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2’ 정성일, 하도영 벗고 천석중 됐다…“새 이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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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천석중 역 정성일이 종영 인터뷰에서 캐릭터 구축 과정을 밝혔다.
사투리 제안, 취조실 장면, 하도영 이후 고민과 차기작 이야기를 전했다.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2' / 마이크를 들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정성일 (사진=디즈니플러스·뉴스1)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2' / 마이크를 들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정성일 (사진=디즈니플러스·뉴스1)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에서 청와대 비서실장 천석중을 연기한 배우 정성일이 종영 인터뷰를 통해 캐릭터 구축 과정과 배우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정성일은 사투리 설정을 직접 제안한 배경과 취조실 장면의 연기 포인트, 백기태 역 현빈과의 호흡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시즌2는 지난달 9일 공개돼 지난 23일 6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정성일은 ‘더 글로리’의 하도영 이후 이어진 이미지에 대한 고민과 ‘천석중 삼촌’이라는 새 호칭이 생긴 에피소드도 전했다.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까지, 시즌2의 천석중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시즌1에서 장건영(정우성)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백기태(현빈)가 9년 뒤 더 큰 욕망을 향해 폭주하는 여정을 그린 누아르 드라마다.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제작은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다.

정성일이 연기한 천석중은 VIP의 곁에서 2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인물이다. 시즌1에서 백기태가 선망하는 권력자로 카리스마를 드러냈던 그는 시즌2에서 9년간 범접할 수 없는 지위에 군림한다. 그러나 권력 구도가 흔들리고 새롭게 부상한 합동수사본부 인물들과 대립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최종회 공개 이후 만난 정성일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촬영하면서도 좋았고 보면서도 좋았다. 끝난 건 섭섭하지만, 큰 사고 없이 마무리돼 좋다”는 소감을 먼저 밝혔다.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까지, 시즌2의 천석중 / ‘메이드 인 코리아2’의 정성일 (사진=뉴스1)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까지, 시즌2의 천석중 / ‘메이드 인 코리아2’의 정성일 (사진=뉴스1)

“가장 허구의 인물”…실존 권력자와 선을 그은 해석

천석중은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직책과 시대적 배경 때문에 실존 인물을 연상시키지만, 특정 인물을 그대로 옮긴 캐릭터는 아니다. 정성일은 “감독님이 극 중 가장 허구의 인물이 천석중이라고 하셨다. 모티브로 삼을 만한 인물이 있긴 했지만, 가장 벗어나는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권력을 가진 자가 어떻게 비칠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그 시대의 2인자는 어땠을지를 따져 나갔다는 것이다. 정성일은 TV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천석중은 그 시대 속에 있지만, 가장 허구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시대의 이인자는 살아남기 위해 흐름을 빨리 캐치할 수 있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며 “당시 일인자의 성격과 성향을 많이 연구했고, 이인자로서 가장 총애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캐릭터를 구축한 과정을 돌아봤다.

“가장 허구의 인물”…실존 권력자와 선을 그은 해석 /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2'의 한 장면 (사진=디즈니플러스)
“가장 허구의 인물”…실존 권력자와 선을 그은 해석 /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2'의 한 장면 (사진=디즈니플러스)

사투리는 정성일의 제안, 감독의 주문은 ‘고개 든 자태’

천석중이 차분한 톤으로 구사하는 경상도 사투리는 처음부터 있던 설정이 아니었다. 정성일은 시즌1 당시 우민호 감독과의 미팅에서 “그 시대 가장 권력 있던 지역은 경상도였고, 제가 대구 사람이다 보니 사투리로 가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감독도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정성일은 사투리의 뉘앙스 안에 여러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무게가 있고 명령조가 될 수 있는 분위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우 감독이 정성일을 캐스팅한 이유 역시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아도 카리스마가 나오는 배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독이 따로 주문한 것도 있었다. 정성일은 “하늘을 향해 고개가 들려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모든 걸 밑에 거느리고 있는 사람 같은 자태를 갖고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취조실에서 떨어진 고개…“품위는 잃지 말라고 하셨다”

시즌1이 아우라와 무게감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시즌2에서는 그 아우라를 지키면서 어떻게 무너질지가 과제였다. 정성일은 “현장에서도 고민할 게 더 많았고 감독님, 상대 배우와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 더 풍부했다. 입체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현장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꼽은 장면은 취조실이다. 줄곧 꼿꼿했던 천석중이 처음으로 불안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정성일은 “전에는 천석중이 고개를 숙일 일이 없었는데, 취조실에서는 저도 모르게 점점 고개가 떨어지더라”고 돌아봤다. 기싸움 중 현장은 실제로 숨이 막힐 정도로 조여 왔다고 한다.

