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 떨면서...” 추미애가 영화 '암살자(들)' 보고 남긴 짧고 굵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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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영화 '암살자(들)' 보고 올린 후기에 눈길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영화 '암살자(들)'을 관람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짧은 소감을 남겼다. 영화 이야기로 시작한 글은 6년 전 '채널A 사건' 수사로 이어졌고, 비판은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겨냥했다.

추 지사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암살자(들)' 관람 후기를 게시했다. 그는 "정권의 사익과 부패 카르텔의 이권이 아니라 진정한 국익과 정의로운 역사를 위해서 누군가는 지치지 말고 묻고 또 묻고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왜곡을 방치한다"며 "6년 전 사실도 왜곡하는 검찰세력에 치를 떨면서 오늘 영화 '암살자(들)'을 본 소감"이라고 밝혔다. 몇 줄 되지 않는 짧은 후기였지만, 영화 감상보다 검찰을 향한 비판에 무게가 실린 글이었다.
추미애가 영화 후기에서 언급한 '6년 전 사실'은?
'암살자(들)'은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유해진·박해일·이민호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 도중 벌어진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렸으며, 지난달 23일 개봉했다.
추 지사가 후기에서 언급한 '6년 전 사실'의 정체는 같은 날 그가 페이스북에 따로 올린 장문의 글에서 드러난다. 2020년 불거진 이른바 '채널A 사건' 당시 피의자였던 한동훈 검사장(현 무소속 의원)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끝내 이뤄지지 않은 일이다. 추 지사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다.
추 지사는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로 지난 1일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의 브리핑을 꼽았다. 성 수석은 당시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가운데 일부는 사실과 다르거나 막연한 추정 수준이라고 했다. 채널A 사건 포렌식 거부 의혹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이 독자적으로 수사한 사건인 만큼 김 후보자가 관여할 수도 없었고 관여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조만간 국회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폰 포렌식, 왜 못 했나"…추미애가 되짚은 시간표
추 지사는 글에서 사건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되짚었다. 그는 "채널A 검언 유착 사건에서 한동훈의 핸드폰이 압수되고 피의자로 전환된 후 2020년 7월 2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한동훈과의 특수관계로 인해 '수사에서 손떼라'는 수사지휘를 내렸다"고 적었다. 자신이 법무부 장관 시절 발동한 수사지휘권을 가리킨 대목이다.
추 지사에 따르면 이후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포렌식을 해야 한다고 지휘했다. 그러나 대검찰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포렌식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추 지사의 설명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추 지사는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이 정치무대로 나가기 위해 사퇴한 뒤 후임 검찰총장에 김오수가 지명됐다"며 "그런데 김오수 검찰총장은 자신은 아무런 수사지휘 배제 사유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것'이라는 핑계를 대고 채널A 사건을 지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추 지사가 또 하나의 분기점으로 짚은 시점은 2021년 가을,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진 때다. 그는 두 사건을 "동전의 앞뒤"에 빗대며 "한동훈 폰을 포렌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이때가 김지용이 대검 형사부장으로 있을 때였다"고 했다.
추 지사는 채널A 사건 수사를 초기부터 이끈 이정현 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가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옮긴 뒤에도 포렌식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 당선 한 달 뒤인 2022년 4월, 검찰은 포렌식 없이 사건을 정리하고 한 의원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줬다는 게 추 지사의 주장이다.

"수사지휘 아닌 수사지원"…김지용 측 "일절 관여 안 해"
추 지사는 김오수 전 총장과 김 후보자의 책임을 함께 거론했다. 그는 "검찰총장이 손뗀 채널A 사건은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이 있었던 사건이고 1년 후 관련 사건인 고발사주 사건이 대검 감찰부에 공익 제보된 후인지라 포렌식의 필요성은 가중됐다"며 "그럼에도 검찰총장 직무 배제를 핑계로 포렌식을 하지 않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잘못이 크고 강요미수와 고발사주 등 두 개의 형사사건의 지휘계통에 있는 형사부장 김지용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사지휘 배제 논리를 받아들인다 해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추 지사는 "설령 수사지휘에서 배제되었다는 논리를 받아준다고 하더라도 중앙지검이 요청한 포렌식 승인과 이에 대한 수사비 지원은 '수사지휘가 아니라 수사지원'"이라며 "수사지원이 당연한 대검에서 수사지원을 거부한 것은 중대하고 명백한 잘못"이라고 했다.
추 지사가 김 후보자를 공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16일에도 '악의 평범성과 중수청장 후보 김지용, 기억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김 후보자를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에 빗대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김 후보자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지난달 23일 입장문을 내고 채널A 사건은 2020년 7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했고,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 역시 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 과학수사부 소관이었다고 설명했다. 준비단은 "2021년 6월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부임한 김 후보자는 사건에 일절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글을 맺으며 "이렇게 질기고 질긴 검찰 세력의 협잡이 구석 구석 작동해 윤석열과 한동훈은 법망을 피할 수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검찰 개혁이 드디어 구부 능선을 넘으리라 기대한 때에 도리어 등 뒤에서 다시 총알이 날아와 이런 것을 구구절절 되짚어야 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다"며 "내가 바보다. 시절이 수상하다"고 적었다.

