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입고 이중생활한 경찰... 지인 나체 합성 등 5600개 성 착취물 소지·제작·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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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임용 2년 전부터 시작된 범행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해 지인의 얼굴을 합성한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현직 경찰관이 성 착취물·허위 영상물 소지 및 허위 영상물 제작·반포 등 혐의로 구속됐다.
해당 피의자는 서울동대문경찰서 소속 교통과 소속 A 씨로 다른 경찰의 잠입 수사를 통해 덜미를 잡혔다.
수사 기관의 압수수색 결과 A 씨의 전자기기에서는 아동 및 청소년 성 착취물과 불법 촬영물을 포함해 총 5600여 개의 불법 영상물이 발견됐다.
더욱이 A 씨는 2024년 4월 경찰 조직에 입직하기 전 동종 범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제복을 입은 후 범행을 장기간 지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는 4일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신분 위장 수사망에 걸려든 범인의 실체
경찰청은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기반으로 은밀하게 확산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신분 위장 수사 기법을 투입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12월 텔레그램 내 허위 영상물 유포 대화방을 추적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잠입 수사 허가를 발부받았다.
이러한 위장 수사 방식은 엔번방 및 박사방 사건을 계기로 2021년 9월 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수사 현장에 도입됐다.
이어 지난해 6월부터는 성폭력처벌법에 근거를 두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도 전면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신분을 감춘 수사관은 대화방에 잠입해 수개월간의 끈질긴 추적 작업을 진행했다.
데이터 추적 결과 불법 영상물 유포자의 신원은 서울동대문경찰서 교통과에서 근무 중인 현직 경찰관 A 씨로 특정됐다.
온라인 공간에서 텔레그램 방을 운영하며 디지털 성범죄를 일삼던 인물이 현실에서는 단속의 주체인 경찰 제복을 입고 근무해 온 사실이 입증됐다.
디지털 포렌식으로 드러난 5600여 개의 불법 영상물
경찰 수사팀은 지난 8월 A 씨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최초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은 허위 영상물 3개를 반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기기 분석 과정에서 수사 기관의 초기 예상을 뛰어넘는 방대한 규모의 여죄가 쏟아졌다.
분석 결과 A 씨가 소지한 영상물은 허위 영상물 2600여 개와 아동 및 청소년 성 착취물 1600여 개, 그리고 불법 촬영물 1300여 개를 합쳐 총 5600여 개로 집계됐다.
A 씨의 범행은 단순 소지에 그치지 않았다. 조사 결과 A 씨는 2022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나체 합성 허위 영상물 400여 개를 직접 제작했다.
또한 여성의 신체를 불법으로 몰래 촬영한 불법 촬영물 역시 다수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생산된 허위 영상물 중 수십 개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외부로 유포됐다.
입직 전 기소유예 이력과 소속 관서의 직위해제 조치
이번 사건은 공공 기관 채용 및 인사 검증 시스템의 맹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A 씨가 정규 경찰관으로 임용된 시기는 2024년 4월이다. 불법 영상물 제작 범행이 2022년 3월부터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입직 약 2년 전부터 범죄를 저질러 왔으며 경찰관 신분을 취득한 이후에도 2년 넘게 지속해서 범행을 이어온 셈이다.
특히 A 씨는 경찰 입직 전 이미 동종 사건으로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고 기소유예 처분을 한 차례 받은 전력이 파악됐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나 제반 상황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으로 실질적인 범행 사실이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기소유예 전력은 임용의 절대적 결격 사유가 되지 않아 A 씨는 정상적으로 제복을 입을 수 있었다.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A 씨는 자신의 혐의를 자백했다.
서울동대문경찰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부산경찰청의 수사 개시 통보 직후 A경장을 대기발령 조처했으며 현재는 직위해제된 상태"라며 "자세한 혐의와 수사 경위 등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구속돼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위장수사 제도가 도입된 2021년 9월 24일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총 1503건의 위장수사가 실시돼 피의자 2,873명을 검거하고 164명을 구속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 목적 대화(온라인 그루밍) 미수범 처벌 규정이 발효된 이후 경찰의 선제적 개입이 활발해지면서 올해 1~8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급증한 598건의 위장수사가 집행됐다.
범죄 유형별로는 판매·배포 등 유포 피의자가 1561명(54.3%)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