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여여한 사람들'-김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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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설가 김도일 두 번째 소설집 출간

삶의 과정에서 자신에게 닥칠 위기와 곤경을 예상할 수 있는 인간은 세상에 없다. 여기 생애 최대의 어려움에 봉착한 7명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그 위기와 곤경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살아오며, 포항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꾸준히 써오고 있는 김도일의 소설집 '여여한 사람들'(득수출판사)은 재난과 변고를 마주한 인간들의 행위와 의식 변화를 담담하면서도 위트 있게 서술·묘사함으로써 자신의 바깥에 있는 타자 역시 보편과 전형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각기 다른 일곱 사람의 이야기가 담겼다.
사방사업이 한창이던 시절의 인간 군상, 태풍과 침수, 가족의 균열, 전세 사기, 산업 현장의 파업과 기업의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일곱 개의 단편소설 속에 녹여내고 있다.
이것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키워드는 ‘사람’.
김도일은 욕망이 누군가를 밀어낼 때, 무심한 방관이 타인의 삶을 무너뜨릴 때, 사회 구조가 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갈 때, 그리고 가족과 관계 안에 쌓여온 상처가 감당하지 못할 순간에 이르렀을 때를 작품 속에 끌어온다. 그리고는 묻는다.
'여여한 사람들'에 수록된 7개의 단편은 각각 다른 시대와 사건 속을 통과한다.
'해방둥이 김개동', '보현이', '막내 순철', '동진만', '경순영', '영주 한철 영규', '모태 신앙인 경환'의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삶의 붕괴와 균열 앞에 마주 선다.
누군가는 욕망 때문에, 누군가는 상처 때문에, 누군가는 무관심과 구조의 벽 앞에서 대책 없이 흔들린다. 그들 모두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론 비겁하고, 이기적이며, 어리석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 김도일은 그들을 심판하지 않는다.
소설가는 판관이 아니기에, 그들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지키고 싶었는지를 객관적 시선으로 오래 바라볼 뿐.
그래서 '여여한 사람들'은 작품 속 인물들이 처한 위기와 곤경, 재난과 재해가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지우기 힘든 흔적을 남긴다.
김도일의 소설이 독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건 바로 이 ‘흔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품집의 표지 사진은 사진작가 김훈이 촬영했다.
파도치는 수면 아래를 볼 수 있는 인간은 없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여’가 물길을 바꾸고 파도를 만든다. '여여한 사람들'은 그 파도를 바라보는 소설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김도일은 2017년 ‘포항 소재 문학상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23년 첫 번째 작품집 '어룡이 놀던 자리'를 출간했고, 이후에도 동료 작가들과 함께 몇 권의 공동창작집을 냈다. '여여한 사람들'은 그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김도일의 신간을 접한 동료 작가 김서령은 “이 책은 아프게 읽히다가도 끝내 위로가 된다. 마음 한구석이 소란하다면, 이 책 속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잠시 여여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란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