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20m 상공서 외줄타고…오늘(1일) 광화문 도심 한복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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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120m 고공에서 펼친 극한의 외줄 퍼포먼스
점심시간을 맞은 광화문 한복판에서 시민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고층빌딩 사이, 지상에서 무려 120m 떨어진 허공에 설치된 가느다란 줄 위로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찔한 높이에서 펼쳐진 외줄타기 퍼포먼스에 광화문 일대는 순식간에 거대한 관람석처럼 변했다.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고 줄 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묘기까지 이어졌다.

1일 서울 광화문 도심 한복판에서 세계적인 슬랙라인 선수 얀 루스가 지상 약 120m 높이에 설치된 외줄을 왕복하는 고공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얀 루스는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과 동아미디어센터 옥상을 연결한 길이 약 160m의 슬랙라인에 올랐다. 줄 아래에는 별도의 그물망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루스는 몸과 줄을 연결한 안전장비를 착용한 채 공연을 진행했다.
슬랙라인은 두 지점 사이에 설치된 폭 수㎝의 평평한 줄 위에서 균형을 잡아 이동하거나 점프, 회전 등 여러 기술을 펼치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서울 도심에서 이 같은 형태의 슬랙라인 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0m 상공서 160m 외줄 왕복
오후 1시경 코리아나호텔 옥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루스는 외줄 위에 올라 동아미디어센터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광화문과 세종대로 일대에서는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과 관광객 등이 걸음을 멈추고 고공 퍼포먼스를 지켜봤다. 상당수 시민은 휴대전화로 공연 장면을 촬영했다.
루스는 두 팔과 몸을 움직이며 균형을 잡은 채 줄을 건넜다. 바람이 불 때는 외줄에 몸을 눕히거나 팔다리를 벌린 자세를 취했고 지상에 모인 관람객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약 15분 만에 동아미디어센터 쪽에 도착한 루스는 잠시 뒤 다시 코리아나호텔 방향으로 출발했다. 돌아오는 과정에서는 물구나무서기를 비롯해 한 손으로 줄에 매달리기, 두 발을 줄에 걸고 거꾸로 매달리기, 외줄 위에서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하는 등 여러 기술을 선보였다.
루스는 오후 1시 27분쯤 출발 지점인 코리아나호텔에 돌아오며 왕복 약 320m 구간의 퍼포먼스를 마쳤다.
서울시의회 앞 일대 인파도 늘어

현장에는 관람 인파도 몰렸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10분 기준 서울시의회 앞 일대 인구는 약 1만2000~1만4000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최근 한 달 동안 목요일 같은 시간대와 비교해 16.3% 많은 수준이다.
에스토니아 출신인 루스는 세계 슬랙라인 챔피언전에서 세 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는 선수다. 외줄 위에서 더블 백플립에 성공한 최초의 선수로도 알려져 있다.
2024년에는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 사이 메시나 해협에 설치된 약 3.6㎞ 길이의 슬랙라인 횡단에 도전해 해협을 건넜다. 같은 해 튀르키예 보스포루스 해협을 슬랙라인으로 횡단하며 대륙 사이를 외줄로 건너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루스는 2022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전통 줄타기를 접한 뒤 관심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광화문 공연 역시 한국 전통 줄타기와의 인연을 계기로 마련됐다.
청계광장서는 시민 체험 행사도
청계광장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슬랙라인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진행됐다. 높이 약 30㎝와 50㎝에 설치된 길이 약 2m의 줄을 직접 건너보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번 행사는 레드불 코리아가 주최·주관하고 서울시가 후원했다. 서울시는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관람 구역과 보행 동선을 분리하는 등 현장 안전관리에 나섰다.
루스의 고공 슬랙라인 퍼포먼스는 이날 오후 4시에도 한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외줄 위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까

슬랙라인처럼 폭이 좁고 흔들리는 줄 위에 서려면 단순히 다리 힘만 강해서는 안 된다. 시각과 전정기관, 근육과 관절에서 전달되는 감각을 동시에 활용해 몸의 위치를 계속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줄이 좌우로 움직일 때 몸의 중심이 지지면 밖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빠르게 자세를 수정해야 한다.
두 팔을 좌우로 넓게 벌리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있다. 팔의 위치를 바꾸면 몸 전체의 회전과 중심 이동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슬랙라인 선수들이 걷는 동안 팔을 크게 움직이는 것은 흔들림에 맞춰 몸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동작이다. 무릎을 완전히 펴기보다 약간 굽힌 상태를 유지하면 줄에서 전달되는 움직임에 대응하기도 한결 수월하다.
시선 역시 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밑만 계속 내려다보기보다 앞쪽의 비교적 고정된 지점을 바라보면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시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머리와 시선이 크게 흔들리면 시각과 평형 감각을 이용한 자세 조절도 어려워질 수 있다.
복부와 허리 주변의 근육도 지속적으로 사용된다. 줄이 움직일 때 상체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지 않도록 몸통을 안정시키고 발목과 무릎은 작은 움직임을 반복하면서 균형을 맞춘다. 한 부위만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발목부터 다리, 몸통, 팔까지 여러 관절이 함께 움직이는 방식이다.
숙련도도 큰 영향을 준다. 처음 슬랙라인에 올라선 사람은 줄의 흔들림에 과도하게 반응해 오히려 몸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반복 훈련을 거치면 필요한 만큼만 움직여 자세를 수정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실제 연구에서도 슬랙라인 훈련이 해당 동작에서의 균형 능력과 자세 조절 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다만 높은 곳에서 이뤄지는 하이라인이나 고공 슬랙라인은 일반적인 체험용 슬랙라인과 위험 수준이 전혀 다르다. 전문 선수들은 별도의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훈련과 현장 안전관리 아래에서 공연한다. 고공 외줄타기는 숙련된 기술과 안전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하는 전문 스포츠 영역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