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최태원, 노소영 재산분할금 상응 SK지분 2.3% 매각...9440억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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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지분 2.3% 매각...9440억 규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금에 상응하는 규모의 그룹 지주사 SK㈜ 주식을 처분한다. 매각 규모는 9440억원으로, 지난 7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이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재산분할액과 같은 금액이다.

SK㈜는 최대주주인 최 회장이 보유한 보통주 165만3924주를 매도하는 내용의 거래계획을 2일 공시했다. 전체 지분의 2.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회사는 매각 사유로 "보유 주식 매각을 통한 개인 소요 자금 조달"을 제시했다.
'통매도' 대신 쪼개 판다…5440억은 전략적 투자자, 4000억은 PRS
거래는 두 갈래로 나눠 진행된다. 9440억원 가운데 5440억원어치는 전략적 투자자가 인수하고, 나머지 4000억원어치는 증권사와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넘긴다. SK㈜는 정규장에서 대규모 물량을 한꺼번에 내놓지 않고 시간외 대량매매 등을 활용해 시장에 주는 충격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PRS는 증권사가 주식을 사들인 뒤 계약 기간 동안의 주가 등락에 따라 원래 주주와 손익을 정산하는 계약이다. SK㈜는 이 구조 덕분에 최 회장이 지분을 판 뒤에도 일정 기간 SK㈜ 기업가치 변동에 따른 이해관계를 함께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투자자의 지분 참여에 대해서는 회사의 사업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개인 보유 지분을 전략적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식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 회장은 2014년 6월 당시 SK㈜의 최대주주였던 SK C&C 지분 4.9%(245만주)를 시간외매매로 대만 훙하이그룹에 381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SK 측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글로벌 협력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거래에서 5440억원어치를 인수할 전략적 투자자가 누구인지는 이날 공시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 매매는 공시 약 한 달 뒤인 11월 2일부터 시작된다. 상장사 주요주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을 거래하려면 거래 개시 30일 전까지 계획을 공시해야 하는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 제도에 따른 일정이다.

지분율 2.3%p 빠져도 최대주주는 그대로
거래가 마무리되면 최 회장의 SK㈜ 보유 주식은 1297만5472주에서 1132만1548주로 줄어든다. 단독 지분율은 17.8%에서 15.5%로, 특수관계인을 합한 지분율은 25.2%에서 22.9%로 각각 내려간다. 의결권 있는 주식만 놓고 보면 최 회장 지분율은 23.9%에서 20.8%로,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은 33.5%에서 30.5%로 바뀐다.
SK㈜는 거래 이후에도 최 회장의 최대주주 지위에는 변동이 없으며, 경영 안정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매각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최대주주는 앞으로도 책임경영과 SK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기존 성장전략과 투자계획, 주주가치 제고 정책도 일관되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SK㈜ 지분 매각에는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2003년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을 대거 사들이며 경영권을 위협했던 이른바 '소버린 사태'를 겪은 만큼,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지분 처분은 최후의 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시장에서는 주식담보대출, 배당 확대, 비상장사 SK실트론 지분 활용 등이 재원 마련 방안으로 거론됐다.
배당만으로는 단기간에 1조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SK㈜는 지난해 1주당 배당금을 8000원으로 책정했는데, 최 회장 보유 주식 수를 대입하면 연간 배당 수입은 1000억원 남짓이다. SK실트론 역시 SK㈜가 보유한 지분 70.6% 매각을 추진하며 지난해 12월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지만, 비상장사인 만큼 거래 시점과 가격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최 회장은 지분 일부를 직접 현금화하는 쪽을 택했다.
다만 SK㈜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분 매각에 따른 부담은 2년 전보다 줄어든 상태다. 파기환송심 선고일인 7월 24일 SK㈜ 종가는 63만원이었고, 이를 적용한 최 회장 보유 지분 가치는 약 8조1745억원이었다. 9440억원은 이 평가액의 11%대에 해당한다. 2024년 항소심 당시에는 재산분할액 1조3808억원이 최 회장 보유 지분 가치의 약 3분의 2에 달했다.
매각 물량 165만3924주는 최 회장이 2018년 11월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 증여한 SK㈜ 주식 166만주와 비슷한 규모다. 최 수석부회장은 증여세 납부 등을 위해 이 주식을 수년에 걸쳐 장내 매도와 시간외매매로 처분했고, 2024년 7월에는 보유 주식이 1815주만 남았다.
대법원 재상고 중에 꺼낸 '9440억 카드'
이번 매각은 재산분할 소송이 아직 대법원에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최 회장 측은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 기한 마지막 날인 8월 14일 재상고장을 냈다. 당시 최 회장 측은 "최태원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재상고 전후로는 지급 방식을 둘러싼 이견도 드러났다. 최 회장 측은 현금과 SK㈜ 주식을 섞어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노 관장 측이 전액 현금 지급을 고수하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최 회장 측은 다툼의 범위를 좁혔다. 8월 31일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에 상고 취지 감축 신청서를 내고 9440억원 가운데 7000억원은 받아들이되 나머지 2440억원에 대해서만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했다. 최 회장 측은 "분쟁이 너무 오래 지속된 만큼 분쟁을 축소하고 조속히 해결하려는 대승적 차원에서 7천억원까지는 수긍하고 그 이상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고 다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재상고심에서는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기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도 노 관장의 기여도가 항소심 35%에서 33.3%로 소폭 낮아지는 데 그친 점, 이혼 확정 이후 오른 SK㈜ 주가를 분할 비율에 반영한 점, 혼인 관계 파탄 이후인 2017년 취득한 SK실트론 지분을 분할 대상에 포함한 점 등이 쟁점으로 꼽힌다. 최 회장 측은 SK실트론 지분을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뒤 별도로 인수했다며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앞서 2심은 SK실트론 지분 가액을 7492억원으로 평가했고, 파기환송심도 이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 규모는 다툼 없이 수용한 7000억원이 아니라 파기환송심 판결액 9440억원 전체와 일치한다.
665억→1조3808억→9440억…9년간 이어진 이혼 공방
두 사람의 법적 공방은 2017년 7월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의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 재산분할 665억원, 위자료 1억원만 인정했다. 2024년 5월 항소심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과 노 관장의 기여를 받아들여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 위자료를 2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대법원은 2025년 10월 노 전 대통령의 300억원 지원을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위자료 20억원과 이혼은 이때 확정됐다.

올해 7월 24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고 분할 비율을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했다. 주식 가액은 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 종가인 주당 16만원을 기준으로 산정하되,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사정은 분할 비율 판단에 반영했다. 지급 방식은 주식 현물이 아닌 현금으로 정했다.
최 회장 측은 10월 중 재상고심의 세부 쟁점을 담은 상고이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판결이 확정된 뒤 지급이 늦어지면 연 5%의 지연이자가 붙는데, 9440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472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