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까지 출동… 새벽 3시 주택가서 '연막탄·스피커' 터뜨린 뮤비 촬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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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고에도 촬영 지속… 주민 “촬영이 벼슬인가” 분통

인천의 한 주택가에서 심야 시간에 주민 사전 동의 없이 스피커와 연막탄을 동원한 촬영 작업이 강행돼 주민들이 극심한 소음 및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 AI 생성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 AI 생성 이미지

촬영 현장의 무분별한 소음 및 통제 행위로 인한 주민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야간 소음 민원 대응 체계의 한계와 촬영 현장의 성숙한 의식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새벽 3시 넘어 스피커·연막탄 동원… 주민 "선 지켜달라" 호소

인천 제물포시장 인근 주택가에서 새벽 3시가 넘은 시각까지 스피커와 연막탄을 동원한 영상 촬영이 지속돼 주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해당 사실은 전날 제물포시장 인근 주민 A 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 계정에 당시 촬영 현장을 직접 담은 영상을 게시하면서 알려졌다.

촬영 소음에 괴로워하고 있는 주민 모습 / AI 생성 이미지
촬영 소음에 괴로워하고 있는 주민 모습 / AI 생성 이미지

1일 확산된 영상과 게시글에 따르면, A 씨는 "이곳은 촬영지로 인기가 많은 동네라 10년을 살면서 수많은 촬영 작업을 목격해왔지만 새벽 3시가 넘은 시간까지 스피커까지 사용하며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촬영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그동안 수많은 촬영 건에 대해 단 한 번도 민원을 넣어본 적이 없었으나 이번 일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워 화가 나서 글을 올리게 됐다"고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공개된 영상 속 현장은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추정되는 곳으로, 현장 스태프가 스피커를 활용해 고성으로 진행 지시를 내리는 정황이 그대로 포착됐다. 현장에서는 "다시 한번 가볼게요", "연막탄 다시 한번 쓸게요", "터트려주세요", "나와야 돼요" 등의 고함과 지시 사항이 주택가 한복판까지 또렷하게 전달됐다. 이어 여러 색상의 연막탄이 잇따라 터졌고 스태프들의 추임새와 환호성 소리 역시 새벽녘 주택가에 크게 울려 퍼졌다.

A 씨는 촬영 작업 과정에서 최소한의 사전 양해나 절차조차 생략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전 촬영 협조문이 붙거나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며 "새벽까지 고생하며 촬영하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정작 인근 주민들은 극심한 소음으로 밤새 고통받았다. 현장 관계자들에게서 주민을 배려하거나 주의를 기울이려는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참다못한 A 씨는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현장에 다녀간 뒤 A 씨는 '10분 후 촬영이 종료될 예정'이라는 출동 결과 답변 문자를 받았다. 실제 촬영 작업은 출동 문자를 수신한 지 약 10~15분이 지난 시점에 마무리됐으며 당시 시각은 이미 새벽 3시 40분을 넘어선 때였다.

A 씨는 촬영이 끝난 후 현장 분위기에 대해서도 씁쓸함을 표했다. 그는 "촬영이 마무리되자 현장 관계자들이 서로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주고받으며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면서 "주변 주민들이 겪은 불편과 피해 따위는 완전히 안중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A 씨는 "경찰관들이 현장에 오시더라도 현실적으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촬영이라는 이유가 마패라도 되는 것은 아니다. 민원을 전달받고도 '어쩌라고'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촬영이 벼슬은 아닌 만큼, 제발 기본적인 상식과 선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도 비슷한 피해 겪었다"… 공분 확산과 야간 대응 한계 지적

해당 게시물은 공개 이후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약 6만 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댓글 창에는 전국 각지에서 유사한 촬영 관련 피해를 겪었다는 누리꾼들의 제보와 경험담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서울 신촌 일대에서 3시간 이상 도로가 통제되는 피해를 입어 경찰에 신고했으나 별다른 제재나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퇴근 후 거주 중인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건물 주변에서 촬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진입을 막아섰다"며 "심지어 현장 관계자들이 건물 출입구 인근에서 연이어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담배 연기와 냄새가 계단을 타고 집 안까지 올라와 큰 불편을 겪었다"고 폭로했다.

이 외에도 인천 송도 등 주요 지역에서 드라마, 영화, 광고 촬영 등으로 인해 거주지 주변에서 생활 불편을 겪었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됐으며 공원이나 일반 도로 등 공공장소에서 통행권을 부당하게 제한받았다는 구체적인 사례들도 잇따라 공유됐다.

끊이지 않는 제작 현장 마찰… 부산에서도 통제 논란 발생

이처럼 촬영 현장을 둘러싼 주민 및 방문객과의 마찰은 전국 각지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앞서 부산에서도 유메이커 명소 내 촬영 진행 방식을 둘러싸고 시민들의 불편 논란이 크게 불거진 바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뷰티 인 더 비스트(가제)' 제작진은 지난 4월 1~2일 벚꽃 명소로 유명한 부산 개금문화벚꽃길의 일부 구간을 통제한 채 촬영을 강행했다. 당시 해당 시기는 벚꽃이 만개하는 개화기와 맞물려 있어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몰리는 상황이었으나 핵심 사진 촬영 구간의 통행이 제한되고 일부 야간 조명마저 켜지지 않으면서 현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큰 차질과 불편을 겪어야 했다.

당시 논란에 대해 부산영상위원회 관계자는 "차도를 직접 통제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별도의 정식 행정 허가 절차 없이 관할 지자체 및 경찰서에 협조 요청을 전달하고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작사 측 역시 사과문을 통해 "부산진구청 및 부산진경찰서를 포함한 관계 부서에 공식 공문을 전달하고 협조 요청을 거쳐 촬영을 진행했다"면서도 "촬영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시민 및 방문객분들께 큰 불편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