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뒤 입대할 뻔 했는데…이기혁이 금메달 목에 건 채 외친 딱 ‘6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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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일본 꺾고 4연패...선물은 '병역 혜택'

“군대 안 갑니다!”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주장 이기혁(강원)이 금메달을 목에 건 채 활짝 웃었다. 카메라 앞에서 꺼낸 여섯 글자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불과 9일 뒤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KBS 보도에 따르면 이기혁은 대회 전 이미 입대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아시안게임 4연패를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더해, 병역 혜택을 받아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개인적인 절실함까지 안고 대회에 나섰다. 특히 4강전을 앞두고 발 부상까지 겹치면서 결승 출전 여부조차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치료와 휴식을 병행하며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군대 안 갑니다”…금메달 뒤 터져 나온 한마디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었다. 후반 16분 엄지성(스완지시티)이 결승골을 터뜨렸고, 한국은 끝까지 한 골 차 리드를 지켜 아시안게임 4연패를 완성했다.

시상식까지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기혁은 목에 건 금메달을 카메라에 보여주며 밝게 웃었다. 이어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9일 뒤 입대해야 했던 상황을 떠올리면 그 한마디에는 이번 대회를 준비해온 절박함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기혁은 주장으로서 느낀 부담도 털어놨다. 그는 “주장이라는 게 참 무겁다는 걸 실감해 왔고, 책임감도 너무 막중했었는데 선수들이 너무 저를 믿고 잘 따라와 줘서 경기장 안에서 큰 힘이 됐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장의 역할을 100%로 할 순 없었다고 해도 선수들과 감독님이 다 믿어주신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믹스트존으로 나오기 전 라커룸에서는 선수들이 이기혁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그만큼 대표팀 내에서도 그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셈이다.

“오늘 못 따면 9일 뒤 입대”…동료들도 알고 있었다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이기혁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 뉴스1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이기혁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 뉴스1

이기혁은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선수들과 주고받은 농담도 공개했다. 그는 “선수들도 병역 면제 혜택이 있어서 중요한 대회였지만, 저에게는 입대가 너무 현실적으로 코 앞에 있었기 때문에 제가 선수들한테도 장난으로 강조를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도 ‘기혁이 형 오늘 금메달 못 따면 9일 뒤 입대다’라고 강조하면서 절실하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금메달이 대표팀 전체의 목표이자 이기혁 개인에게는 당장 눈앞에 닥친 입대 문제와 직결된 결과였던 셈이다.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도 아니다. 이기혁은 4강전에서 봉와직염으로 발 부기가 심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주장으로서 중요한 경기에서 빠져야 했던 만큼 마음의 부담도 컸다.

그는 “솔직히 못 뛰니까 선수들한테 너무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돌아봤다. 이어 “주사 치료 등으로 부기가 많이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히 붓기가 있는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좀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장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주장으로서 경기를 해보려는 책임감이 보였다면 다행이다”라고 털어놨다.

결국 이기혁은 결승에서 선발로 출전했다. 발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지만 중원에서 팀의 중심을 잡으며 일본과의 결승전을 소화했다.

금메달로 병역 부담 덜었다…이기혁 “유럽 욕심 생긴다”

지난달 22일 오후 일본 나고야 미즈호 파크 럭비 필드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D조 예선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대한민국 이기혁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 뉴스1
지난달 22일 오후 일본 나고야 미즈호 파크 럭비 필드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D조 예선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대한민국 이기혁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 뉴스1

금메달과 함께 입대 걱정을 덜게 된 이기혁은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도 다시 드러냈다. 그는 대회 전부터 유럽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기혁은 “이렇게 금메달을 따서 병역 혜택을 받게 되니까 유럽에 대한 욕심은 자연스럽게 생긴다”며 “무조건 진출할 수 있게끔 돌아가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는 관련 규정에 따라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장기간의 병역으로 인한 경력 단절 부담을 덜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이번 대표팀에는 배준호(스토크), 양민혁(베스테를로), 김지수(브렌트퍼드), 박승수(뉴캐슬), 김명준(헹크), 이영준(그라스호퍼), 이현주(아로카), 양현준(셀틱), 엄지성 등 해외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들에게도 금메달은 소속팀 경쟁을 이어가고 장기적인 커리어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손흥민·이강인 이어 또 다른 세대가 얻은 기회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선수들이 1대0 승리 후 금메달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선수들이 1대0 승리 후 금메달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은 2014년부터 한국 선수들의 커리어에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겨왔다. 2014 인천 대회에서는 김승규, 김진수, 박주호, 이재성 등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후 국가대표와 해외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등이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토트넘에서 뛰던 손흥민은 금메달로 병역 부담을 덜고 유럽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다. 2022 항저우 대회에서는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던 이강인이 22세에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으로 인한 경력 단절 부담을 줄였다.

이번에는 이기혁과 엄지성, 배준호, 김지수 등 또 다른 세대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2014 인천 대회부터 4회 연속 정상에 오르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를 달성했다.

대표팀은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9일 뒤 입대를 걱정해야 했던 이기혁에게 이번 금메달은 단순한 우승 메달 이상의 의미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