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화하자”... 다음날 '미사일 발사'로 답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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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 “오전 6시 30분 동해상으로 발사된 미사일 포착”
북한이 3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군사분계선(MDL)을 함께 확인하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제안을 "망상이고 넋두리"라며 거부한 지 하루 만이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두고 남북이 맞선 가운데 북한이 무력시위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3일 오전 6시 30분경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미사일의 기종과 비행거리, 최고 고도, 탄착 지점 등 세부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합참은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일은 '북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가 발사됐다고 발표했다. 방위성은 이 물체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정부는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긴급팀을 소집해 피해 여부 등을 확인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번 발사는 DMZ 지뢰 폭발 사고를 둘러싼 남북 간 공방 속에 나왔다. 최근 서부전선 25사단 DMZ MDL 이남 지역에서 지뢰가 터져 우리 군 장병 3명이 크게 다쳤다.
합참은 지난달 30일 강현우 작전본부장(중장)이 직접 읽은 입장문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지뢰로 장병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북한에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북한이 MDL 일대에서 벌이고 있는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도 당장 멈추라고 했다.

김 부장은 같은 날 담화를 내고 군 당국의 발표를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우리 군인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지뢰 폭발 사고로 유럽 출장 일정을 줄이고 지난 1일 귀국한 정동영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사고의 근본 원인을 MDL 문제로 짚었다. 정 장관은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은 결국은 휴전선, 경계선, MDL, 북이 부르기는 국경선"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제 만나서 소통해야 한다. 적어도 군사분계선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측정하는 일을, 소통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라며 대화를 제안했다. 정 장관은 북한에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여정 부장은 전날 밤 이 제안을 거부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장은 국방성 군사대외사업국의 사업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 장관의 제안을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망상이고 일방적인 넋두리"라고 일축했다.
김 부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그 어떤 경우에도 군사주권 문제를 적수국과 논의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회담의 방법으로 국경선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주권행사, 즉 힘의 사용으로 우리의 주권 경계선을 긋는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남북 접촉 가능성 자체를 차단했다. 김 부장은 "우리는 조한(북남) 사이의 접촉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사소한 공간이나 여지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그것들과 마주 설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과의 대면은 그 자체가 악몽"이라고 했다.
김 부장은 정 장관의 사과 요구 언급에는 "참으로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조롱했다. 김 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자작 광대극의 제2부"라고 깎아내렸다. 김 부장은 이 대통령과 측근들이 남북 간 소통 공간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것이 이번 "자작극"의 진의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정부가 검토 중인 상응 조치를 두고 "그것들이 어떠한 선택을 해오든 우리는 모든 것에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튿날 새벽 탄도미사일을 쐈다.
북한이 MDL 문제를 "힘의 사용"으로 풀겠다고 밝힌 데다 남북 간 군사 소통 채널도 모두 끊긴 상태여서 접경 지역의 긴장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15번째다. 지난달 20일 이후 13일 만이다. 북한은 최근 한 달도 안 되는 사이 세 차례 탄도미사일을 쐈다. 세 차례 모두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원산 일대는 동해 쪽으로 발사 방향을 잡기 쉬워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 시험발사 장소로 자주 써온 곳이다.
북한은 지난달 12일 오전 5시 20분께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쐈다. 한미일 3국의 정례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가 끝난 다음 날이었다. 미사일은 약 250㎞를 날아갔다. 북한 관영매체는 이례적으로 발사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달 20일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세 시간 간격으로 발사했다. 오후 3시께 쏜 첫 발은 약 450㎞를, 오후 5시 50분께 쏜 두 번째 미사일은 600㎞ 이상을 비행했다. 청와대는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북한을 규탄했다.
북한은 이틀 뒤 이 발사가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1마' 개량형인 '화성포-11마-1형' 시험이었다고 밝혔다. 화성-11마는 북한의 대표적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 발사체에 극초음속 활공체(HGV) 형상의 탄두를 단 미사일이다. 탄도미사일처럼 빠르면서도 순항미사일처럼 낮게 날고 비행 중 궤도를 바꾸는 변칙 기동까지 할 수 있다. 미사일 방어망을 피할 수 있어 '게임 체인저'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