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대체 무슨 일이... 미국 정부, 국정원 직원 비자 발급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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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한국대사관 파견 예정자들 외교관 신분 승인도 보류
미국 정부가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에 파견될 예정인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비자 발급과 외교관 신분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6일 보도했다. 현지 근무를 마친 국정원 소속 주재관의 한국 귀임도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정원 소속 직원들을 워싱턴 주재 외교관으로 보내려 했지만 미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 직원은 해외 대사관에서 공사, 참사관, 서기관 등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한다.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해 온 국정원 고위 주재관은 한국으로 귀임 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업무 인계 등을 위한 미국 측과의 협의가 끝나지 않아 아직 미국을 떠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 발급이 보류된 이유가 미국에 있던 국정원 직원들의 활동 때문인지, 새로 부임할 직원들과 관련된 문제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정부 소식통은 조선일보에 "현직자가 정상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후임자들의 미국 입국과 외교관 신분 승인 문제도 풀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식통은 "이번에 보내려는 직원 상당수는 국정원에서 대북 공작과 정보 업무를 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미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 정보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부임 지연이 길어지면 한미 정보 교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쿠팡 사태를 둘러싼 갈등과 국정원 출신 외교관의 미국 내 정보 활동 논란 등 한미 간 신뢰 문제가 원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의 외교·안보 이익이나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외국 정부 인사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거나 이미 발급한 비자를 취소해 왔다.
쿠팡 문제는 한미 정부와 의회 간 갈등으로 번진 상태다.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진 뒤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는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 조사와 유출 용의자 접촉 등이 국정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국정원은 "쿠팡 측에 어떠한 지시도 한 바 없다"며 국회에 위증 혐의 고발을 요청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로저스 대표 등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달 로저스 대표의 위증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등 다른 전·현직 임원 3명은 위증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쿠팡 사건을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로 보고 관련 공무원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7월 '한국의 미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이라는 중간 보고서를 냈다. 마이클 바움가트너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국 기업을 차별한 외국 정부 공무원을 입국 불허·추방 대상에 포함하는 이민·국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달 16일 하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당시 쿠팡 사건을 거론하며 "이 법은 미 기업에 대한 차별에 가담하고 있는 외국 공무원이 미국에 오기 위해 비자를 신청할 경우 국무부가 이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것이 요지"라고 말했다.
한국 정보기관의 미국 내 활동을 둘러싼 논란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전직 CIA 대북 분석관인 수미 테리는 2024년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면서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미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미 검찰은 공소장에서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외교관 직함을 쓴 국정원 직원들과 테리의 접촉 내용을 문제 삼았다.
한미 정보 당국 간 신뢰 문제도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3월 국회에서 평안북도 구성을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언급한 뒤 미국은 한국에 제공하던 일부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군 당국은 당시 미국 측이 위성으로 수집한 북한의 일부 기술 관련 정보 공유를 제한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대북·대중 인식에 대한 불신도 상당하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미 CIA가 이 원장을 친중 인사로 사실상 못 박으면서 한미 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대중 정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존 물레나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냈다. 물레나 위원장은 서한에서 한중 정상 외교와 한국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투자, 미국 기업과 중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 차이 등을 거론하며 한국의 대외 기조에 '구조적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미 간 현안이 누적되면서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와 정보기관을 바라보는 경계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인 만큼 한미 관계를 조속히 수습하고 정보·외교 채널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