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어갈 테니, 대대장 모셔라” 북한 지뢰 폭발 25사단 '영상'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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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폭발 속 드러난 장병들의 전우애

DMZ 지뢰 폭발 순간 담긴 보디캠 영상을 본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이 눈물을 글썽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 당시 장병들의 움직임을 담은 보디캠 영상이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공개됐다. 영상을 본 진성준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부상한 전우를 서로 부축하고 기어서 수색로를 빠져나오는 장병들의 모습에 “울컥했다”며 “진한 전우애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30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날 국방위에서 확인한 사고 영상을 직접 설명했다. 사고 당일 육군 25사단 수색대와 관할 공병대 등 18명이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기 위해 DMZ 안쪽으로 들어갔고, 이 가운데 2명이 보디캠을 착용했다. 2대 가운데 1대가 작동해 수색로 개척 과정과 폭발 당시 상황, 이후 장병들이 부상자를 데리고 빠져나오는 모습이 영상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이 공개한 DMZ 부상자 이송 당시 사진 / 뉴스1
합참이 공개한 DMZ 부상자 이송 당시 사진 / 뉴스1

진 위원장은 “21일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기 위해서 우리 장병들이 통문 안쪽으로 진입하고 지뢰를 탐지하는 장면, 그리고 폭발이 일어나서 부상을 당한 장병들을 서로 부축하고 기어서 그 수색로를 빠져나오는 장면들을 봤다”며 “울컥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병들의 헌신적인 소명 의식, 또 부상 전우를 끌어안고 함께 빠져나오는 장면, 이런 것에서 정말 진한 전우애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고 이후 장병들이 현장을 빠져나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뢰를 탐지하면서 진입했던 수색로였지만 폭발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이미 지나온 길이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부상자들을 후송하기 위해 다시 이동해야 하는 만큼 한 걸음씩 지뢰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진 위원장은 “지뢰를 탐지하면서 들어갔다가 돌아 나오면서 지뢰 폭발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이미 탐지한 통로로 다시 나온 것이지만 또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전한 후송을 위해서는 일일이 탐침봉으로 지뢰를 확인하는 작업을 추가로 더 했다”고 설명했다.

DMZ 지뢰 폭발 사고 중간 브리핑하는 합참 / 뉴스1
DMZ 지뢰 폭발 사고 중간 브리핑하는 합참 / 뉴스1

그러면서 “그런 환경 속에서 무사히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가슴 뭉클했다”고 말했다.

같은 영상을 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장병들이 부상자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돕는 모습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날 민주당 유튜브 채널 ‘민주당TV’에 출연해 “(영상을) 보면서 거의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사고 당시 부상을 입은 수색대대장은 스스로 걷기 어려운 상태였다. 장병들은 나무와 전투복 등을 이용해 임시로 들것을 만들어 대대장을 옮겼다.

다른 부상자는 상태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함께 이동하는 인원이 부족해지자 자신이 기어서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 장병이 “내가 기어가겠다”고 하면서 “대신 대대장을 모시고 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순간의 상황도 보디캠 영상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색대대장 앞에 있던 탐지조 공병 요원이 철수를 위해 왼쪽 발을 내딛는 순간 폭발이 발생했다. 대대장은 쓰러진 요원을 향해 “괜찮아?”라고 외치며 뛰어갔고, 이 과정에서 2차 폭발이 발생해 대대장도 쓰러졌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합참이 공개한 DMZ 지뢰 폭발 사고 응급구조사 투입 사진 / 뉴스1
합참이 공개한 DMZ 지뢰 폭발 사고 응급구조사 투입 사진 / 뉴스1

부상자들을 데리고 빠져나오는 과정에서는 지형도 문제가 됐다. 사고가 발생한 곳에서 수색로를 따라 이동한 뒤 언덕을 올라야 했고, 중상을 입은 장병들은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다.

김 의원은 “(빠져나오면서) 언덕을 기어오르는데 다리에 엄청 중상을 입으면 못 올라가지 않냐. 그러니까 그것을 잡아주고 아주 그 처절한 장면이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 상황에서도 전우애를 발휘하는 장면에 저만 눈물을 글썽글썽하나 했더니 앞에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글썽글썽하더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1일 오전 10시50분쯤 경기 파주시 육군 25사단 관할 DMZ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을 진행하던 중 발생했다. 당시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두 차례 발생하면서 수색대대장 등 간부 2명이 중상을 입었고 다른 간부 1명도 경상을 입었다. 부상자 3명은 모두 지뢰 덧신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군사분계선(MDL) 인근으로, 장병들이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면서 지뢰 탐지 작업을 진행하던 곳이었다. DMZ는 남북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설정된 비무장지대이며, 이 지역에는 과거부터 매설된 지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고 이후 군과 유엔군사령부는 현장 조사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사고 발생 닷새 뒤인 26일부터 현장 진입을 위한 기동로 확보와 작전 환경 조사 등이 진행됐고, 27일에는 군과 유엔사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현장 자체가 지뢰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지역인 만큼 조사 과정에서도 안전 확보가 중요한 절차로 진행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국회 국방위도 28일 육군 25사단 관할 DMZ를 직접 찾아 현장 조사 상황을 점검했다. 합참은 사고 이후 부상자들의 파편과 혈흔이 묻은 거즈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군과 유엔사 합동조사를 위한 현장 안정성 평가와 기동로 확보 작업이 이어졌다.

29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사고 원인과 북한의 지뢰 매설 여부 등을 놓고 현안 질의가 진행됐다. 군 당국은 사고 현장의 지뢰가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다만 실제 매설 시점과 구체적인 경위 등은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부분으로 남아 있다.

진 위원장은 30일 CBS 라디오에서 북한의 지뢰 매설과 관련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우리 군을 직접 겨냥해 지뢰를 설치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방어 목적으로 매설했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진 위원장은 북한이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 지뢰를 매설했다면 정전협정 위반이며 넓은 의미에서 군사적 도발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군사적 대응 수위에 대해서는 남북 간 충돌로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고 현장 조사와 관련한 정치권의 공방도 이어졌다. 김병주 의원은 국회 국방위에서 사고 영상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장병들의 구조 과정에서 나타난 모습을 강조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 일부 정치권에서 군에 현장 진입과 조사를 서두르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던 것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연휴 때 한동훈 의원이나 나경원, 윤상현 의원들이 뭐라 했냐. (조사를 위해) 빨리 들어가라고 하고 그렇게 했던 것들이 진짜 피도 눈물도 없었던 사항으로 보여졌다”고 말했다. 이는 김 의원이 당시 일부 정치권의 현장조사 요구를 두고 밝힌 자신의 평가다.

한동훈 의원은 이날 진 위원장의 북한 지뢰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한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진 위원장이 북한이 매설한 지뢰가 우리 군을 직접 겨냥한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일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문제 삼았다. 양측의 주장은 북한 지뢰의 성격과 군의 대응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번 보디캠 영상은 국회 국방위 비공개 회의에서 의원들에게 공개됐으며 일반에 전체 영상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은 진성준 위원장과 김병주 의원 등이 영상을 확인한 뒤 설명한 장면을 토대로 한 것이다.

영상에는 장병들이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기 위해 지뢰를 탐지하는 과정부터 폭발 이후 부상자들을 서로 부축하고 기어서 현장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원인과 북한 지뢰의 정확한 매설 경위에 대한 조사는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