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4’ 노재원, 박태영 악역 아니라고 한 이유…“변명은 찾아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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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이 ‘타짜: 벨제붑의 노래’ 박태영을 악인이 아닌 이해하고 싶은 인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변요한과의 재회, 마지막 카드 게임 비하인드와 누적 관객 120만 명 돌파 소식을

드라마 '타짜4' 포스터 (사진=SBS)
드라마 '타짜4' 포스터 (사진=SBS)

배우 노재원이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 맡은 박태영을 악역으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재원은 인터뷰에서 “박태를 절대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적어도 이 사람의 변명은 찾아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상업영화 첫 주연작인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누적 관객 120만 명을 넘어섰다.

상업영화 첫 주연,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범죄 영화다. 감독은 최국희가 맡았다.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던 장태영(변요한 분)과 그의 모든 것을 빼앗은 같은 이름의 절친 박태영(노재원 분)이 글로벌 도박판에서 다시 만나 복수의 한판을 벌이는 이야기다. 노재원은 극 중 박태영을 연기한다.

노재원에게 이 영화는 오랜 시간 이어진 ‘타짜’ 시리즈 합류작이자 상업영화에서 처음 맡은 주연작이다. 그는 “기분이 참 꿈만 같다.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당연히 캐스팅된 게 아니라 정말 운 좋게 찾아온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응을 대하는 태도도 같은 선상에 있다. 노재원은 “좋게 봐주셨다면 너무 감사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받아들일 준비도 돼 있다. 저는 그냥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드라마 ‘타짜4’ 관련 이미지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드라마 ‘타짜4’ 관련 이미지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대본이 먼저였다…“기존 ‘타짜’와 너무 다른 이야기”

드라마 ‘타짜’의 한 장면 (사진=SBS)
드라마 ‘타짜’의 한 장면 (사진=SBS)

‘타짜’라는 이름의 무게보다 노재원을 먼저 움직인 것은 대본이었다. 노재원은 “많은 분이 시리즈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냐고 물어보셨는데, 부담감보다는 대본 자체가 기존 ‘타짜’와 너무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박태영이라는 캐릭터가 자신에게 들어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2006년 개봉한 ‘타짜’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이자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한국을 넘어 일본과 베트남을 오가는 배경을 바탕으로 화투가 아닌 포커를 앞세우며, 전편들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독립된 이야기를 내놓는다. 노재원은 “아마 ‘타짜’의 그늘 속에 있는 이야기였다면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작 만화를 본 소감도 전했다. 노재원은 “만화를 보면서 감탄했고 ‘타짜’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난 이야기였다”며 “제목을 ‘타짜’라고 안 해도 될 정도로 새로운 이야기인 게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악인 아닌 박태영…“변명은 찾아주려 했다”

극 중 박태영은 천부적인 머리와 지독한 노력으로 스스로를 증명해온 인물이다.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장태영을 남몰래 질투하다 결국 배신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카지노를 세우며 숨겨온 욕망을 드러낸다. 목적을 위해 선을 넘는 데 주저하지 않아 결과만 놓고 보면 악에 가깝게 그려진다.

노재원의 시각은 다르다. 그는 “원작에서는 박태의 서사가 훨씬 깊고, 촬영한 분량에도 장태를 닮고 싶어 하거나 주변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이 더 있었다”며 “그런 장면들이 편집되면서 영화에서는 훨씬 악인처럼 보이게 됐지만, 그것도 영화를 위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편집 분량이 약 4시간에 달했을 만큼 박태영의 서사를 담은 장면이 많았다.

캐릭터를 대하는 원칙도 밝혔다. 노재원은 “저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사람은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태영에 대해서는 “내가 내 삶을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당연히 칭찬받아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합리화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분신 같은 친구, 변요한을 따라 하며 쌓은 질투

동경과 애정, 질투가 한 사람을 향해 뒤엉키는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노재원은 자신의 경험을 끌어왔다. 그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가장 존경한다는 건 축복이면서 큰 불행일 수도 있다”며 “저한테도 제일 친한 친구가 있는데 모든 걸 닮고 싶고 배울 게 정말 많은 친구”라고 말했다. 박태영을 연기하면서 그 친구와의 관계를 가장 많이 녹여냈다는 설명이다.

변요한의 모습도 힌트가 됐다. 노재원은 변요한의 모든 것을 닮고 싶어 하는 박태영의 행동에서 실마리를 얻었고, 의도적으로 같은 브랜드의 옷을 사는 등 여러 행동을 따라 했다. 촬영 기간에는 매일 통화하며 변요한의 번호를 ‘장태’라고 저장해 둘 정도로 인물에 몰입했다.

