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오기 전 이웃이 먼저" 서정대, 기업·주민 잇는 마을 안전망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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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나면 누가 어르신을 도울까

서정대학교(총장 양영희)는 9월 29일 오후 3시 양주시 회천1동 덕정6통 일원에서 응급구조과 학생과 회천1동 주민자치회 회원, 덕정6통 주민, 천일페인트·크로바가구 직원 등 25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2026 마을 위기 대응사업’ 현장 적용 모의훈련을 실시했다고 3밝일 혔다.

주민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화재장소로 뛰어가는 천일페인트 직원 모습
주민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화재장소로 뛰어가는 천일페인트 직원 모습

이번 훈련은 지난 9월 17일 덕정6통에서 진행한 현장조사를 통해 파악한 지역의 위험요소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당시 학생과 주민들이 직접 지역을 살피면서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떤 지점이 취약한지, 어떤 주민이 우선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를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주민과 인근 기업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실제 행동계획을 세웠다.

덕정6통은 천일페인트 사업장과 크로바가구 기숙사가 인접해 있고 70대 이상 고령 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다. 주거지역과 기업시설이 가까운 만큼 사업장과 마을의 안전을 별개의 문제로 보기 어렵고, 화재 등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민과 기업이 서로의 안전을 돕는 지역 단위 대응체계를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는 곳이다.

이날 훈련은 서정대학교 응급구조과 이상한 교수의 지휘 아래 덕정6통 경로당에서 가스통 폭발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화재진압조와 주민대피조로 나뉘어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실제 상황에 가까운 방식으로 움직였다.

훈련은 경로당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경로당에 있던 어르신이 119에 신고하고, 다른 주민은 인근 천일페인트와 크로바가구에 연락해 화재진압과 주민대피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초기 대응이 이뤄졌다.

연락을 받은 천일페인트 직원들은 소화기를 들고 현장으로 이동해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초기 화재진압에 나서는 상황을 훈련했다. 동시에 다른 참여자들은 경로당에 있던 어르신들이 화재 현장을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대피를 지원했다.

대피 과정 역시 실제 상황을 고려해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자세를 낮춘 채 이동했으며, 기업 직원과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사전에 안전한 대피장소로 정한 오복상회까지 이동했다. 단순히 화재 발생을 가정한 역할극이 아니라 신고부터 초기진압, 대피, 안전장소 이동까지 전체 과정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본 것이다.

학생 및 기업체 직원의 안내에 따라 대피하는 주민 모습
학생 및 기업체 직원의 안내에 따라 대피하는 주민 모습

이번 훈련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사전에 특정하고, 이들을 도울 가까운 기업 근로자를 연결했다는 점이다. 위기상황이 발생한 뒤 누구를 도울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부터 취약 주민과 지원 인력을 연결해두는 방식이다.

서정대학교는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덕정6통의 위기 대상 주민 10명을 파악했다. 이 가운데 실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5명과 덕정6통장의 추천을 받은 5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을 대상으로 비상상황에서 대피와 구조를 지원할 천일페인트·크로바가구 직원과의 연계 작업을 진행했다.

해당 어르신들에게는 화재 등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하는 동시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연결된 기업 직원들의 연락처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보관하도록 안내했다. 위급상황에서 스마트폰 사용이나 전화번호 검색이 어려울 수 있는 주민들이 신속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해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지역 안전의 개념을 ‘전문기관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에서 ‘전문기관과 함께 지역사회가 먼저 움직이는 것’으로 확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소방과 구조 전문기관이 출동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최초 몇 분 동안 주변 사람들이 어떤 대응을 하느냐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 주민이 많은 마을에서는 이러한 사전 연결망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화재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빠르게 대피하기 어려운 주민이 있을 수 있고, 이들의 위치와 상태를 평소에 파악해두지 않으면 긴급 상황에서 대응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대학생들이 지역 현장에 들어가 직접 위험요소를 조사하고 주민과 함께 대응방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응급구조과 학생들은 전공에서 배운 재난·응급 대응 지식을 실제 지역사회 문제와 연결하고, 주민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위험요소와 대응방법을 직접 점검하면서 지역 안전에 대한 참여도를 높였다.

