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영웅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날린 '강도 높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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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영웅으로 꼽히는 전직 장교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협할 처지가 아니라고 주장해 한국 네티즌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를 둘러싼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외교 갈등이 양국 여론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보흐단 크로테비치 우크라이나 예비역 중령 / 인스타그램
보흐단 크로테비치 우크라이나 예비역 중령 / 인스타그램

보흐단 크로테비치 예비역 중령은 2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영어로 쓴 글에서 "한국 대통령은 누구를, 특히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협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크로테비치는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제12특수임무여단 '아조우'의 참모장을 지낸 인물이다.

크로테비치는 "기분 나쁘게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대통령은 그가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한국이 공격당할 경우 한국의 몇 안 되는 진짜 동맹 중 하나로 판명 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현실이 분명히 보여주듯 위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동맹이 아니라 실제로 옆에 있어 줄 진정한 동맹을 갖는 일"이라고 했다.

크로테비치는 "북한의 실제 군사 행동이나 도발보다 '계엄령'이라는 용어가 한국인들을 더 두렵게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크로테비치의 게시글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한국과 동맹을 맺기 위해 뭘 했냐", "제발 한국을 전쟁에 끌어들이지 말라", "계속 이러면 무기는커녕 돈 한 푼 못 받을 것" 등의 댓글을 달았다.

보흐단 크로테비치 우크라이나 예비역 중령 / 인스타그램
보흐단 크로테비치 우크라이나 예비역 중령 / 인스타그램

크로테비치가 한국을 향해 공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4년 10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놓고 X에 한글로 글을 올렸다. 당시 그는 "북한은 가장 전투력이 강한 부대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보냈다"며 "1945년부터 소련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분단을 영원히 끝낼 수 있는 대한민국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핵 버튼을 가진 이웃으로부터 동아시아 전체가 스스로를 지킬 기회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 글 역시 한국 네티즌들의 반발을 샀다.

크로테비치는 1993년생이다. 호출부호는 '타우르(Tavr)'다. 2014년 아조우에 입대해 보병으로 시작했다. 이후 소대장을 거쳐 2021년 아조우 참모장에 올랐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당시엔 마리우폴 방어전을 지휘부에서 이끌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 항전 끝에 러시아군 포로가 됐다가 같은 해 9월 포로 교환으로 풀려났다. 우크라이나에선 마리우폴 항전의 상징적 인물로 통한다.

크로테비치는 군 지휘부를 향해서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해왔다. 2024년 6월엔 무리한 공격 명령으로 많은 장병을 희생시켰다며 유리 소돌 당시 합동군 사령관을 국가수사국(DBR)에 고발했다. 소돌 사령관은 이후 경질됐다. 크로테비치는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도 공개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해 2월 아조우 참모장직에서 물러나며 군 복무를 마쳤다. 지난해 10월엔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인터뷰에서 자신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암살 대상 명단에 올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흐단 크로테비치 우크라이나 예비역 중령 / 인스타그램
보흐단 크로테비치 우크라이나 예비역 중령 / 인스타그램

이번 논란의 발단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을 최근 한국으로 보냈다고 전격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혔다. 북한군 파병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생포 사례였다. 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갖고 포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인도적으로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멕시코를 국빈 방문 중이던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X에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 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적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소식통은 언론에 비밀 유지를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드미트로 리트빈 우크라이나 대통령 커뮤니케이션 보좌관도 그런 합의는 없었다는 취지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성기홍 홍보소통수석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성 수석은 비공개는 애초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이었다고 밝혔다. 한국 송환이 알려지면 다수의 자국 포로와 교환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 수 있다는 이유였다는 설명이다. 성 수석은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거짓 사실을 발표한 것은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정부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를 불러 항의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 내 무기 지원 여론을 끌어올리려고 송환 사실을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재명 정권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김정은 정권 눈치를 보느라 거짓말까지 한다는 소리를 국제적으로 듣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보흐단 크로테비치 우크라이나 예비역 중령 / 인스타그램
보흐단 크로테비치 우크라이나 예비역 중령 / 인스타그램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엑스를 통해 다시 한번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사실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사안이 국가와 국민의 존엄에 관한 문제라며 묵과할 수 없다는 뜻도 밝혔다. 추가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측은 갈등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번 일을 사건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며 '외교적 오해'라고 규정했다. 시비하 장관은 "이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를 매우 바란다. 우리에게 한국은 중요한 나라"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도 이번 갈등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등 우크라이나 매체는 이 대통령이 사과가 없으면 추가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소식을 잇달아 전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바벨은 이 대통령의 이력을 조명하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바벨은 이 대통령이 과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쟁 발발 책임을 돌렸다고 소개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줘선 안 된다는 입장으로 지지를 얻었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보 정치인으로 칭하며 러시아를 자극해 충돌이 빚어졌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한국은 교전 중인 국가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