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이혼하고도 한마당 본채·별채살이…각방 아닌 ‘각채’ 택한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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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에도 한 마당 안 본채와 별채에서 살아가는 군산의 두 사람
취향은 달라도 늘 붙어 사는 보령 부부의 한옥 생활도 공개

이혼한 뒤에도 한 마당 안에서 본채와 별채를 나눠 살아가는 두 사람이 있다. 충남 보령에서는 집부터 침대까지 취향이 정반대인 부부가 오래된 한옥에서 자신들만의 생활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EBS1 ‘건축탐구 집’은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편을 통해 은퇴 이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와 공간을 만들어가는 두 집을 찾아간다. 한 집에서는 부부라는 관계를 끝냈지만 서로의 곁을 떠나지 않은 두 사람이 살고, 또 다른 집에서는 사사건건 취향이 엇갈리면서도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부부가 산다.

이혼했는데 한마당에 산다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첫 번째 집은 전북 군산에 있다. 넓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본채와 별채가 마주 보는 형태다.

본채의 주인은 김주영 씨, 별채에는 이윤미 씨가 산다. 두 사람은 한때 부부였지만 지금은 법적으로 이혼한 사이다. 그런데 이혼 후에도 한집의 본채와 별채를 각각 사용하며 같은 마당에서 생활하고 있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결혼을 꿈꾸던 사람들도 아니었다. 서로 만나기 전까지 모두 비혼을 생각했지만 영화 동아리에서 만나 가까워졌다. 주영 씨는 윤미 씨의 용기 있고 대범한 모습을 좋아했고, 윤미 씨는 주영 씨의 넉넉한 마음에 끌렸다.

서로 다른 점이 매력이 돼 결혼까지 이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차이는 갈등의 이유가 됐다.

결혼사진도 그대로…본채에 남겨둔 흔적들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두 사람이 헤어진 뒤에도 본채에는 함께 살던 시절의 흔적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현관문에는 두 사람의 결혼사진이 여전히 붙어 있고 윤미 씨가 골랐던 화려한 조명도 그대로다.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함께했던 시간을 모두 지워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채 자체도 오랜 시간을 들여 손본 공간이다. 처음 집을 만났을 당시 천장에는 구멍이 날 정도로 낡은 부분이 있었지만 기존 서까래 일부를 남겨 오래된 집의 분위기와 현대적인 요소를 함께 살렸다.

주영 씨가 특히 좋아하는 곳은 마당과 별채가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창 앞이다.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고 때로는 별채에서 지내는 윤미 씨의 모습을 바라보기도 한다.

별채로 옮긴 아내, 남편은 이별 직감했다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윤미 씨의 공간은 본채와 전혀 다른 분위기다. 규모는 작지만 명상과 요가를 즐기는 윤미 씨의 생활 방식에 맞춰 꾸몄다. 곳곳에 식물을 놓고 자연스러운 곡선을 가진 기존 서까래 역시 크게 손대지 않았다.

침실 너머에는 작은 툇마루도 있다. 윤미 씨는 이곳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혼자 시간을 보낸다. 다른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한 공간에 가깝다.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두 사람은 본채의 넓은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같은 풍경을 바라봤다.

하지만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의 차이를 바꾸기보다 그대로 인정하는 쪽으로 생각이 달라졌다. 그러다 윤미 씨가 비어 있던 별채에서 생활하기 시작했고 주영 씨 역시 두 사람의 관계가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도장 찍고 나서야 사라진 ‘아내’의 무게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별채로 거처를 옮긴 뒤에도 윤미 씨에게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실제로는 따로 생활하고 있었지만 법적으로 여전히 부부였기 때문이다. 윤미 씨에게 ‘아내’라는 이름은 하나의 역할이자 부담으로 남아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을 결정했다. 법적인 부부 관계까지 정리한 뒤에야 윤미 씨는 자신을 짓누르던 역할에서 한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인연까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현재도 본채와 별채를 각각 사용하며 같은 마당을 공유한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생활을 이어갈지, 언젠가 둘 중 한 사람이 이 집을 떠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은 한 공간 안에서 무조건 함께하는 대신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새집 원하는 남편, 한옥 산 아내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두 번째 집은 충남 보령에 있다. 이곳에 사는 안영규 씨와 김선경 씨는 집을 바라보는 취향부터 정반대다. 남편 영규 씨는 지중해풍 2층 주택을 짓고 싶었지만 아내 선경 씨는 오래된 한옥에 마음을 빼앗겼다.

