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고춧가루는 '밀봉한 채' 꺼내세요, 열기 전에 녹여야 습기가 덜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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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고춧가루, 큰 봉지째 여는 순간 색과 향이 빠진다
소분과 냉동, 꺼내는 순서까지 한 번에 정리했다

김장을 앞두고 고춧가루를 미리 장만해 두는 시기다. 몇 킬로그램씩 한꺼번에 사 오고 나면 진짜 숙제는 김장 날까지, 그리고 김장이 끝난 뒤까지 그 가루를 어떻게 지키느냐다. 붉은 빛과 매운 향이 빠진 고춧가루로는 양념을 아무리 정성껏 버무려도 김치 맛이 밋밋해지기 쉽다.
큰 봉지를 그대로 두고 쓸 때마다 활짝 여는 방식이 색과 향을 깎는다
고춧가루는 열, 빛, 공기, 수분을 피할수록 색과 향이 오래간다. 반대로 큰 봉지 입구만 접어 선반에 올려 두고 양념을 만들 때마다 활짝 열면, 열 때마다 새 공기와 주방의 습기가 들어가고 조명과 열기도 그대로 받는다. 배추 절이기, 양념 만들기, 속 넣기로 나눠 몇 차례에 걸쳐 김장을 하는 집이라면 개봉 횟수가 그만큼 늘어난다.
보관은 장바구니에서 꺼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구매한 날짜를 포장에 적어 두고, 포장 밀봉이 터지거나 헐거운 곳이 없는지 확인한다. 봉지를 열었을 때 쾨쾨한 냄새가 나는지, 색이 탁하게 바랬는지도 그 자리에서 살핀다. 이상이 있다면 김장 당일에 발견하는 것보다 사 온 직후 구입처에 문의하는 편이 훨씬 낫다.

한 번 쓸 만큼씩 작은 밀폐용기에 나눠 담는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소분(여러 개로 나눠 담기)이다. 큰 봉지를 한꺼번에 열어 놓고 쓰는 대신, 작은 밀폐용기 여러 개에 나눠 담아 두고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쓴다. 소분 단위는 요리 한 번, 혹은 소량 한 배치(한 번에 만드는 분량)로 잡는다. 이렇게 하면 나머지 가루는 열리지 않은 채 보관되고, 본 용기는 가능한 한 적게 열린다.
덜어 낼 때는 깨끗하고 완전히 마른 숟가락을 쓴다. 물기가 아주 조금만 들어가도 가루가 뭉치기 때문에, 젖은 손이나 방금 씻은 숟가락을 쓰고 싶은 유혹은 참아야 한다. 개수대 바로 옆에서 작업하다 물이 튀는 경우도 많으니 마른 도마나 쟁반 위에서 옮겨 담는 것이 안전하다.
평소 국이나 찌개에 조금씩 쓰는 용도와 김장처럼 한꺼번에 쓰는 용도를 따로 나누면 더 편하다. 평소용은 작은 통에 담아 쓰고, 김장용은 양념 한 번 분량씩 묶어 두는 식이다. 용기나 봉투 겉면에는 구매일 혹은 소분한 날짜를 적어 둔다. 날짜가 없으면 몇 달 뒤 어느 통이 먼저인지 냄새로만 가려야 한다.

당장 쓸 몇 주 분은 서늘한 찬장에, 나머지는 날짜를 적어 냉동한다
김장을 한 번에 끝내지 않고 단계별로 진행하는 가정이라면 저장 위치도 둘로 나눈다. 앞으로 몇 주 안에 쓸 분량은 서늘하고 어두운 찬장에 두고, 나머지는 단단히 밀봉한 뒤 날짜를 적어 냉동실에 넣는다. 냉동실 공간이 좁은 아파트라면 납작한 소분 봉지나 작은 용기를 한 칸에 모아 두면 찾기 쉽다. 냉동실에는 냄새가 강한 식품이 함께 있으니 뚜껑이 헐거운 통은 쓰지 않는다.
더키친(The Kitchn)은 건조 향신료 대부분이 대략 6~12개월 안에 쓸 때 신선도가 가장 좋다고 안내한다. 실제로 쓸 수 있는 기간은 보관 방법과 포장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인다. 이 수치는 향신료 일반에 대한 설명이라 고춧가루에 그대로 적용되는 기한은 아니다. 포장에 적힌 소비기한 표시를 먼저 확인하고, 그 기간 안에서도 색과 향이 살아 있을 때 쓰는 것이 좋다.
냉동실에서 꺼낸 가루는 밀봉한 채로 상온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냉동한 가루는 꺼내자마자 열지 않는다. 차가운 가루가 든 통을 바로 열면 주방 공기 속 수증기가 찬 표면에 물방울로 맺히고, 그 물기가 가루 속으로 들어가 뭉침의 원인이 된다. 뚜껑을 닫은 채로 상온에 가까워질 때까지 두었다가 열면 결로(찬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가 가루에 닿는 일이 줄어든다.
같은 용기를 냉동실과 상온 사이로 여러 번 오가게 하는 것도 피한다. 한 통을 꺼냈으면 그 안의 분량을 다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앞서 소분 단위를 요리 한 번이나 소량 한 배치로 잡으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쓰고 남은 가루를 다시 냉동실에 넣으면 물기가 반복해서 드나든다.

가스레인지 위, 식기세척기 옆, 창가는 피한다
고춧가루를 놓는 자리도 중요하다. 가스레인지 바로 위나 옆 선반은 조리 열기가 올라오고, 식기세척기 옆은 작동할 때 열과 수증기가 나오며, 햇빛이 곧장 드는 창가는 빛과 열을 한꺼번에 받는다. 국내 주방에서는 양념통을 레인지 옆에 줄지어 세워 두는 일이 흔한데, 고춧가루만큼은 조리대에서 한 칸 떨어진 문 안쪽 찬장으로 옮긴다.
투명한 통에 담았다면 어두운 수납장 안에 넣어 빛을 막는다. 싱크대 하부장은 습기가 차기 쉬운 자리이니 고춧가루는 되도록 상부장 안쪽에 둔다. 밀폐용기라고 해서 열과 빛을 막아 주는 것은 아니므로 놓는 자리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냄새와 덩어리를 보고 버릴 때를 정하고, 남은 가루는 평소 요리에 먼저 쓴다
보관을 아무리 잘해도 확인은 필요하다. 가루에서 쾨쾨한 냄새, 기름 쩐 냄새,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넓게 번진 축축한 덩어리가 보이면 버린다. 아깝다고 김장 양념에 섞으면 한 번에 많은 양의 김치를 망치게 된다. 마른 가루가 약간 엉겨 붙은 정도와 축축하게 번진 덩어리는 다른 문제이니, 냄새와 상태를 함께 본다.
날짜를 적어 두는 습관은 남은 가루 관리에도 쓸모가 있다. 김장이 끝난 뒤 남은 가루는 다음 김장까지 끌고 가지 말고, 먼저 소분한 날짜가 오래된 통부터 평소 국과 찌개, 무침에 쓴다. 다른 건조 가루 양념도 열, 빛, 공기, 수분을 피하고 마른 숟가락으로 덜어 쓰는 원리는 같다. 소분 단위는 요리 한 번 또는 소량 한 배치이며, 본 용기는 가능한 한 적게 여는 것이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