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소까지 공개돼… 영화 '암살자(들)' 논란에 직격탄 맞은 주연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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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배우 유해진 자택 앞 집회 신고… 도로명 주소 노출 파장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및 이념 논란이 정치권과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극 중 주연을 맡은 배우 유해진의 사저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신고가 접수돼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보수성향 시민단체 신자유연대 대표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통해 "영화 암살자 주연배우 유해진 씨의 집 앞에 집회 신고 완료"라는 글과 함께 관할 경찰서에 제출한 옥외집회 신고서 사진을 공개했다.
작성자는 게시글을 통해 "내가 집회를 하면 아마도 기획사에서 유해진 거처를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후 '가출해 도망간 유해진'을 입증해 보이겠다. 투쟁!"이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공개된 집회 신고서에 따르면 집회 명칭은 '유해진 규탄, 암살자(들) 제작사 규탄'으로 명시돼 있으며 집회 개최 기간은 오는 3~30일 약 한 달 동안이다. 신고 인원은 20명으로 기재됐으나 준비물 항목에 방송 차량 2대와 접이식 간이무대, 대형 음향 장비 등이 포함돼 있어 실질적인 소음 피해와 마찰이 예상된다. 특히 배우 유해진의 실제 자택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도로명 주소 번호가 노출된 장면이 포함돼 있어 논란을 더욱 키웠다.
해당 소식과 집회 신고서 사진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자 상당수 네티즌들은 영화의 내용이나 연출 방향에 대한 비판은 자유롭지만 작품에 참여한 개별 배우의 개인 공간까지 침범하는 행위는 정당성을 잃은 과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집회 신고의 원인이 된 영화 ‘암살자(들)’은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한 작품이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바탕으로 사건의 숨겨진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정통 드라마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 속 일부 등장인물들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 측 또는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사건을 기획하거나 개입했을 수 있다는 가설적 정황을 제기하는 장면이 포함되면서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보수 진영과 일각에서는 사실과 다른 추측성 음모론을 사실처럼 묘사해 역사적 인물과 당시 정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으로도 여파가 미쳐 이종배 국민의힘 전 서울시의원은 전날 허 감독과 영화 제작진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하기도 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연출을 맡은 허 감독은 직접 입장을 밝히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허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작품이 이 정도로 폄하될 줄은 몰랐고 현 상황에 대해 배우들도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들 역시 이런 역사적 배경과 내용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작품에 참여했는데 일방적으로 역사 왜곡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니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대중매체와 기사 헤드라인 등에서 다뤄지는 자극적인 프레임에 대해 "현재 언론 타이틀은 '박정희가 육영수를 죽였다', '북한 영화를 따라 했다', '김정일이 사과했다'는 식의 주장을 한데 묶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엄연히 서로 다른 맥락의 이야기들"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영화가 박 전 대통령을 피격 사건의 직접적인 배후로 지목했다는 주장에 대해 허 감독은 명확히 반박했다. 그는 "영화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며 "박정희가 육영수 여사를 죽이라고 시켰다는 설정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쓰거나 만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정희가 시켰다고 해놓고 정작 그 현장에서 본인이 총을 맞는 상황을 넣는 것은 인과관계나 개연성 면에서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부분은 자체로도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허 감독은 당시 중앙정보부 등 정권 내부 기관이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연성 있는 영화적 상상력과 가정을 적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당시 상황을 다룬 각종 다큐멘터리와 취재 자료를 참고했다면서 "당시 중앙정보부 내부 혹은 6국 등에서 무언가 작동했다는 풍문과 정황들이 존재했다. 기존 관련자 인터뷰와 기록들만 보더라도 중정 개입 가능성에 대한 개연성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허 감독은 작품을 둘러싼 이념적 색깔론과 비난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는 "영화적 구성과 가정을 넘어 창작자와 작품을 향해 '빨갱이'라는 식의 이념적 낙인과 비난이 쏟아지는 현실이 너무나 속상하고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