처음 시작은 남편의 제안이었다. 낚시를 좋아하던 영규 씨가 아내에게 땅을 마련해보자고 했고 자신이 꿈꿔온 집을 지을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선경 씨가 마련한 땅에는 이미 오래된 한옥이 자리하고 있었다.

새것을 좋아하는 남편과 오래된 가구를 모을 정도로 옛것을 좋아하는 아내. 결국 남편은 새집을 짓는 대신 아내가 선택한 한옥을 직접 고치는 쪽을 택했다.

아내 위해 고친 부엌, 정작 아내는 불만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집을 고치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선경 씨는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CCTV로 남편의 작업 모습을 지켜볼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완성된 집을 직접 확인한 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견됐다.

부엌이었다.

살림 경험이 많지 않았던 영규 씨가 직접 공간을 손보다 보니 실제 사용하기에는 부엌이 지나치게 작아졌다. 아내를 생각해 고친 공간이었지만 정작 선경 씨에게는 불편한 부엌이 된 셈이다.

그 결과 부엌일은 이전보다 영규 씨가 더 많이 하게 됐다.

그래도 부엌 곳곳에는 아내의 취향이 남아 있다. 서까래 아래에는 펜던트 조명을 달았고 오래된 장 위에는 선경 씨가 모은 여러 나라의 찻잔이 자리한다.

부부인데 침대는 따로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침실에서도 두 사람의 ‘따로 또 같이’ 생활은 이어진다. 두 사람은 원래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오래된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잤다. 그러던 어느 날 선경 씨가 침대를 따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영규 씨도 섭섭한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각자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침대는 따로 쓰지만 일상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침실 미닫이문을 열면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거실이 바로 이어진다.

거실의 대청마루는 영규 씨의 손을 가장 많이 탄 공간 중 하나다. 한옥에 난방 배관을 넣기 위해 기존 대청마루를 해체하면서 나무 하나하나에 번호를 적어뒀다가 다시 조립했다.

논산까지 직접 찾아가 제작한 홍송 목창호도 집에 설치했다. 자신의 취향과는 달랐던 한옥이지만 고치는 과정에는 남편의 시간과 손길이 곳곳에 들어갔다.

식당 접고 다시 꺼낸 ‘가수의 꿈’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이 집은 부부에게 단순히 살 곳을 옮긴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영규 씨는 과거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했다. 20년 넘게 일을 이어가던 중 어느 순간 더 이상 일이 즐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삶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보령으로 내려왔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다시 꺼내 든 것은 오래전에 접었던 음악이었다.

영규 씨는 학창 시절 가수 전영록과 함께 지냈고 듀엣으로 데뷔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다. 부모의 반대로 가수의 길을 계속 걷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집 마당 한쪽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노래를 부른다.

선경 씨에게도 자신만의 공간이 있다. 남편이 직접 만들어준 황토방에서 옷을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집의 모양부터 가구, 부엌, 침대까지 맞는 것보다 다른 것이 더 많은 두 사람이다. 하지만 서로를 똑같이 맞추려고 하기보다 각자의 취향을 위한 공간을 집 안에 하나씩 만들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군산에서는 이혼 후에도 본채와 별채에서 서로의 곁을 지키는 두 사람이, 보령에서는 취향은 정반대지만 함께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부부가 등장한다. 관계의 모양은 서로 다르지만 두 집 모두 은퇴 이후 자신에게 맞는 거리와 공간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닮았다.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편은 오는 6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은퇴 그 후, 부부의 세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