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울먹이며 "서울시장 자리 잃는 건 두렵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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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항소심 최종 결심공판서 눈물로 무죄 호소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마지막 재판에서 울먹이며 무죄를 호소했다.

오 시장은 2일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명태균을 단호히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 접근할 여지를 줘 법정에 서게 돼 깊이 반성한다"며 "모든 게 내 불찰"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진술 도중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닦았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오 시장은 "내 자리를 잃는 것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정치 불신의 시대에 국민이 믿어준 고결한 정치, 고통스럽게 원칙을 지켜온 정치가 일개 정치 브로커의 증오심과 적대심 때문에 오염돼 국민이 실망하게 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 번영 등 내게 부여된 소명이 조작된 정황 때문에 멈춰 서는 것이 두렵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대납 요청 자체가 자신의 정치 이력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후원자라는 사람에게 비용을 대납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내 정치적 신념과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일"이라며 "나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초선 국회의원 시절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을 막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한 일을 거론했다. 이른바 '오세훈법'이다. 오 시장은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 깨끗한 정치인이 되겠다는 신념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문제가 된 여론조사의 의미도 깎아내렸다. 오 시장은 "특검이 문제 삼은 여론조사가 있었던 때는 서울시장직에 출마를 선언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초기 시점이었다"며 "선거 판세가 언제든 변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과의 유불리함이 크게 유의미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볼 동기가 크지 않았다는 취지다.

특검은 오 시장이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고, 본 건 범행으로 인한 최종적 이익의 주체임에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해왔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검은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특검은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특검은 강 전 부시장을 두고 "오세훈의 최측근 참모로, 선거운동 전반을 관리하는 핵심 지위에 있었음에도 범행 실행에 중요한 의사소통을 담당했다"고 했다. 김씨에 대해서는 "오세훈 측이 부담해야 할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지급해 정치 과정의 공정성을 침해했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이 구형됐다.

오 시장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변호인은 "명태균의 진술은 믿을 수 없고, 관련 통화 녹취만 봐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새로 제출된 명씨와 김씨의 통화 녹음을 "이 사건의 핵심적 탄핵증거이자 공소사실에 정면 배치되는 증거"라고 했다. 녹음에는 명씨가 김씨에게 오 시장은 모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대목이 담겼다. 명씨가 오 시장에게서 돈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변호인은 명씨가 최근 낸 진술서도 반박했다. 명씨는 진술서에서 '오세훈은 모른다'는 말이 여론조사가 아니라 단일화 전략을 가리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대화가 어렵지 않다"며 "어이없는 진술서로, 명씨의 자충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23일 오후 2시에 나온다. 특검법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치도록 하고 있다. 이 일정대로라면 대법원 확정 판결은 내년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이 됐다. 오 시장은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부정 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있다. 이후 5년 동안 공직에 취임할 수도 없다.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된다. 차기 대선 출마도 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