덕정 6통 지역 거동불편 주민 위치도
덕정 6통 지역 거동불편 주민 위치도

기업의 참여 역시 이번 사업을 차별화하는 요소다. 사업장 안전만 관리하는 데서 벗어나 인근 주민의 안전까지 함께 살피면서 기업과 지역사회의 관계를 생활권 단위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천일페인트와 크로바가구 직원들은 주민 신고 이후 현장 초기대응과 대피지원 역할을 직접 수행하면서 지역사회의 안전망에 참여했다.

양영희 서정대학교 총장은 “회천1동은 기업과 주민의 생활공간이 인접해 있어 사업장의 안전과 주민의 안전을 별개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지역”이라며 “이번 훈련은 주민과 학생, 기업 근로자가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실제 상황처럼 직접 움직여봄으로써 위기상황에서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관계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는 기업 직원을 연결한 것은 이번 사업의 슬로건인 ‘119와 함께 229, 이웃이 이웃을 구하다’를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한 사례”라며 “이번 경험이 훈련으로 끝나지 않고 주민 스스로 지속할 수 있는 마을 안전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천1동 훈련은 서정대학교가 추진해 온 ‘2026 마을 위기 대응사업’의 마지막 현장훈련이기도 하다. 대학은 지난 7월 8일 마을 위기 대응 공통교육을 시작으로 남면, 광적면, 회천1동 등 3개 지역에서 약 3개월 동안 현장조사와 주민 참여형 대응훈련을 진행했다.

남면 구암리에서는 고령 주민들의 낙상과 폭염 등 생활안전 위험요소를 찾아 현장조사와 대응훈련을 진행했다. 광적면에서는 가래비시장을 중심으로 전통시장 화재 발생을 가정해 초기 대응과 주민 대피훈련을 실시했다.

회천1동에서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주거지역과 공장·기업시설이 인접한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고령 주민들의 대피를 어떻게 돕고, 인근 기업 근로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실제 훈련을 통해 점검했다.

서정대학교는 각 지역에서 주민과 학생들이 직접 조사한 위험요소를 마을 위험지도로 정리하고, 위험상황별 대응방법을 담은 매뉴얼을 제작해 주민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위험요소를 지도에 표시하고 대응방법을 주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일상생활 속에서도 지역의 위험을 스스로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위험지도는 단순히 사고 가능성이 있는 장소를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들이 ‘우리 마을에 어떤 위험이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용적인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서정대학교는 오는 10월 28일 교내에서 ‘2026 마을 위기 대응사업 성과토론회’도 개최한다. 남면·광적면·회천1동에서 진행한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주민과 대학, 행정, 지역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지속가능한 주민 주도형 마을 안전망 구축과 확산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장 모의 훈련 전 훈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현장 모의 훈련 전 훈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이번 성과토론회에서는 각 지역에서 확인한 위험요소와 주민 참여 방식, 대학생들의 역할, 기업과 지역사회의 협력 사례 등을 공유하면서 향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훈련에서 얻은 경험을 한 지역의 사례로 끝내지 않고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역 안전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다.

이번 덕정6통 훈련이 보여준 가장 큰 특징은 ‘누가 안전을 책임지는가’에 대한 관점을 넓혔다는 점이다. 소방과 경찰, 지방정부 등 공공기관의 역할을 전제로 하면서도 재난 발생 초기에는 주민과 기업, 지역단체가 서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관계를 사전에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10명과 가까운 기업 근로자들을 연결한 방식은 지역의 인적자원을 안전망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평소에는 서로 다른 생활공간에서 생활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이지만 위기상황에서는 가까운 곳에 있는 이웃으로서 서로를 돕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결국 재난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장비와 매뉴얼만이 아니라 ‘누가 누구를 도울 것인가’를 평소에 정해두는 일이다. 이번 훈련은 그런 관계를 실제 현장에서 만들어보고, 주민과 기업, 대학이 함께 역할을 수행해보면서 지역 안전망이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서정대학교가 추진한 마을 위기 대응사업이 앞으로 위험지도와 대응매뉴얼, 주민 자율훈련 등으로 이어진다면 지역 단위의 안전관리 체계가 보다 일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훈련에 참여한 주민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대응방법을 기억하고, 기업과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연락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