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정수진 "감독 때문에 체중 초과...토하고, 머리카락까지 잘랐지만 출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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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착오로 계체 탈락...100g의 비극
당일 계체 오류로 첫 경기 불참, 무엇이 잘못됐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경기 당일 무작위 계체를 통과하지 못해 실격된 유도 국가대표 정수진(용인대)이 지도자에게 계체 대상이 아니라고 안내받아 체중을 회복했다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고, 대표팀 총감독은 “우리의 실수”라고 인정했다.

정수진은 4일 자신의 SNS에 지난달 3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48㎏급 경기에서 계체 탈락으로 출전하지 못한 경위를 공개했다.

정수진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대회 전 공식 계체를 힘들게 통과했고 경기 당일 오전까지도 체중을 관리했다. 여자 48㎏급 선수인 정수진에게 경기 당일 무작위 계체에서 허용되는 체중은 50.4㎏까지였다.

정수진은 경기 당일 아침 계체 추첨 결과가 나온 뒤 감독과 코치가 확인했고, 같은 팀 남자 선수 한 명만 계체 대상이며 자신은 대상이 아니라고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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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체중을 많이 감량했으니 회복하라는 지도자의 말을 믿고 죽 약 300g, 바나나 200g, 이온음료 600g 정도를 섭취했다고 밝혔다. 이후 몸을 풀며 타지키스탄의 알리야 무미노바와 치를 첫 경기를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수진은 아침 계체가 끝나기 15분 전쯤 자신도 계체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먹은 것을 모두 토하고 머리카락을 자른 뒤 계속 뛰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체중을 줄이려 했지만 허용 기준보다 100g 이상 초과해 계체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정수진은 매트에 올라 상대 선수와 경기를 치르지도 못한 채 16강에서 탈락했다. 전날 공식 계체를 통과했지만 경기 당일 무작위 계체에서 탈락한 것이다. 당시 정수진의 초과 체중은 100g으로 알려졌다.

정수진은 자신의 책임도 인정했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계체 추첨 결과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면서도, 그동안 대표팀에서 지도자의 안내에 따라 움직여온 만큼 지도자의 말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지도자들이 귀국 후 자신들이 책임지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남은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집중했고 자신에게는 비난이 쏟아졌다고 주장했다. 귀국 당일 아침에는 감독이 자신에게 “이대로 마무리가 돼야 조용히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아시안게임 마치고 귀국한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 뉴스1
아시안게임 마치고 귀국한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 뉴스1

이에 대해 정성숙 유도대표팀 총감독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의 실수로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우리의 실수”라고 인정했다. 정 총감독은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며 대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한유도회도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대표팀이 귀국한 뒤 내부 평가회를 열어 정확한 경위를 다시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을 이해하려면 유도에서 체급이 왜 중요한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도는 상대를 메치거나 누르기 위해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체중과 힘을 활용하는 종목이다. 같은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체중이 크게 차이나면 상대를 들어 올리거나 균형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힘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체급을 나누는 이유는 선수의 체격과 체중 차이를 일정 범위 안에서 제한해 보다 비슷한 조건에서 승부를 펼치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48㎏급 선수와 60㎏급 선수가 아무런 체급 제한 없이 맞붙는다면 단순히 기술만으로 승부를 가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체중이 무거운 선수는 상대를 들어 올리거나 버티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이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도는 기술과 힘, 균형 감각을 겨루는 종목인 만큼 체중 차이가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선수의 실제 체중이 경기 전날 계체를 통과한 수준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은 자신이 출전할 체급에 맞추기 위해 대회 전부터 체중을 관리한다. 반대로 경기 직전까지 지나치게 체중을 낮추는 것도 경기력과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체중 조절 자체가 유도 선수들에게 중요한 경기 준비 과정이 된다.

이 때문에 국제유도연맹은 공식 계체 외에 경기 당일 무작위 계체 제도를 운영한다. 경기 전날 계체를 통과한 선수가 경기 직전 체중을 크게 늘려 체급 제한의 실질적인 의미를 약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국제유도연맹 규정에 따르면 무작위 계체 대상 선수는 해당 체급의 공식 한계 체중보다 5%를 초과할 수 없다. 무작위 계체에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대상 선수는 경기 당일 추첨을 통해 선정되며, 무작위 계체를 통과하지 못하면 경기에 나설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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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에게 적용된 기준도 이 규정에 따른 것이다. 48㎏급의 5%는 2.4㎏이기 때문에 경기 당일 무작위 계체에서는 50.4㎏까지 허용된다. 정수진은 이 기준보다 100g 이상 초과하면서 탈락했다. 불과 100g이었지만 규정상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을 넘었기 때문에 상대 선수와의 경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

무작위 계체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이유에는 선수들의 무리한 체중 감량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선수들이 평소 자신의 체중보다 훨씬 낮은 체급에 출전하기 위해 경기 직전까지 체중을 극단적으로 줄인 뒤 계체가 끝나자마자 다시 체중을 늘리는 방식이 반복되면 체급 구분의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 경기 당일에도 일정 범위의 체중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이런 차이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이번 정수진 사례는 이 규정이 얼마나 작은 체중 차이에도 엄격하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전날 공식 계체를 통과했더라도 경기 당일 무작위 계체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다시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기준을 넘으면 경기 자체에 출전할 수 없다.

정수진은 2024년과 2025년 주니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성인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확인하고 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첫 아시안게임이었다. 그러나 경기 당일 무작위 계체에서 기준을 넘으면서 첫 경기조차 치르지 못했다.

이번 사안에서 남은 쟁점은 경기 당일 계체 대상자 추첨 결과가 대표팀 내부에서 어떻게 확인되고 선수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다. 정수진은 자신이 대상자가 아니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정성숙 총감독은 대표팀의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대한유도회는 대표팀 귀국 이후 내부 평가를 통해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