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혐오 시설인가"… 금메달 따고도 귀국길 침울·고개 숙인 한국 축구 대표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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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4연패 대업 달성하고도… 축하 대신 '사죄의 장'으로 변한 귀국길

일본 안방에서 일궈낸 사상 초유의 아시안게임 4연패가 일부 선수들의 '가벼운 입'과 '경솔한 행동' 하나에 빛이 바랬다. 태극마크의 자부심 대신 오직 '군 면제'라는 혜택에만 매몰된 이들의 경솔한 언행에 대중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를 만든 이민성호 이기혁이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를 만든 이민성호 이기혁이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우승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축구 팬들과 국민들에게 씁쓸함과 충격을 안긴 논란이 터져 나왔다.

'전역모' 사진에 '군 면제만 보고 뛰어' 인터뷰까지… 거센 후폭풍

논란의 한가운데에는 19세 막내 박승수(뉴캐슬)와 차세대 간판 양민혁(베스테를로)이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를 만든 이민성 감독이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양현준 등 선수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있다. / 뉴스1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를 만든 이민성 감독이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양현준 등 선수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있다. / 뉴스1

이번 대회 내내 경기에 투입되지 않다가 결승전 막판 교체 투입된 박승수는 우승 직후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쓰고 해맑게 웃는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버젓이 공개했다. 아직 훈련소 문턱도 밟아보지 않은 10대 유망주가 국방의 의무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사진을 황급히 삭제했으나 이미 캡처본이 퍼지며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여기에 양민혁의 인터뷰가 기름을 부었다. 귀국 후 취재진을 만난 양민혁은 "메달이나 트로피보다는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고 발언했다. 심지어 대표팀 훈련 중 '이등병의 편지'를 틀어놓고 뛰었다는 사실까지 마치 무용담처럼 자랑스레 털어놓았다. 이는 국가대표로서 거둔 금메달의 가치를 '합법적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스스로 깎아내렸다는 지적과 함께 거센 비판을 불렀다.

반면 결승골의 주역 엄지성(스완지시티)은 "병역 혜택보다 금메달이라는 목표만을 생각했다"며 에이스다운 품격을 지켜 선 넘은 동료들의 가벼운 언행과 완벽하게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맹폭으로 확산된 논란… "병역 특례 전면 재고해야"

선수들의 경솔한 행동은 결국 정치권과 체육계 고위 인사들의 맹폭으로 이어졌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를 만든 이민성호의 배준호가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여성팬들이 들어달라는 종이를 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를 만든 이민성호의 배준호가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여성팬들이 들어달라는 종이를 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SNS를 통해 "군대가 혐오 시설인가. 매년 입대하는 청년들은 모두 호구인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지뢰 사고로 발목을 잃은 군 장병의 희생을 언급한 안 의원은 "국가를 욕보이고 군대를 혐오하는 이들에게 군 면제는 가당치 않다"며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 제도를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역시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며 씁쓸함과 유감을 감추지 못했다.

숙여진 고개… 축구협회 공식 사과문 발표 및 선수단 반성

들끓는 비난 여론 속에 금의환향해야 할 대표팀의 귀국길은 '사죄의 장'으로 변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선수단은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기혁은 귀국 현장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의 무게를 더 생각했어야 했다. 선수들 모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뒤늦은 사과를 전했다.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대 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대 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논란이 확산되자 대한축구협회도 지난 4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축구협회는 "4연속 금메달이라는 성과에 기쁨을 주체할 수 없던 나머지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과 인터뷰로 많은 국민 여러분과 현역 장병들께 실망과 상처를 안긴 점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단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두가 짊어져야 할 병역 의무의 무게감을 잘 인지하고 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과 행동으로 국민들께 불편함을 안긴 것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면서 "선수들은 이번 결과로 얻어진 혜택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으며, 향후 예술체육요원에게 주어지는 책무를 성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사례를 계기로 국가대표 소양 및 윤리교육을 강화하여 국민 정서와 사회적 눈높이에 부합하는 선수단 품행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