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지뢰 폭발사고' 유엔군사령부 공식입장 처음으로 떴다

작성일

유엔사 "DMZ 북한 지뢰는 정전협정 위반"

유엔군사령부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에서 북한 대인지뢰가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유엔사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전협정 위반 판단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 합동참모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 합동참모본부 제공

유엔사는 30일 입장문에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확립된 정전협정 체계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유엔사는 한국군과 함께 지난 27일부터 사흘 동안 합동 현장조사를 벌였다. 조사 대상은 지난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다. 이 사고로 우리 장병이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유엔사와 한국군은 조사 마지막 날인 29일 북한군 수지(플라스틱) 반(反)보병지뢰 1발을 찾아냈다. 합동참모본부는 3일차 현장조사에서 발견된 이 지뢰의 사진을 같은 날 공개했다. 지뢰가 발견된 곳은 MDL 이남 대한민국 지역이다. 유엔사는 이 점을 근거로 정전협정 위반이 명확하다고 봤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이행하며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고 긴장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책임을 다하는 데 계속 전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사가 앞으로 북측을 상대로 어떤 후속 조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합참은 사고 원인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합참은 북한 매설 지뢰로 최종 판정되면 '상응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과 진영승 합참의장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했다.

북한은 군 발표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29일 발표한 담화에서 "이번 사건은 도발시기와 수법에 있어서 10여년전 세상을 소란하게 했던 '목함지뢰 사건'을 그대로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담화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30일 공개됐다. 제목은 '도발의 장본인들은 자작광대극의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 합동참모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 합동참모본부 제공

김 부장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출처도 모를 지뢰를 밟아 터뜨리고는 무작정 누구를 의심하면서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다고 지껄이는 너절한 추태를 앉아서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세격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워보려는 의도적이며 계획적인 억지주장"이라며 "우리 군인들은 단 한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우리 군인들을 향해 한국군깡패들이 경고사격이 아닌 실지사격을 가해온다면 우리 국경부대들은 즉시적이고 가차없는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그에 대한 대응행동 지침은 국경선 방어구분대들에 하달된 상태"라며 한국군 3군단 21보병사단 비무장지대 방향에 전술적 반격수단을 증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1보병사단은 사고가 난 서부전선이 아닌 동부전선 부대다. 최근 북한군의 MDL 침범이 잇따른 곳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서울의 자작광대극의 극적절정은 결코 재미가 없을 것"이라며 "모든 후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도발을 기획한 당사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담화는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주민이 접하는 대내용 매체에는 실리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 합동참모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 합동참모본부 제공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은 북한군이 MDL 남쪽으로 넘어와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가 터져 한국군 부사관이 중상을 입은 일이다. 북한은 당시에도 남측 발표를 '날조', '모략'이라며 부인했다. 북한은 이후 남북 고위급 합의에 따라 지뢰 도발에 유감을 표명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북한을 비판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DMZ(비무장지대) 폭발 사건이 군사분계선 남쪽의 북한 측 지뢰 매설로 밝혀지고 있다. 북한의 정전 협정 위반을 규탄한다"며 "반드시 사과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작극 운운하며 부인하는 북한 당국 태도를 더욱 비판하고 규탄한다. 우리 군의 대응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초에 시작된 북한 측의 이른바 '국경화' 조치에 대한 대응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며 "부상한 지휘관과 장병 및 가족에 다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치료와 보상에도 만전을 기하도록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내일은 국군의 날"이라며 "민주당은 철통같은 방위 태세와 국토수호 의지 위에 철저한 위기관리 대응과 국군 복무 여건 개선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군 당국은 북한 지뢰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고의성은 '제한된다'며 북한 책임을 줄여주려는 모양새다. 입을 맞춘 듯 김여정은 담화에서 '자작극'이라 매도하며 적반하장의 극치를 보였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은 음모론을 이야기하며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는 우리 장병의 발목을 앗아간 북한의 야만적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고 김여정 협박에도 단호하게 맞서라"고 촉구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붙잡혔던 북한군 포로들의 국내 송환과 관련해 정부 대응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외교부 청사 앞에서 벌이기도 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사고 후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이 있었는데 연설은 지금 사고와는 정반대 결로 간 것"이라며 "즉시 조사를 해야 했던 부분인데 며칠씩이나 미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다. NSC도 반드시 열렸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권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음모론'을 경계한 데 대해 "음모론의 대가가 대통령 아니냐. 세월호가 국정원 배라고 주장했고 천안함 때 잠수함 충돌설 기사를 인용해 음모론을 부추겼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북한 담화를 두고 "뻔뻔스러운 얘기를 했을 땐 분명하게 응징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의료지원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작 음모론을 들고나와 대한민국을 조롱하는 건 북한이다. 도둑에게 뒷문 열어주고 변명까지 대신해주니 안방까지 치고 들어와 호통을 치는 꼴"이라고 적었다. 나 의원은 "대북 확성기와 대북 전단을 전면 재개하고 김정은 참수 훈련도 재개하라. 김정은 통치 자금줄을 말릴 최고 수위 국제 금융 제재, 북한 당국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 청구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응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여당을 향해 "국방장관이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다고 밝힌 지금도 북한의 '살상 의도'를 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냐"며 "지뢰 매설은 행위이고 그 행위에는 고의가 있다. 고의성을 따지기 전 피 흘린 우리 장병부터 바라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 장성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정은 눈치 본 결과다. 사건이 발생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김정은 심기 관리한 결과"라며 "이재명이 답할 차례"라고 적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여정 적반하장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 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한마디도 못 했다"며 "대북송금 문제가 대북정책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이재명 정권 출범 때부터 우려해왔는데 북한 지뢰공격 대응, 북한군 포로 문제 등에서 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