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려와 지뢰 제거하라?…“이런 얼빠진 군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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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대통령이 북한 눈치 보며 기니 군까지 이 모양”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 3명이 다친 가운데, 군의 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군은 지뢰 제거 작전을 "단호한 대응"이라고 자평했지만, 정작 북한의 행위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은 데다 북한에 MDL 이남 지뢰를 직접 제거하라고 촉구해 논란을 키웠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합동참모본부가 북한군에게 우리 MDL에 매설한 지뢰를 제거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이런 얼빠진 군이 있나"며 "이건 군이 아니라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북의 지뢰 도발로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는데 그에 합당하고 상응한 조치도, '도발'이라는 말도 없었고, 대북 확성기는 아예 없었다"며 "북 도발을 피해 장병 개인에 대한 사과로 끝낼 일이냐"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북한에 지뢰를 제거하라는 건, 북한군이 MDL 이남 대한민국 영토로 떼 지어 내려와서 지뢰를 제거하라는 말이냐, 북한군이 내려오면 MDL을 활짝 열고 환영하겠다는 것이냐"며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우리 군이 제 정신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대통령부터 북한 눈치나 살피고 저자세로 기어다니니 군인들이 이 모양"이라며 "군은 군답게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국민이 군을 신뢰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권대원 합참 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지뢰 폭발의 원인이 되고 유엔군사령부가 정전협정 위반으로 인정한 MDL 이남의 북한군 지뢰지대를 낮 12시 51분쯤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북한이 MDL 이남에 설치한 지뢰지대를 자발적으로 제거하지 않을 시, DMZ 평화와 우리 장병의 안전을 위해 지뢰 제거 작전을 지속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북한이 지금이라도 이번 지뢰 폭발로 부상당한 우리 장병들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하며, 정전협정을 위반하여 설치한 지뢰들을 즉시 제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군이 북한의 지뢰 매설을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대응은 미온적이었다는 점이다. 북한군이 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들이 중상을 입었는데도 군은 이를 '도발'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북한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 대응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
북한에 'MDL 이남의 지뢰를 제거하라'고 촉구한 대목 역시 논란을 키웠다. 문자 그대로라면 북한군이 MDL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와 직접 지뢰를 제거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군이 어떤 방식의 지뢰 제거를 요구한 것인지, 북한군의 MDL 이남 진입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았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 군이 전날 실시한 지뢰 제거 작전을 두고 "우리 DMZ 역사상 사실 처음 있는 일"이라며 "단호한 대응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응이 너무 수동적이고 방어적이다'는 지적에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군이 스스로 '단호한 대응'이라고 평가한 것과 국민이 체감하는 대응 수위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뢰 제거가 필요했던 조치라는 점과 별개로,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묻는 군사적·정치적 메시지가 충분했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군과 유엔사의 합동현장조사에 따르면 폭발 현장에는 최소 4발의 지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을 일으킨 북한의 수지(플라스틱)반보병 지뢰 2발, 철수 과정에서 장병들이 목격한 미폭발 지뢰 1발, 군이 지난달 29일 사고 지점 접근 중 발견한 수지반보병지뢰 1발 등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오전 10시 50분쯤 육군 제25사단 관할 DMZ에서 두 차례 지뢰가 폭발해 수색로를 개척하던 군 간부 3명이 다쳤다. 현장에 투입된 18명 중 수색대대장을 포함한 2명이 중상을,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지난달 30일 군과 유엔사는 북한이 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한 것이 맞으며,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