이 돼 조금씩 자신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자기 이야기를 제 목소리로 하길 바라며 그날까지 내가 대신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MBN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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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자회견은 주 씨의 아들에 대한 특수교사의 정서적 학대 혐의 사건이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열렸다.

사건은 2022년 9월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학습반 교실에서 발생했다. 주 씨 측은 당시 9세였던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냈고, 수업 중 녹음된 특수교사의 발언을 토대로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녹음에는 특수교사가 아동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특수교사는 해당 발언 등을 이유로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특수교사에게는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된 경우에도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는 제도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는 2025년 5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특수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자녀의 옷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시간 교실에서 교사와 아동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는 아동에게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고 어머니가 아동을 돕기 위해 녹음했다는 사정도 쟁점이 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 아동과 어머니는 별개의 인격체이므로 어머니가 한 녹음행위를 아동이 한 녹음행위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항소심의 증거능력 판단을 그대로 유지할지, 또는 이 사건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다른 판단을 내릴지가 남은 쟁점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왜 녹음이 이렇게 중요한 쟁점이 됐는지는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 제14조 역시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으로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기준은 녹음자가 대화에 참여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과거 판결에서 대화에 원래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해왔다.

이 사건에서도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교사와 아동 사이의 대화에 직접 참여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녹음기를 아들의 가방에 넣었기 때문에 실제 대화가 이뤄지는 장소에는 녹음기가 있었지만, 어머니 자신이 대화 당사자는 아니었다는 점이 항소심 판단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다.

대법원은 과거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 중 교사의 발언을 녹음한 사건에서도 비슷한 법리를 판단한 적이 있다.

대법원은 교실이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이고 수업시간에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교사의 발언이 교실 안 학생들에게 공개됐다고 하더라도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은 아니므로 ‘공개된 대화’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 아동의 부모는 해당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당사자가 아니라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아동학대 범죄를 막기 위해 녹음이 필요했다는 사정만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는 헌법적 취지와 통신비밀보호법의 목적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였다.

이 때문에 현재 대법원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단순히 ‘녹음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만은 아니다.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제3자가 녹음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법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장애나 연령 등의 이유로 피해자가 직접 피해 사실을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2024년 항소장 들고 수원지방법원 방문한 특수교사 A씨 / 뉴스1
2024년 항소장 들고 수원지방법원 방문한 특수교사 A씨 / 뉴스1

주 씨와 장애인 단체들이 요구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학대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고, 사건이 교실이나 치료실 등 외부인의 접근이 제한된 공간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피해 사실을 확인할 다른 증거가 부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장애 아동에 대한 학교 내 학대는 발견하기 어렵고 특수학급은 일반 교실보다 더 차단된 공간이라고 말했다. 녹음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으면 수사 단계에서 증거 부족으로 사건이 종결되거나 재판에서도 녹음파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녹음의 허용 범위를 넓히는 문제는 대화 당사자의 사생활과 대화의 비밀을 보호하는 법의 목적과도 맞물려 있다. 실제로 현행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제3자가 녹음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대법원이 판단해야 할 핵심은 장애아동 등 스스로 피해 사실을 증명하기 어려운 사람의 권리 보호와 타인의 대화 비밀을 보호하는 기존 법 원칙을 어떤 기준으로 조화시킬지에 있다.

주 씨는 이날 “모든 교실에 녹음기를 들이자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애로 인해 피해를 직접 설명하기 어렵고 다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녹음금지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대법원은 현재 검찰의 상고로 넘어온 이 사건에서 항소심의 무죄 판단과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문제를 심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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