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봉쇄에 방화까지…하루 1949명 체포된 프랑스 고교생 시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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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949명 체포·고교 1000여 곳 영향…일부 학교선 화재까지
과밀학급·교사 부족·긴 수업시간에 반발…프랑스 정부 긴급 대응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프랑스 고교생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하루에만 2000명 가까이가 체포됐다. 일부 학교에서는 화재까지 발생했고 정부는 400여 개 학교를 폐쇄하고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1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르몽드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전역 1027개 고등학교에서 시위가 벌어지거나 수업에 차질이 생겼다. 프랑스 전체 고등학교 3700여 곳 가운데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이 가운데 222곳에서는 학생들이 학교를 봉쇄했다. 학교 주변에서 진행된 시위와 봉쇄 등 집단행동은 약 900건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하루에만 194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서부 낭트의 넬슨 만델라 고등학교에서는 불이 나 건물 일부가 훼손됐다. 리옹과 마르세유, 스트라스부르 등에서도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거나 시설물을 파손하는 일이 이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대중교통 운행까지 중단됐다. 이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다친 경찰과 헌병은 305명으로 집계됐다. 시위가 시작된 이후 학생 170명과 교직원 65명도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사는 없고 교실은 꽉 찼다”…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배경에는 과밀학급과 교사 부족, 긴 수업시간, 낡은 학교 시설 등에 대한 불만이 있다. 결원 교사가 생겨도 대체 인력이 제때 투입되지 않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은 프랑스의 대입 통합 지원 시스템인 ‘파르쿠르쉬프(Parcoursup)’를 통해 학교에 지원하고 합격이나 대기 결과를 받아야 하는 과정에서 받는 압박도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학생들은 학교 건물과 화장실, 급식 환경부터 빡빡한 시간표와 교사 미충원 문제까지 폭넓게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가디언은 일부 학급의 학생 수가 32~35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앞서 파리 지역 시위에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학교생활을 문제 삼는 팻말도 등장했다. 시위는 지난달 21일 파리 남동부 크레테유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뒤 수도권으로 번졌고 지난달 29일부터 전국적인 움직임으로 커졌다. 지난달 29일만 해도 영향을 받은 학교가 300여 곳 수준이었지만 사흘 만에 1000곳을 넘어섰다.
학교에 불까지…정부, 400여 곳 폐쇄

상황이 악화하자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1일 관계부처 장관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 프랑스 정부는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와 별개로 방화와 폭력, 시설물 파손이 잇따르는 상황은 더 이상 일반적인 학생 시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내무부는 질서 유지를 위해 CRS와 기동헌병대 등 추가 경찰력을 투입했다. 르코르뉘 총리실은 일부 시위가 ‘도시 폭력’으로 번지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교육부는 2일 400여 개 고등학교의 문을 닫고 학생들이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도록 했다. 화재 안전시설이 훼손됐거나 교직원을 상대로 한 공격이 발생해 정상적으로 학생을 받을 수 없는 학교들이 대상이다. 에두아르 제프레 프랑스 교육장관은 학생들의 처음 요구에는 귀 기울일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는 일부 과격 세력이 시위를 폭력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일 학생단체와 학부모단체, 교직원 대표들을 만나 요구사항을 들을 예정이다.
시위 여파는 정부의 교육 정책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 장학금을 받지 않는 학생이 전문기술교육 과정인 BTS에 들어갈 경우 연간 178유로, 그랑제콜 준비반인 CPGE에 진학하면 270유로를 내도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그러나 학생 시위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 내용까지 알려지자 반발이 커졌고 제프레 장관은 1일 저녁 해당 방안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학생 시위가 정치권 공방으로
시위가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책임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와 우파·극우 진영에서는 급진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가 학생 시위에 가세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교육장관 역시 일부 극좌 세력이 학생 시위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장을 취재한 르몽드는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충돌 자체를 목적으로 나온 이들이 뒤섞여 있어 시위 참여자들을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묶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LFI 측은 정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폭력에는 반대한다면서도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원인을 외면한 채 좌파에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하고 일부 학교를 폐쇄했지만 학생 단체들은 오는 6일 추가 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시위가 진정될지, 교사 부족과 과밀학급 등 학생들이 처음 꺼낸 문제가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