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군 당국 “우리 장병들 북한 지뢰로 심각한 부상...북한에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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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경선 요새화 중단해야”
군 당국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장병들을 다치게 한 지뢰 폭발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공식화했다. 사고 발생 9일 만에 내놓은 첫 대북 입장으로, 북한의 사과와 함께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당장 멈출 것을 요구했다.
강현우 합동참모본부(합참) 작전본부장은 3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강 본부장은 "지난 9월 21일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정상적인 수색작전을 수행하던 우리 장병들이 북한군의 지뢰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 9일 만에 나온 첫 공식 입장…"모든 책임은 북한에"
강 본부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북한이 접경지역에서 벌여온 작업을 긴장 고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북한은 우리 정부의 일관된 한반도 평화공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사분계선 인근 지뢰매설 등 소위 '국경선 요새화'를 지속 추진해 왔으며, 이는 남북 간 접경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자 기존 남북 간 합의 정신을 해치는 것으로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강 본부장은 "북한은 소위 '국경선 요새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활동을 즉시 중단해야 하며, 북측의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향후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둔다"며 경고 메시지도 함께 냈다.
주목할 대목은 표현의 변화다. 군은 사고 당일 '원인 미상의 폭발'이라고 밝혔고, 이후에도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라는 표현을 유지하며 지뢰의 출처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다. 이번 입장문에서는 '북한군의 지뢰에 의해'라는 문구를 명시했다. 당시 연이어 터진 지뢰 두 발 모두 북한군이 묻은 것이라는 판단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 쓰러진 중사 구하러 간 대대장…연이은 두 차례 폭발
사고는 지난 21일 오전 10시 50분께 육군 25사단 관할 서부전선 DMZ 안, 군사분계선(MDL) 남쪽 지점에서 일어났다. 당시 25사단 수색대대장(중령)과 장병 10여 명은 수색로 개척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수색로 개척은 지뢰나 불발탄 같은 위험 요소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병력이 안전하게 이동할 통로를 만드는 작전이다. 수십 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확인 지대를 직접 걸어 들어가야 하는 만큼, DMZ 작전 가운데서도 위험도가 높은 임무로 꼽힌다.
이날 작전은 DMZ 내에서 식별된 북한군의 '지형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군은 유엔군사령부(유엔사)와 함께 해당 지역을 현장 조사할 계획이었고, 이에 앞서 조사 인원이 지나갈 길을 미리 확보하려던 중이었다.
첫 폭발은 대열 맨 앞에서 지뢰를 탐지하던 공병 중사 쪽에서 났다. 수색대대장이 부상한 중사에게 다가가 현장 조치를 하려는 순간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이 폭발로 대대장은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중사도 크게 다쳤고, 함께 있던 간부 1명이 경상을 입어 부상자는 모두 3명으로 집계됐다.
군은 의무후송헬기를 DMZ 안으로 들여보내 중상자 2명을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겼다. 경상자 1명은 육로로 이송됐다. 중상자 2명은 당일 응급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병 중사는 지뢰 폭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호덧신 등 안전 장구를 갖추고 있었지만 다리에 큰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나머지 대원들은 적에게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중상자 두 명을 직접 들어 안전 지역까지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대장은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자신의 상태보다 부하들의 안부를 먼저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는 군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다른 부대원들은 괜찮습니까"라고 물었다고 보도했다. DMZ에서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이 발목 절단에 이르는 중상을 입은 것은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약 11년 만이다.
2015년 8월 4일 경기 파주 DMZ에서는 수색 작전에 나선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북한군이 몰래 묻어둔 목함지뢰를 밟아 다리와 발목을 잃었다. 당시 군은 폭발 지점 주변에서 수거한 파편 등을 근거로 북한의 의도적 도발로 결론 내렸고,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포격 사태로 이어지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치솟았다. 사태는 같은 달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이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 사고 일주일 전 이미 제기됐던 '지뢰 매설' 의혹
이번 사고를 두고 예견된 참사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군이 MDL을 넘어 지뢰를 묻었을 가능성은 사고 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는 북한이 MDL을 넘어 지뢰지대를 만든 곳이 6곳에 이른다는 주장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당시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은 "일부 지형 변화가 있는 것을 식별했으며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에 대해 유엔사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북한군이 특정 사단의 경계구역을 침범해 지뢰지대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사고 당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엔 안 밝혔지만 25사단"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이번 폭발 지점이 북한군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 사이 MDL 남쪽에 만든 지뢰지대 인근이라는 소식통의 전언도 전했다.
여당에서도 군의 대응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며칠 전 군 브리핑에서 기자로부터 북한군이 DMZ 사고 지점 근처에 지뢰를 매설했다는 의문이 제기됐다고 밝혀져 참으로 충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그때 제기된 의문을 제대로 조사하고 조처를 했다면 오늘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적었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유엔사는 특별조사팀을 현장에 보냈다. 특조팀은 합참 감식단과 함께 폭발 지점 주변 토양을 채취하고 폭발물 파편 등 잔해를 수거하며 조사를 벌여왔다.
■ 신임 국방장관 "상응하는 조치"…대응 수위에 쏠린 눈
군 당국은 폭발한 지뢰가 북한군에 의해 매설됐으며, 매설 시점은 1년 전보다 이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취임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취임 첫날부터 북한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강 장관은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후좌우, 어떻게 됐든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일들이 있는 만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1군단, 25사단 지역은 수년 전부터 상당히 많은 상황이 있었던 곳이고, 아직까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한 것으로 확인되면 확실하게 조치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23일에는 국군수도병원 국군외상센터를 찾아 부상 장병과 가족을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작전 수행 중 전우를 구하기 위해 부상을 입은 여러분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는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고 책임이 북한에 있기 때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의 이날 입장문은 장관의 국회 발언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은 2024년 4월께부터 전방 지역에 병력을 투입해 지뢰 매설, 불모지 조성, 전술도로 보강, 방벽과 철책 설치 등의 작업을 이어왔다. 같은 해 10월에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남쪽 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하겠다고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북한군이 최근 일부 구간에서 MDL과 80~90m 거리까지 바짝 붙여 철조망을 친 것으로 알려지자, 합참은 지난 6월 이를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국방부도 정전협정 제1조 1항을 근거로 같은 입장을 냈다.
다만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유엔사는 당시 건설이나 요새화 같은 방어적 조치가 그 자체로 곧바로 정전협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와 유엔사 사이에 시각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실제 장병 피해로 이어진 만큼, 북한의 매설 행위가 협정 위반으로 공식 확인될지가 향후 대응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고에 대한 유엔사 특조팀의 최종 판단과 함께, 우리 정부가 예고한 '상응하는 조치'가 어떤 형태로 구체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