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유해진 자택 앞 '집회' 진짜 벌어져...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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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논란, 배우 사생활 침해로 확대
영화 비판과 인신공격, 법적 선 어디까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 집회와 광고계약 철회 요구 등 배우 개인을 겨냥한 행동으로까지 번지면서 작품에 대한 비판과 배우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자유연대와 벨라도는 4일 유해진의 자택으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의 단독주택 앞에서 ‘암살자(들)’ 제작사와 배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이날 집회에는 약 50명이 참석했다. 신자유연대는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배우들의 대국민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고, 벨라도는 유해진이 이른바 ‘우파 영화’에도 출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집회 참가자들은 유해진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버거킹과 키움증권 등 기업 본사를 찾아 계약 철회를 요구하는 활동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신자유연대는 유해진의 자택으로 알려진 장소를 대상으로 집회를 신고하면서 배우 개인을 직접 겨냥한 행동에 나섰다. 지난 2일 공개된 집회 신고 내용에는 10월 3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오후 집회를 열고 20명이 참여하는 계획이 담겼으며 방송차량과 음향장비도 준비물로 기재됐다.

영화 '암살자(들)'의 주연 배우 유해진 / 뉴스1
영화 '암살자(들)'의 주연 배우 유해진 / 뉴스1

이날 오후에는 또 다른 보수단체인 호국연합방패단이 영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건물 앞에서 대국민 및 유가족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고 인원은 30명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영화뿐 아니라 제작진과 출연 배우를 대상으로 한 항의 행동이 잇따르면서 영화의 역사적 해석 문제와 배우 개인에 대한 책임 문제는 별도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암살자(들)’이 논란이 된 출발점은 영화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루면서 당시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건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는 데 있다. 당시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그 과정에서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는 것이 정부 발표를 비롯해 오랫동안 알려진 사건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영화는 이 사건에서 남겨진 의문과 기록을 소재로 형사와 기자 등이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극영화 형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수사 결과와는 다른 가능성을 영화적 설정으로 다루면서 일부에서는 중앙정보부 등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작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과 육영재단, 박정희학술원 등은 영화가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실제 사건처럼 묘사했다며 제작진의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반면 제작진은 영화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실제 사건과 관련한 기록과 자료,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조사한 뒤 실제 인물과 사건을 모티브로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해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고, 극중 가설이나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한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영화 '암살자(들)' 주연 배우 유해진 / 뉴스1
영화 '암살자(들)' 주연 배우 유해진 / 뉴스1

허진호 감독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피격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전제로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영화계에서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의 경우 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극적 구성과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의 해석과 사실관계에 대한 평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나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관객의 비판과 다양한 평가를 존중하면서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하거나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와 창작자에게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는 우려를 표했다.

논란이 배우들에게까지 확산한 것은 유해진이 영화의 주연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배우가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 영화 속 역사적 설정이나 제작진의 해석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는 극중 인물을 연기한 출연자이고, 영화의 시나리오와 역사적 해석을 결정하는 제작·연출 과정에는 감독과 제작사, 각본 등 여러 주체가 관여한다.

배우를 비판하는 것 자체가 모두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영화 내용에 대한 비판이나 배우의 작품 선택에 대한 의견 표명, 합법적인 범위의 불매운동과 계약 철회 요구 등은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판단될 수 있다. 실제로 광고주에게 계약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특정 배우에게 허위사실을 퍼뜨리거나 협박하는 것은 법적으로 같은 행위로 볼 수 없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비판의 내용과 방법이다. 배우가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로 하지 않은 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면 명예훼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며,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더 무거운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진실한 사실이면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어 구체적인 표현과 목적을 함께 따져야 한다. 단순히 불쾌한 표현을 넘어 사실 적시 없이 사람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리는 표현은 모욕죄가 문제될 수 있다.

영화 '암살자(들)' 주연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 뉴스1
영화 '암살자(들)' 주연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 뉴스1

자택을 직접 겨냥한 행동은 또 다른 쟁점을 낳는다. 집회·시위 자체가 곧바로 불법인 것은 아니지만,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 등에서 집회로 인해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거주자나 관리자가 보호를 요청하면 경찰이 집회나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신고가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장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무제한 집회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의 소음, 접근, 통행 방해, 사생활 침해 여부 등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반복적으로 주거지 주변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동도 상황에 따라 스토킹처벌법 문제가 될 수 있다. 현행법상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주거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등으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고, 이러한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어지면 스토킹범죄 성립 여부가 문제된다. 대법원도 올해 판결에서 단순히 행위가 두 번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반복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시간적·장소적 연관성과 행위의 계속성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해진 자택 앞에서 벌어진 집회 / 유튜브 '연합뉴스TV'
유해진 자택 앞에서 벌어진 집회 / 유튜브 '연합뉴스TV'

집회 과정에서 배우의 주거지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나 사진을 온라인에 반복적으로 퍼뜨리는 행위 역시 별도의 법적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주거지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면서 특정인의 사생활과 안전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단순한 영화 비판과는 성격이 달라진다.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주소나 사진 등 사생활 정보를 동의 없이 공개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광고주를 대상으로 한 행동도 방법에 따라 법적 성격이 달라진다. 기업에 계약 해지를 요구하거나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 자체가 곧바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력을 행사해 기업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수준으로 나아간다면 업무방해죄가 문제될 수 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인원수와 세력의 형태, 장소와 목적, 업무의 종류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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