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청천벽력…20년 만에 '전격 은퇴' 발표한 베테랑 야구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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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김민성, 20년 롯데 인생 마무리하는 이유는?
5012일 만의 홈런, 그리고 대타 만루포…김민성의 명장면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김민성(37)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 롯데에서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히어로즈와 LG 트윈스를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고, 데뷔 20년째인 올해 사직구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롯데 구단은 2일 "오는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서 김민성 선수 은퇴식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은퇴 경기 상대인 LG는 김민성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반지를 낀 팀이다.

롯데 김민성이 동점 2점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롯데 김민성이 동점 2점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 '빅뱅'으로 불린 유망주, 황재균과 맞바뀌다

김민성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뒤에는 안정적인 수비와 가능성 있는 타격, 앳된 외모로 여성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2009시즌 초반 주전 내야수 자리를 꿰차자 팀 선배 홍성흔은 어리고 실력 있고 인기도 많다며 인기 아이돌 그룹 이름을 딴 '빅뱅'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고향 팀과의 첫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 7월 20일 롯데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3루수 황재균을 받는 대가로 김민성과 투수 김수화를 내주는 1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시 롯데를 이끌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3루 보강이 절실했고, 넥센은 황재균보다 어린 김민성의 성장 가능성과 활용도를 높게 평가했다.

이 거래는 곧바로 성사되지 못했다. 넥센이 주전급 선수를 연이어 내보내며 이른바 '선수 장사' 논란에 휩싸이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현금 거래 여부를 확인하느라 승인을 이틀간 미뤘다. 22일 승인이 떨어지자 김민성과 황재균은 같은 날 나란히 새 팀의 선발 3루수 겸 2번 타자로 이적 후 첫 경기를 치렀다.

롯데 자이언츠 김민성 / 뉴스1
롯데 자이언츠 김민성 / 뉴스1

■ 히어로즈 핫코너의 주인…두 번의 FA는 모두 '사인 앤드 트레이드'

이적 직후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김민성은 시간이 흐르며 히어로즈 내야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2013년에는 팀의 128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2, 129안타, 15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 안타와 두 자릿수 홈런을 동시에 달성한 시즌이었다. 이후 2018년까지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세 자릿수 안타를 이어갔고, 이 기간 타율도 꾸준히 0.280 이상을 유지하며 정교함과 펀치력을 겸비한 3루수로 입지를 굳혔다.

국가대표의 꿈도 이뤘다. 2014년 시범경기에서 그는 대표팀 사령탑인 류중일 감독 앞에서 3점 홈런을 터뜨리고, 손가락을 다친 강정호를 대신해 유격수까지 맡으며 멀티 포지션 능력을 보여줬다. 결국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한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

전성기를 보낸 뒤에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순탄치 않은 시간을 겪었다. 김민성은 FA 등록일수가 단 하루 모자라 자격 취득이 예상보다 1년 늦어졌고, 이 문제로 KBO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2018시즌을 마치고 처음 FA 자격을 얻었지만 원소속팀과 협상이 길어지면서 스프링캠프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결국 2019년 3월 키움과 3년 총액 18억 원에 계약한 뒤, LG가 현금 5억 원을 얹어 그를 데려가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새 둥지를 찾았다. 당시 LG는 주전 3루수 양석환의 군 입대로 생긴 공백을 메울 카드가 필요했다.

LG에서는 주전 3루수로 출발했으나 신예 문보경이 성장하면서 점차 백업과 대타 역할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그럼에도 2023시즌 내야진에 부상자가 잇따르자 여러 내야 포지션을 오가며 공백을 메웠고, LG의 통합우승에 힘을 보태며 개인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두 번째 FA도 녹록지 않았다. 등록일수가 이틀 부족해 첫 FA 이후 5년이 지난 2023시즌 종료 후에야 다시 자격을 얻었고, LG와의 잔류 협상은 해를 넘겨서도 진척이 없었다. 2024년 1월 26일 그는 LG와 2+1년 최대 9억 원에 계약한 직후 롯데 내야수 김민수와 1대1로 맞바뀌는 방식으로 이적했다. 커리어 두 번의 FA가 모두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마무리된 셈이다. 롯데 유니폼을 다시 입은 것은 14년 만이었다. 롯데는 당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 가능한 김민성 선수가 젊은 선수단에게 귀감이 되는 리더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솔로 홈런을 때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롯데 김민성 / 뉴스1
솔로 홈런을 때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롯데 김민성 / 뉴스1

■ 5012일 만의 롯데 홈런, 그리고 사직을 뒤흔든 대타 만루포

복귀 첫 경기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24년 3월 23일 인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개막전에 8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민성은 첫 타석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겼다. 2010년 7월 3일 잠실 LG전 이후 5012일 만에 롯데 소속으로 기록한 홈런이었다.

