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8년 전 병역면제 금메달 땄을 때 했던 발언, 이기혁과 비교하니...
작성일
손흥민의 금메달 발언, 이기혁과 180도 달랐다
"금메달은 제가 걸고 있지만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년 전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이 끝난 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남긴 말이다. 당시 손흥민은 지금의 이기혁과 같은 나이(26세)였다. 손흥민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기혁은 최근 끝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각각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주장 완장을 찼다. 두 사람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고도 병역 특례와 관련한 경솔한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는 가운데 손흥민과 이강인의 과거 우승 소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꺾었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사상 첫 4회 연속 우승이다. 그러나 축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주장 이기혁은 "금메달을 못 땄으면 한국에 돌아가서 입대가 9일 남았었다"며 금메달 덕분에 군대에 가지 않게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양민혁은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고, 군 면제 하나만을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 막내 박승수는 라커룸에서 이른바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렸다. 최우진은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걷다가 신발 속에서 금메달을 꺼내는 영상을 공유했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해명에 나서야 했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뽑혀 주장을 맡았다. 당시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고 있었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성기에 유럽 무대를 떠나야 할 수도 있는 처지였다. 언론과 팬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병역 혜택에 쏠렸다.
한국은 결승에서 일본과 연장 접전을 벌인 끝에 2-1로 이겼다. 경기 뒤 손흥민에게는 공백 없이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질문이 나왔다. 손흥민은 병역 혜택 대신 우승을 이야기했다.

"저는 사실 그런 것보다 우승하러 온 대회고, 2연패 하러 온 대회입니다. 그것을 항상 목표로 했고 선수들한테도 그런 것을 제일 먼저 얘기해줬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항상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경기에 나가는 것을 상당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국민한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저는 태극기만 보면 아직도 가슴이 뭉클뭉클하고 애국가만 나와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저한테 태극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메달의 공도 국민에게 돌렸다. 손흥민은 "금메달은 제가 걸고 있지만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국민이 각자의 일처럼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셨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손흥민의 축구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병역 부담을 덜어낸 그는 토트넘에서 10년 동안 뛰며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강인의 소감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강인은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황선홍호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의 대회 3연패에 힘을 보탰다. 당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막 이적한 그에게도 병역 문제는 큰 관심사였다.

우승 직후 병역에 관한 질문을 받은 이강인은 "사실 그렇게 큰 부담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수월해진 것은 맞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마땅히 거쳐야 할 과정이기에 특별히 다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강인의 소감은 대부분 감사 인사로 채워졌다.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대표해서 첫 우승을 했기 때문에 너무 기쁘다"며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분들,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분들, 항저우까지 와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강인은 병역 부담을 털어낸 뒤 유럽 무대에서 입지를 다졌다. 현재는 스페인 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다.
도쿄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김제덕의 발언도 함께 거론된다. 병역 특례를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김제덕은 "특례를 받은 거지 면제가 아니다"라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현행 병역법상 체육요원은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해당 종목에서 복무해야 한다. 이 기간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 544시간도 채워야 한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기혁은 지난 4일 고개를 숙였다. 이기혁은 "저희의 생각들이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았나 하는 점에서 선수들이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팬분들이 너무 상처받고 안 좋게 바라보셨을 것 같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지난 5일 선수단 귀국 해단식에서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국민과 국군 장병에게 체육회를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썼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스포츠계에서 나온 언행에 대해 국방부 입장에서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궁극적으로는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축·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