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도 엄지성도 아니었다…아시안게임 대한민국 MVP로 ‘깜짝 선정’된 이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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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디스크 이겨내고 극적 역전승으로 2관왕 쾌거
41-44 절망에서 45-44 대역전, 아시안게임 명장면
안세영도, 엄지성도 아니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최우수선수(MVP)의 주인공은 남자 펜싱 사브르 2관왕 오상욱(30·대전광역시청)이었다. 오상욱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펜싱의 자존심을 지켰고, 특히 단체전 결승에서는 패색이 짙던 순간 4점을 연속으로 뽑아내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허리 디스크에 따른 고질적인 통증을 안고도 끝까지 버틴 그의 투혼은 결국 현지 취재단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오상욱은 4일 발표된 현지 취재단 MVP 투표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한국 선수단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대한체육회는 오상욱에게 상금 3000만 원을 지급한다. 김택수 국가대표선수촌장은 이날 일본 나고야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상욱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우승했고, 특히 단체전 결승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개인전 2연패에 단체전 4연패까지…오상욱이 만든 두 번의 금빛 순간
오상욱은 지난달 23일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선천펑(중국)을 15-13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개인전 2연패를 달성했다. 이미 세계 정상급 기량을 인정받고 있던 오상욱은 이번 대회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의 간판이라는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사흘 뒤인 26일에는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대구광역시청), 황희근(국군체육부대)과 함께 단체전에 나섰다. 결승 상대는 개최국 일본이었다. 승부는 마지막까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다. 한국은 41-44로 뒤지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지만, 마지막 9라운드에 나선 오상욱이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오상욱은 당시 상황을 두고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몇 점 내줬으나 그 데이터로 입력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며 그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그는 41-44에서 4점을 연속으로 따내며 45-44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패색이 짙던 결승을 단숨에 뒤집은 장면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전체를 통틀어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남았다.
당시 오상욱이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낙심한 도경동에게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말한 사실도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도경동은 “상욱이 형이 ‘내가 해줄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라고 해줬다”며 “형에게 짐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기면서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낸 것 같다”고 전했다.
허리 통증에도 2관왕…통산 금메달 5개로 구본길 추격

오상욱의 이번 2관왕은 몸 상태를 감안하면 더 의미가 컸다. 그는 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한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안고 대회에 나섰지만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정상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오상욱은 2회 연속 아시안게임 2관왕을 달성했고,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는 개인전 5연패, 단체전 4연패라는 기록까지 이어갔다.
이번 대회를 통해 오상욱은 아시안게임 통산 다섯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사브르 최다 금메달 기록을 보유한 구본길의 6개와는 이제 단 한 개 차이다. 개인 성적뿐 아니라 한국 남자 사브르의 연속 우승 기록까지 함께 지켜냈다는 점이 MVP 선정에 힘을 실었다.
대한체육회는 오상욱 외에도 별도 심사를 통해 각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다. 투혼상은 테크볼 금메달리스트 이준석, 기량발전상은 카누 2관왕 조광희·김효빈, 지도자 리더상은 3대3 남자 농구 배길태 감독이 받았다. 배드민턴 박주봉 총감독과 육상 남자 마라톤 박민호,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강준이, 요트 하지민,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김종호는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안세영·김주형도 빛났다…한국은 금메달 39개로 종합 3위

16일간 이어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4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한국은 금메달 39개, 은메달 43개, 동메달 68개로 중국과 일본에 이어 종합 3위를 기록했다. 금메달 수만 놓고 보면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가장 적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49개, 2022 항저우 대회 42개에 이어 이번 대회 39개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다만 모든 종목이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침체했던 구기 종목의 반등은 분명했다. 농구는 남녀 대표팀과 남자 3X3 대표팀이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3개의 금메달을 안겼다. 야구와 축구는 일본을 꺾고 각각 5연패와 4연패를 달성했고, 여자 핸드볼도 일본을 제치고 8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개인 종목에서는 오상욱과 함께 안세영, 김주형 등이 이름값을 했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고, 김주형은 남자 골프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양궁 리커브 이우석도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올랐다. 처음 도입된 테크볼에서는 이준석이 초대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쿠라시에서는 김민영이 한국 선수단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빛난 종목과 흔들린 종목…운영 문제까지 남긴 대회

반대로 전통적인 강세 종목의 부진은 숙제로 남았다. 양궁은 금메달 3개에 그쳤고, 여자 리커브에서는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수영도 금메달 1개에 머물렀다. 김우민의 부상 변수가 있었지만, 항저우 대회에서 6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태권도는 금메달 3개를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2개가 품새에서 나왔고, 겨루기에서는 송다빈의 금메달 1개에 그쳤다. 유도는 허미미가 여자 57㎏급 금메달을 따냈지만 전체적으로는 은메달 3개와 동메달 4개에 머물렀다. 탁구는 금메달과 은메달을 모두 따내지 못했고, 육상과 레슬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회 운영에서도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선수단 수송과 숙소 배정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고, 국가 연주 오류와 선수단 소개 오류가 반복됐다. 한국 선수단을 잘못된 국가명으로 소개하거나 경기에서 북한 국가가 나오는 일도 발생했다.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 금메달을 안긴 축구 대표팀 시상식에서는 태극기가 제대로 게양되지 않는 일까지 벌어졌다. 참가 인원 증가로 객실 중복 배정과 잘못된 숙소 배정, 교통 문제도 이어졌고, 하시모토 세이코 일본올림픽위원회 회장이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대회는 한국 스포츠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드러낸 무대였다. 구기 종목의 반등과 일부 개인 종목의 선전은 분명한 성과였지만, 양궁과 수영, 태권도, 유도 등 기존 강세 종목의 경쟁력 저하는 과제로 남았다. 그 속에서 허리 통증을 안고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제패하고, 결승 마지막 순간 대역전극까지 만들어낸 오상욱은 한국 선수단의 가장 상징적인 얼굴로 남았다. 현지 취재단이 그를 대한민국 MVP로 선택한 이유도 결국 그 한 장면에 압축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