영화 '암살자(들)' 개봉 2주째 이어지는 공방…배우 유해진 자택 앞 집회 신고까지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은 개봉 직후부터 정치권으로 번졌다. 당시 수사당국은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냈다. 그러나 영화가 배후를 특정하지 않은 열린 결말로 끝나자, 일각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시 권력기관이 배후에 있는 것처럼 암시했다며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은 국가원수 부인이 희생된 비극을 상업영화 소재로 삼아 왜곡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공식 입장을 냈다. 제작진은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여권 인사들의 관람 후기도 잇따랐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 지사와 같은 날 SNS에 "극우 그리고 국힘 그 영화 보기는 했나? 보면 감동할걸? 영화 진짜 잘 만들었어^^ 작품성 최고!"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당 이재정 의원도 5일 페이스북에 "이 영화는 명백히 박 대통령의 관여 가능성을 영화적 상상력의 범주 안에도 넣지 않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싫고 불편한 것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논란은 결국 배우 개인에게까지 번졌다. 지난 4일 일부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이 서울 성북구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출연진의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지난 1일 SNS를 통해 이달 3일부터 30일까지 '유해진 규탄, 암살자(들) 제작사 규탄'이라는 명칭으로 집회 신고를 마쳤다고 알린 바 있다. 온라인에서는 유해진이 모델로 활동 중인 브랜드를 겨냥한 불매 운동과 광고 교체 요구까지 나왔다.
유해진 소속사는 "배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신변을 위협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행위로부터 소속 배우의 권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3~5일 예정됐던 개봉 2주 차 무대인사를 모두 취소했다. 감독과 주연 배우들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과 야외무대인사 일정도 거둬들였다.
극장가도 논란을 비켜 가지 못했다. 메가박스는 '암살자(들)' 오리지널 티켓을 관객에게 무료로 나눠줬다가 역풍을 맞았다. 일부 누리꾼은 티켓 디자인이 육영수 여사 피격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며 '패륜 굿즈'라고 비판했다. 메가박스는 "일정이 촉박해 담당자들이 영화를 미리 보지 못한 상태에서 배급 및 제작사와 협의해 굿즈를 제작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역사적 비극과 참혹한 사건이 지닌 엄중함과 무게를 깊이 헤아리지 못해 불편함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메가박스는 남은 수량을 전량 폐기하고, 앞으로 굿즈를 만들 때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한 사회적·윤리적 영향을 꼼꼼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영화계도 목소리를 냈다. 연출·제작·노동 등 각 분야 19개 단체가 모인 영화인연대는 "작품을 둘러싼 논의가 작품의 내용과 해석을 넘어 참여한 개인의 일상과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압박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며, 신상정보 등 사생활 영역으로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성명이 특정 역사 해석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며, 작품 평가는 관객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도 성명을 냈다. DGK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은 영화에 대한 비판이 아닌 인신에 대한 선을 넘은 공격"이라고 했다. 이어 "한 편의 영화에 대한 평가가 창작자의 다음 작업까지 꺾으려는 시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거센 외풍 속에서도 흥행세는 꺾이지 않았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전날인 5일 전체 박스오피스와 좌석판매율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개천절 연휴인 3~5일 사흘 동안 52만 명이 넘는 관객이 들었고, 누적 관객은 240만 명을 넘어섰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추석 연휴 나흘(9월 24~27일) 동안에도 140만 7634명을 모아 정상을 지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