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원 줄게” 한마디에 넘어간 20대들, 대포폰·통장 범죄조직에 넘겼다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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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경찰서, 총책·모집책 등 27명 검거
제주에서 주변 지인을 끌어들여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모은 뒤 보이스피싱과 불법 도박 등에 사용하는 범죄조직에 넘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역 선후배 관계를 중심으로 모집책과 제공자가 잇따라 가담하면서 검거 인원은 27명까지 늘었다.
서귀포에 사무실 차리고 대포폰·통장 모집
서귀포경찰서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20대 A 씨 등 2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4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일러스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https://cdnweb01.wikitree.co.kr/webdata/editor/202610/06/img_20261006114429_84cedeb6.webp)
경찰에 따르면 A 씨와 B 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 초까지 서귀포시 한 상가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대포폰과 대포통장 등을 모집해 다른 지역의 범죄조직에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와 B 씨가 총책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C 씨 등 4명을 모집책으로 끌어들였고, 모집책들은 다시 지역 선후배와 지인 등 21명을 포섭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대포폰은 15개, 대포통장은 25개로 조사됐다. 신분증과 OTP카드 등도 함께 확보됐다. 총책들은 대포폰이나 대포통장 등을 가져오면 건당 약 300만 원을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약속한 금액을 모두 받은 것은 아니었다. 모집책과 명의 제공자가 돈을 나눠 갖거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모은 대포폰과 대포통장 등은 다른 지역의 상선에게 넘어갔다. 경찰은 이를 넘겨받은 조직이 보이스피싱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등 범죄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총책인 A 씨와 B 씨가 조직폭력배 등 별도의 범죄조직에 소속된 것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B 씨로부터 대포폰 등을 모집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좌 정지 상담 요청이 수사 단서로
수사는 지난 3월 가담자 가운데 한 명이 경찰서를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해당 인물은 자신의 계좌가 정지됐다며 상담을 요청했고, 경찰은 확인 과정에서 이 사람이 지인에게 대포통장을 넘긴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이후 계좌와 관련된 인물들을 추적하면서 수사를 확대했다. 대포통장을 직접 제공한 명의자에서 모집책으로, 다시 총책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확인해 관련자들을 차례로 특정했다.
경찰은 총책 2명과 모집책 일부 등 4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범죄수익금 약 5500만 원에 대해서는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진행했다.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실제 범죄에 이용한 조직에 대한 추적도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확보한 대포 수단의 유통 경로와 이를 최종 사용한 범죄조직 등을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적 관계를 이용해 높은 수익을 내세우며 계좌 등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는 제안에 응하지 말고 수사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대포폰·대포통장
대포폰은 통상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휴대전화나 유심 등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해 개통한 뒤 실제로는 제3자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대포통장 역시 계좌 명의자와 실제 이용자가 다른 계좌를 뜻하며 체크카드나 비밀번호, OTP카드 등이 함께 넘어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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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범행 수단으로 보고 있다. 범죄조직이 자신의 신원이나 자금 이동 경로를 감추는 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포폰은 조직 내부 연락이나 피해자와의 통화 등에 쓰일 수 있고, 대포통장은 피해금이 들어오거나 다른 계좌로 돈을 옮기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
명의를 제공한 사람도 범죄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자신이 직접 보이스피싱 전화를 걸거나 피해금을 인출하지 않았더라도 휴대전화나 계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경위에 따라 수사를 받을 수 있다.
돈 준다는 계좌·유심 제공 요구 주의해야
대포폰과 대포통장 범죄를 피하려면 돈을 준다는 조건으로 본인 명의의 계좌나 휴대전화, 유심 등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경계해야 한다.
신분증과 체크카드, 계좌 비밀번호, OTP카드 등 금융거래나 본인 확인에 필요한 수단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행위도 피해야 한다. 아르바이트나 돈벌이를 내세우면서 계좌를 새로 개설하거나 휴대전화를 개통해 전달하라고 요구하는 경우 실제 사용 목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미 계좌번호나 신분증 사진 등 개인정보를 전달했거나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금융회사와 통신사 등에 필요한 조치를 문의할 수 있다. 경찰청은 2026년부터 보이스피싱 통합 신고번호 1394를 운영하고 있으며, 피해가 발생하기 전 개인정보를 넘긴 경우나 계좌번호를 알려준 경우에도 상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