작품마다 준비법이 다른 점도 언급했다. 노재원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때는 노량진에서 컵밥을 많이 먹었고, ‘오징어 게임’ 때는 연습실에서 클럽 음악을 틀고 혼자 춤을 췄다고 소개했다. 박태영을 준비할 때는 가장 친한 친구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는 “그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변요한이라는 사람을 마주하니까 질투라는 감정이 확 생기더라”고 말했다.

홀덤은 박태영이 유일하게 증명받는 도구

포커를 앞세운 영화인 만큼 노재원은 홀덤을 이해하고 손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박태영에게 홀덤은 자신이 유일하게 증명받는 하나의 도구”라고 말했다. 남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학창 시절 장면이 더 많았고, 스스로를 불운아라고만 생각하던 인물이 카드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은 일종의 행운이었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카드 장면의 비중이 컸다. 노재원은 “나를 증명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카드 신들이 유독 중요했다. 홀덤을 많이 공부하고 카드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태영이 장태영의 곁에서 박탈감을 쌓는 계기로는 투자처를 정하려고 동전을 던지는 초반 장면을 꼽았다. 운에 선택을 맡길 수 있는 장태영과 달리 박태영에게는 그 방식부터 불리하게 느껴진다. 장태영의 선택이 맞아떨어지고 직원들마저 그의 운을 치켜세우자 박태영은 또 한 번 자신의 자리를 확인한다. 노재원은 “그런 감정이 과거부터 켜켜이 쌓이다가 동전을 던지는 장면에서 결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태희를 향한 선택, “지금도 잘 못 보겠다”

박태영의 감정이 가장 극단으로 치닫는 순간은 태희와 마주하는 장면이다. 자신을 키워주고 사랑했던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해야 하는 대목이다. 노재원은 “태희를 죽이는 장면은 지금도 잘 못 보겠다”며 “원래 태희에게 구애하는 장면이 꽤 많았다. 선물을 주기도 하고 고백도 더 길게 한다”고 말했다.

연기 방향은 박태영이 장태영을 배신했고 불법적인 일을 했다는 사실을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는 쪽에 맞췄다. 노재원은 “그 장면에서 하나의 트리거가 됐던 건 ‘악마 같은 새끼’라는 말이었다”고 짚었다.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들어온 인물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같은 말을 듣고 뺨까지 맞았을 때 큰 동기가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태영을 통해 얻은 것도 있다. 노재원은 “장태영은 박태영을 불운아라고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꼬여 있었던 것뿐”이라며 “내 삶이 힘들거나 지칠 때 어쩌면 나만의 착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힌트를 배웠다. 그런 점이 되게 뿌듯했다”고 말했다.

변요한과 두 번째 만남, 마지막 카드 게임의 눈물

노재원과 변요한은 디즈니+ ‘삼식이 삼촌’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노재원은 작품이 끝난 뒤 변요한이 어느 날 밤 전화해 “나는 네 연기가 맞다고 생각한다. 꼭 주연 해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1~2년 뒤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 가장 친한 두 캐릭터로 다시 만났다. 그는 “감회가 새로웠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두 배우는 변요한이 베트남 분량을, 노재원이 자신의 분량을 따로 소화하면서 서로의 연기를 모르는 상태로 마지막 카드 게임에서 마주했다. 대본에는 ‘맹수 둘이 눈을 마주친다’는 지문이 있었지만, 노재원은 막상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최국희 감독도 처음에는 의아해하다가 “이게 좀 리얼한 것 같다”고 했다는 후일담이다.

변요한 쪽 촬영에서는 장태영의 과거 이야기에 눈물이 났지만, 카메라가 노재원에게 돌아오자 변요한이 의도적으로 다른 톤으로 연기했다. 노재원은 영향을 받아 눈물이 나지 않았고, 끝까지 박태영의 입장에서 차갑게 장태영을 마주했다. 변요한은 노재원을 “연기 바보”라고 표현했다.

흥행 성적과 500만 공약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지난 23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했다. 개봉 전 청불 영화 역대 최고 예매량을 경신했고, 추석 연휴 한국 영화 경쟁에서 2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은 120만 명을 넘어섰다.

노재원은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하면 에이티즈의 ‘BAD’를 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영화를 두고 “되게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며 “볼 때 유쾌하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다가도 생각할 거리가 있다”고 소개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노재원은 “주변을 살피고 사람들을 챙기고 다 같이 만드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저에게만 몰두했던 시간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역할도 하고 싶다고 했다. 차기작은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