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가운데, 오른쪽… 싱크대 수전 방향 하나로 가스 요금이 달라집니다
작성일
수전 레버, 왼쪽·가운데에 있으면 보일러 켜져
짧게 여러 번 켜지는 보일러가 가스비 더 들어
10월에 접어들면서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설거지하거나 손을 씻을 때 수전 레버를 온수 쪽으로 돌리는 일도 많아졌다. 문제는 물을 다 쓴 뒤에도 레버를 온수 쪽에 그대로 두는 경우다.

다음에 찬물을 쓰려고 수도꼭지를 틀어도 보일러가 가동될 수 있다. 찬물을 잠깐 사용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스가 소비되는 것이다. 본격적인 난방철이 시작되기 전에 평소 수전 레버를 어느 쪽에 두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편이 좋다.
물만 틀어도 보일러가 켜지는 이유
우리나라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스보일러는 난방과 온수를 모두 담당한다. 대부분 온수를 미리 데워 저장하지 않고, 수도꼭지를 틀면 찬물을 그때그때 데워 보내는 방식이다.
보일러 내부에는 온수관으로 물이 들어오는지 감지하는 장치가 있다. 온수관으로 물이 들어오면 보일러는 온수를 사용한다고 판단해 가열을 시작한다.
싱크대 수전은 보통 레버를 왼쪽으로 돌리면 온수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냉수가 나온다. 가운데에 두면 온수와 냉수가 섞여 나온다. 따라서 레버를 오른쪽 끝까지 돌리지 않으면, 온수관도 함께 열릴 수 있다.

문제는 보일러가 가동돼도 따뜻한 물을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보일러와 싱크대는 긴 배관으로 연결돼 있다. 수도꼭지를 틀면 배관에 남아 있던 찬물이 먼저 나오고, 보일러에서 데운 물은 그다음에 도착한다. 컵 하나를 헹구고 몇 초 만에 물을 잠그면 따뜻한 물이 수전까지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보일러에서 데운 물은 배관에 남아 있다가 결국 식어 버린다. 가스는 소비했지만 따뜻한 물은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수전 레버를 가운데에 두고 짧게 물을 사용하는 습관이 반복되면 불필요한 가스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짧게 자주 켜질수록 가스비 더 든다
보일러는 가동을 시작하자마자 뜨거운 물을 만들지 못한다. 처음에는 보일러 내부의 열교환기와 배관을 데우는 데 열을 사용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야 원하는 온도의 물이 나온다.
이 때문에 온수를 짧게 여러 번 사용하면 한 번에 길게 사용할 때보다 가스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보일러가 켜질 때마다 물을 다시 데워야 하기 때문이다. 주방에서는 쌀을 씻거나 채소를 헹구고 행주를 빠는 등 짧게 물을 사용하는 일이 많다. 대부분 몇 초에서 몇십 초면 끝나는 작업이다. 수전 레버가 온수 쪽에 있다면 물을 사용할 때마다 보일러가 가동될 수 있다.
날이 추워질수록 가스 소비는 더욱 늘어난다. 수도관으로 들어오는 물이 점점 차가워지기 때문이다. 같은 온도의 온수를 만들려면, 열이 더 필요하고 그만큼 가스도 더 쓴다. 아직은 견딜 만해도 11월과 12월로 넘어가면 차이가 더 커진다.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도 지난 몇 년간 여러 차례 오른 만큼, 불필요한 가스 소비가 반복되면 매달 요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설거지 끝나면 레버는 오른쪽으로

가스비를 아끼는 방법은 간단하다. 설거지를 마치고 물을 잠글 때 수전 레버를 오른쪽 끝인 냉수 쪽으로 돌려두면 된다. 이렇게 하면 다음에 물을 틀어도 찬물만 나오기 때문에 보일러가 가동되지 않는다. 따뜻한 물을 사용할 때만 레버를 왼쪽으로 돌리면 된다.
가족과 함께 산다면 모두가 같은 습관을 들이는 편이 좋다. 다른 가족이 레버를 가운데나 온수에 두면, 다음에 물을 사용할 때 보일러가 다시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욕실 세면대 수전도 동일하다. 양치할 때 컵에 물을 받거나 손을 잠깐 씻을 때도 레버가 온수 쪽에 있으면 보일러가 돌아간다. 세면대도 쓰고 나서 레버를 냉수 쪽으로 돌려두면 된다.
난방을 본격적으로 켜기 전에 보일러의 온수 온도 설정도 한번 확인해 보자. 온수 온도를 높게 맞춰두고 찬물을 섞어서 미지근하게 쓰는 집이 많다. 이렇게 하면 쓰지도 않을 높은 온도까지 물을 데우느라 가스비가 더 나갈 수 있다.
설거지하는 방법도 바꿔보는 편이 좋다. 그릇 하나를 씻을 때마다 물을 틀었다 잠그면, 보일러도 자주 가동될 수 있다. 따뜻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면 설거지통이나 큰 볼에 한 번에 받아 세제로 그릇을 닦으면 된다. 헹굴 때는 찬물을 사용해도 된다. 기름기가 많지 않은 그릇이라면 찬물로도 충분히 헹굴 수 있다.

다만, 한겨울에 한파가 닥쳤을 때는 예외다. 기온이 영하로 많이 떨어진 날 집을 오래 비우면 수도 배관이 얼어서 터질 수 있다. 특히 온수 배관은 보일러와 연결돼 있어서 얼면 수리가 번거롭다. 이럴 때는 레버를 온수 쪽으로 돌려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질 정도로만 살짝 열어두는 것이 좋다. 물이 조금씩이라도 나오면 배관 안의 물이 잘 얼지 않는다.
수전 레버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잊으면 물을 사용할 때마다 보일러가 불필요하게 켜지고, 데운 물은 배관 안에 남아 식을 수 있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설거지를 마친 뒤 레버를 냉수 쪽으로 돌려두는 습관을 들이면, 겨울철 가스비를 아끼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