하지만 그해 1군 출전은 35경기에 그쳤다. 개막 일주일 만에 엔트리에서 빠졌고, 6월 12일 키움전을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듬해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됐지만 퓨처스리그 8경기에서 타율 0.455, 2홈런을 몰아치며 무력시위를 벌였고, 2025년 3월 28일 9개월 만에 1군의 부름을 받았다.

2025시즌 그는 96경기에 나서 타율 0.243, 52안타, 3홈런을 기록했다. 하이라이트는 9월 2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최종전이었다. 대타로 나선 김민성은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렸고, 롯데는 10-9로 승리하며 4연패에서 벗어났다. 5위 KT 위즈와 1경기 차를 유지하며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간 이 한 방은 부산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은 장면이 됐다.

어린 선수가 많아진 롯데 선수단에서 그는 맏형 노릇도 했다. 느슨한 플레이를 보이는 후배에게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 성장에 필요한 조언을 건네며 뒤에서 힘을 보탰다.

물러설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2월 26일 일본 미야자키 구춘대회 두산 베어스전에서 그는 3회 무사 만루 상황에 대타로 나서 이영하의 초구를 받아쳐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다. 비가 내려 경기가 노게임 처리되면서 기록은 사라졌지만, 캠프 내내 매서운 타격감을 이어간 그는 취재진에게 "내가 유니폼을 입고 선수 생활을 할 때까지, 은퇴를 하기 전까지는 후배들을 이기려고 할 것이다. 나로 인해서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시즌을 구상할 때 머리가 아프셨으면 좋겠다"며 주전 경쟁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3월 23일 SSG전에서는 1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때려 롯데의 시범경기 단독 1위 확정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정규시즌에 들어서는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올해 1군 성적은 17경기 타율 0.138에 머물렀고, 김민성은 고심 끝에 배트를 내려놓기로 했다.

김민성 은퇴식 안내 / 롯데 자이언츠
김민성 은퇴식 안내 / 롯데 자이언츠

■ "이게 무슨 말?" "더 뛸 수 있잖아"…롯데 팬들 '청천벽력'

은퇴 소식이 전해진 2일 롯데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아쉬움을 쏟아냈다. 팬들은 "김민성 은퇴? 이게 무슨 말이야", "김민성 은퇴 행사 이게 무슨 말이야?", "얼마전에 상시경(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상수의 별명)도 보냈는데..."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갑작스러운 발표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최근 정든 얼굴들과 연달아 작별하게 된 데 대한 허탈함도 묻어났다. 한 팬은 "진해수 은퇴 정훈 은퇴 김태혁 은퇴...김민성 은퇴"라고 이름을 나열한 뒤 "진짜 롯순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이별들만 찾아오는구나"라고 적었다. 또 다른 팬은 "아니 더 뛸 수 있잖아...은퇴 반대!!!!"라며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민성은 KBO리그 20시즌 동안 통산 184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6, 1476안타, 137홈런, 772타점을 남겼다.

그는 구단을 통해 "시작도 롯데, 마무리도 롯데여서 뜻깊다"며 "잊을 수 없는 팬들의 사랑 덕분에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다.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은퇴식 당일인 오는 9일에는 경기 전 오후 12시 20분부터 사직구장 1층 미디어월에서 팬 사인회가 열린다. 참가자는 롯데 자이언츠 공식 앱에서 김민성과의 추억을 담은 사연을 응모한 팬 가운데 추첨으로 뽑는다.

이어 그라운드에서는 양 팀 선수단의 꽃다발 전달, 김민성의 통산 활약상을 담은 영상 상영, 은퇴사 낭독이 차례로 진행된다. 이날 경기의 시구와 시타는 김민성의 가족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