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도 아니고 '광주'에 있는 술집에서…온라인 발칵

작성일

“의미 몰랐다” 업주 지적받은 뒤 메뉴 삭제·사과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광주의 한 술집 신메뉴 '피 떡갈비'. / SNS 갈무리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광주의 한 술집 신메뉴 '피 떡갈비'. / SNS 갈무리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한 술집이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비하하는 의미로 쓰여 온 표현을 메뉴 이름에 달았다가 뭇매를 맞았다. 업주는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6일 소셜미디어(SNS) 스레드에는 전남광주시 동구 동명동에 새로 문을 연 한 술집의 메뉴판이 공유됐다. 동구는 지난 7월 전남광주시 출범 전까지 광주광역시에 속했던 자치구다.

공개된 메뉴판에는 ‘피떡갈비’라는 메뉴가 적혀 있다. 메뉴 설명에는 “노릇하게 구워낸 떡갈비 3피스에 케첩을 곁들여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가격은 1만2000원이다.

해당 술집은 이 메뉴를 인스타그램에 소개하면서 ‘피떡’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피떡갈비'는 온라인에서 5·18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혐오 표현으로 사용돼 왔다. 광주의 대표 음식인 떡갈비에 5·18 희생자들의 피를 빗댄 표현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 표현을 썼다가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했다는 비판을 받은 사례가 있어, 누리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 "음식 이름에 저게 뭐냐"며 성토했다.

2021년에는 종합격투기 선수 김상욱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표현을 썼다가 의미를 뒤늦게 알고 5·18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공개 사과했다. 당시 김 선수는 "'피떡갈비'라는 단어를 사용한 뒤 그 뜻이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를 모욕하는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실수가 아닌 잘못임을 인정한다. 올바른 역사적 인식을 위해 근현대사를 공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술집 업주도 손님의 지적을 받은 뒤 메뉴를 삭제하고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해당 술집 업주가 SNS에 게시한 사과문.
해당 술집 업주가 SNS에 게시한 사과문.

업주는 "메뉴를 만들고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표현이 갖고 있는 의미와 맥락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다른 의도나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담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손님께서 메뉴명에 대해 말씀해주셨고 해당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바로 메뉴를 삭제했다"며 "'몰랐다'는 이유가 저희의 잘못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고개 숙였다.

업주는 온라인에서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공유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저희 직원 신상이 다 올라가 있는 게시물들을 보니 답답한 마음"이라며 "불편을 겪으신 분들이 있다면 저에게 따로 연락을 주시면 한 분 한 분 사과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업주를 두둔하는 반응도 나온다. "동네 장사만 하면 모를 수도 있지", "잘못한 건 잘못한 거고, 개인 정보까지 올리는 건 도를 넘었다", "사과까지 했는데 이런 식이면 '피떡갈비' 단어 쓰는 사람들과 뭐가 다르냐"는 의견이다.


스타벅스·배재고 이어 또다시 비하 표현 논란

스타벅스 매장. / 뉴스1
스타벅스 매장. / 뉴스1

5·18을 둘러싼 부적절한 표현 논란은 올해 들어 반복되고 있다.

지난 5월 스타벅스 코리아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전후해 온라인 프로모션에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가 역풍을 맞고 행사를 중단한 뒤 사과했다.

'탱크데이'가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의 탱크를 연상시키고, '책상에 탁!' 역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허위 발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지난 8월 1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인천고와의 1회전 경기 시작에 앞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지난 8월 1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인천고와의 1회전 경기 시작에 앞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 연합뉴스

한 달여 뒤에는 서울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들이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쳐 파문이 일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다.

박강배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역사와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 무감각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 몰랐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몰랐다는 해명이 아니라 무엇을 놓쳤는지 돌아보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