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미안하다”…아시안게임 금메달 직후 이민성 감독이 꺼낸 '이 말'

작성일

비판 속에서도 결과 낸 이민성 감독

한국 남자축구가 일본을 꺾고 아시안게임 사상 첫 4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민성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은 우승 직후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며 쉽지 않았던 대회 여정을 돌아봤다.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이민성 감독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 뉴스1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이민성 감독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 뉴스1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제압했다. 승부를 가른 것은 후반 16분 터진 엄지성의 왼발 슈팅이었다.

한국은 경기 막판까지 일본의 공세를 허용했지만 리드를 지켜냈다. 한 골 차 승부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개최국 일본을 상대로 금메달을 확정했다.

이번 우승으로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네 대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4회 연속 우승을 기록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통산 우승 횟수도 7회로 늘어나며 이란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이민성 감독에게 이번 우승은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만큼 의미가 컸다. 대표팀은 대회 준비 과정에서 경기력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대회 기간에도 경기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이 감독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결과만큼은 확실했다. 한국은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목표였던 금메달을 가져왔다.

이민성은 이번 승리로 한일전의 진정한 영웅이 됐다. 그는 1997년 11월 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전에 공격수로 출전했다. 당시 이민성은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1분, 일본 수비진이 걷어낸 공을 잡아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고, 이 골은 한국의 2-1 역전승을 완성했다.

특히 한국이 0-1로 뒤지다 서정원의 동점골에 이어 이민성의 극적인 결승골로 경기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골은 당시 월드컵 본선 진출을 놓고 경쟁하던 한일 축구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으며, 이민성 역시 ‘도쿄대첩의 영웅’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이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먼저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금메달을 땄다. 선수들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감독인 나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가운데 금메달을 따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일본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가 될 걸로 예상했다. 지금껏 해왔던 운동장과 너무 달랐다. 선수들도 결승에 대한 압박감, 병역 문제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잘 참고 인내하고 버틴 게 승리의 원동력인 것 같다"고 밝혔다.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대 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이민성 감독을 헹가래를 하고 있다. / 뉴스1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대 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이민성 감독을 헹가래를 하고 있다. / 뉴스1

실제로 결승전은 한 골이 나온 뒤에도 쉽게 승부가 기울지 않았다. 한국이 엄지성의 득점으로 앞서간 뒤 일본이 동점골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은 수비진과 중원의 집중력을 앞세워 상대의 추격을 막아냈다.

이 감독은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자신이 받은 비판도 피하지 않았다. 그는 "힘들었던 건 제가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며 "매 경기가 결승이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안 좋은 경기력으로 비판도 많이 받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 대회는 결과가 가장 중요한 대회였기 때문에 나름의 목적은 달성했다. 그런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우승의 중심에 선 선수로는 결승골을 넣은 엄지성뿐 아니라 대표팀 전체를 언급했다. 특히 이 감독은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던 와일드카드 양현준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이 감독은 "양현준이 와일드카드로 와서 한 경기만에 부상입고 못 뛰었는데, 뒤에서 헌신해준 게 오늘 경기를 뛴 선수들한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결승에서 직접 득점한 엄지성도 이번 대회의 핵심 선수였다. 한국은 엄지성의 한 방으로 일본을 넘어섰고, 그는 우승을 결정짓는 득점을 통해 대표팀의 4연패를 완성하는 장면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이 감독은 특정 선수 한 명의 활약만으로 우승을 설명하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뿐 아니라 부상이나 출전 기회 부족으로 벤치를 지킨 선수들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해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이번 금메달은 최근 한국 축구가 겪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나왔다. A대표팀을 둘러싼 경기력 논란과 여러 평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연령별 대표팀이 국제대회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선수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이 감독은 "제가 이 자리에서 한국 축구를 논할 순 없다. 일단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 선수들도 경기장과 훈련장 안에서 팬들에게 투혼을 보여줄 부분을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뭐가 어떻다고 얘기할 건 아니다. 그건 축구협회에서 브리핑할 것이다. 저로선 여기까지 밖에 얘기하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 우리 팀이 금메달을 땄다고 한국 축구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이번 대표팀 선수 중 상당수가 A대표팀에 올라가 한국 축구의 도약을 이끌 발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12년 동안 이어진 한국 남자축구의 아시안게임 정상 행진은 이번 대회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일본과의 결승에서 한 골 차 승리를 거두며 4연패라는 새로운 기록을 만든 대표팀은 금메달과 함께 세대교체의 가능성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