다만 불안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정성일은 “감독님이 품위는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속은 아무리 불안해도 품위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황대식(허정도)이 총을 겨누는 장면에서 나오는 굴복의 모습에 대해서는 “살고자 하는 본능이지 않았을까”라고 해석했다.

취조실에서 떨어진 고개…“품위는 잃지 말라고 하셨다” /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2'의 한 장면 (사진=디즈니플러스)
취조실에서 떨어진 고개…“품위는 잃지 말라고 하셨다” /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2'의 한 장면 (사진=디즈니플러스)

백기태와의 관계, 현빈과의 호흡

정성일은 천석중에게 백기태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묻는 질문에 “9년이 지난 후의 백기태는 호칭 자체도 형님으로 바뀌어 있었고, 시즌2 시작 장면에서도 천석중이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이 백기태였다. 9년 동안 얼마나 의존했는지 알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믿음의 차원에서는 두 사람 모두 서로를 한 번도 진심으로 믿지 않았다고 본다.

그는 “필요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도움받았다고 본다. 그 시대상에 그런 기관에서 욕망을 드러내지 않고 진짜 믿을 수 있는 관계가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빈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정성일은 “백기태가 시즌2에 좀 건방져졌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현빈을 “훌륭한 연기자”라고 칭했다. 현장에서 마주 앉은 자세만으로 백기태가 천석중 가까이 와 있음을 느꼈고, 덕분에 천석중이 더 입체적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백기태와의 관계, 현빈과의 호흡 /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2'의 한 장면 (사진=디즈니플러스)
백기태와의 관계, 현빈과의 호흡 /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2'의 한 장면 (사진=디즈니플러스)

“이해 못 한 인물은 연기할 수 없다”…작품 선택 기준과 자기 검열

TV리포트 인터뷰에서 정성일은 작품 선택 기준으로 대본이 한 번에 읽히는지를 꼽았다. “제 역할을 보기 전에 대본이 얼마나 재밌는지 먼저 본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감독,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작업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천석중과 닮은 점을 묻자 그는 “저는 천석중과 달리 노멀한 사람이다. 돈도 잘 모른다. 물론 일에 대한 욕심은 크고 야망은 있다”고 답했다. 인물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는 ‘이걸 하지 않으면 정성일의 소중한 걸 잃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래’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인다고 한다.

정성일은 “제가 이해 못 한 인물을 연기할 수는 없다. 그런 캐릭터는 보는 사람도 다 안다”고 강조했다. 감정 소모가 크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자기 검열을 많이 하는 편이고 잘하고 있는지 늘 불안하다. 대신 그걸 하고 나서 오는 성취감도 크다”고 말했다.

하도영의 그림자와 ‘천석중 삼촌’이라는 새 이름

정성일은 영화 ‘살인자 리포트’, 드라마 ‘더 글로리’·‘메이드 인 코리아’ 등 어두운 작품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우울한 장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며 “어두운 장르물이 완성도가 높다고 느끼는 것 같다. 밝고 웃기는 것도 좋아하는데 작품 수가 적고, 완성도를 갖추는 게 더 어렵다”고 밝혔다.

‘더 글로리’ 이후에는 대본이 많이 들어왔지만 읽어 보면 모두 하도영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성일은 “하도영을 뛰어넘을 캐릭터가 있을까 싶었고, 그러다 제 이름이 하도영이 될 것 같았다”며 한동안 비슷한 역할을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잘할 수 있는 것을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하도영을 뛰어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하도영 씨’ 대신 한 어머니가 “어, 천석중 삼촌이다”라며 아기와 사진을 찍어 달라고 청한 일이 있었다. 정성일은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새로운 이름이 생기는 것 같다”며 웃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해서는 “애틋하고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배우로서 현장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20년 만의 도약, 그리고 ‘내부자들’ 프리퀄

정성일은 2002년 데뷔해 2022년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로 주목받기까지 20년이 걸렸다. 그는 “돌아가서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 그 정도로 힘들다는 걸 안다”면서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차기작도 이어진다. 영화 ‘사피엔스’와 ‘자필’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내부자들: 악인들의 탄생’ 촬영도 예정돼 있다. 이 작품은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를 이끈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내부자들’(2015)의 프리퀄이다. 정성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래그룹을 키워낸 회장 오현수를 맡는다.

정성일은 “우민호 감독님께 이 인물을 처음 생각하실 때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셨는지 물어봤다. 아직 계속 고민 중”이라며 “연기는 늘 어려운 것 같다. 최선을 다해 봐야죠”라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전편은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