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심각한 상황... 부캉이 출몰을 '불길한 신호'로 봐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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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바다가 변하고 있다는 경고

상어 한 마리가 도심 수로에 갇혔다.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의 인공 수로다. 몸길이는 3.5m가량. 국립수산과학원은 흉상어과 무태상어로 추정한다. 시민들은 북항이라는 지명을 따 '부캉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29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관계자들이 선박과 워터펌프를 동원해 상어 '부캉이'를 외해로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부캉이를 관람하고 있다. / 뉴스1
29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관계자들이 선박과 워터펌프를 동원해 상어 '부캉이'를 외해로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부캉이를 관람하고 있다. / 뉴스1

부캉이가 처음 발견된 날은 지난 18일. 바다에서 먹이를 쫓다 수로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 뒤로 수로를 맴돌 뿐 좀처럼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 30일 현재 13일째다.

사람들이 몰렸다. 부산시에 따르면 평소 휴일 하루 2000명가량이 찾던 공원에 19일부터 28일까지 60만7000회의 방문이 기록됐다. 추석 연휴가 겹친 영향도 컸다. 인근 카페와 편의점은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부산시는 29일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29일(현지시각) 부캉이 소식을 전했다.

부캉이는 반가운 손님이다. 동시에 불길한 신호이기도 하다. 대형 상어가 해변 공원 수로까지 들어온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바다가 변하고 있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해에 상어가 늘었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동해안에서 다른 물고기와 함께 그물에 걸린 대형 상어는 73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건의 2.5배다. 종별로는 청상아리가 37건으로 가장 많았다. 악상어와 청새리상어가 각각 10건, 무태상어와 귀상어가 각각 5건이었다.

청상아리는 상어 가운데 가장 빠른 종으로 꼽힌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최대 시속 50km로 헤엄친다. 등은 짙은 청색이다. 주둥이와 배는 흰색에 가깝다. 머리는 좁고 길며 주둥이 끝은 뾰족한 원추형이다. 두꺼운 꼬리자루에는 융기선이 발달해 있다. 경골어류와 두족류는 물론 다른 상어와 새치류, 소형 해양포유류까지 먹는다. 낚싯바늘에 걸리면 몸부림치며 물 밖으로 높이 뛰어오르기도 한다.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 앞 바다에서 지난 17일 낚시바늘에 걸린 청상어리 한마리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고 있다. / 뉴스1 (김대성 선장 제공)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 앞 바다에서 지난 17일 낚시바늘에 걸린 청상어리 한마리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고 있다. / 뉴스1 (김대성 선장 제공)

번식은 느리다. 몸속에서 알을 부화시켜 새끼를 낳는 난태생이다. 임신 기간은 15~18개월에 이른다. 한 번에 4~25마리를 낳는다. 번식 주기는 3년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는 멸종위기 등급으로 올라 있다. 경북에서는 '모노'라는 방언으로 부른다. 소금에 절인 청상아리 고기를 제수용으로 쓰기도 한다.

사람에게는 위협적인 존재다. 길이 70cm, 무게 10kg가량의 청상아리가 강원 고성 앞바다에서 낚시객의 낚싯대에 걸려 올라온 일이 지난해 7월 있었다. 해경은 당시 어민과 피서객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대형 상어가 연근해 어업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다만 사람을 해칠 수 있어 해수욕이나 해양레저 활동 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동해는 왜 뜨거워졌나

원인은 수온이다. 국내 연근해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1.6도 올랐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 폭의 2배를 웃돈다. 상승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동해는 대한해협을 거쳐 올라오는 대마난류와 동한난류가 강해지면서 더 빠르게 데워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동해 수온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의 분포 범위가 넓어진 점을 대형 상어 출몰 증가의 배경으로 본다. 먹잇감이 올라오자 포식자가 뒤따라왔다는 설명이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참치가 넘쳐난다

상어의 주요 먹잇감 중 하나가 참다랑어다. 흔히 참치라 부르는 고급 어종이다. 과거에는 제주 주변 해역에서 주로 잡혔다. 지금은 동해안이 새 어장으로 떠올랐다.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동해안 참다랑어 어획량은 2016~2020년 15.7t에서 2021~2025년 252.1t으로 늘었다. 강원도의회 자료를 보면 강원 동해안 어획량은 2021년 39t 남짓이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쿼터 438t을 모두 채웠다. 5년 만에 11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그물을 올릴 때마다 참치가 쏟아졌다. 길이 2m, 무게 140kg에 이르는 참다랑어 170마리가 강원 강릉 주문진항 앞바다 정치망에 지난 6월 한꺼번에 들어왔다. 경북 울진에서는 하루에만 190t, 영덕에서는 43t이 잡힌 날도 있었다. 해양수산부는 경북 정치망어업 쿼터를 350t에서 520t으로 늘렸다.

많이 잡혀도 어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1kg당 1만5000원 안팎이던 경북 참다랑어 가격은 대량 어획 여파로 한때 23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 9일 오후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 위판장에 정치망 어선이 조업 중 잡아 올린 대형 참다랑어가 위판을 위해 놓여 있다. 이날 주문진항에서는 최대 길이 2m, 무게 140㎏에 달하는 참다랑어 170여 마리가 한꺼번에 위판돼 눈길을 끌었다. / 뉴스1
지난 6월 9일 오후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 위판장에 정치망 어선이 조업 중 잡아 올린 대형 참다랑어가 위판을 위해 놓여 있다. 이날 주문진항에서는 최대 길이 2m, 무게 140㎏에 달하는 참다랑어 170여 마리가 한꺼번에 위판돼 눈길을 끌었다. / 뉴스1

쿼터도 발목을 잡는다. 참다랑어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가 나라별로 배정한 물량 안에서만 잡을 수 있다. 한국의 기본 쿼터는 1219t이다. 일본은 1만2828t으로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2002~2004년 어획 실적을 기준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참다랑어가 거의 잡히지 않던 시절의 잣대다. 쿼터가 차면 그물에 든 참치도 놓아줘야 한다. 속초해수욕장 등에서 참다랑어 사체가 발견되자 속초시는 쿼터 초과로 버려진 개체로 추정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등 관계국은 30kg 이상 대형 참다랑어의 태평양 중서부 어획 상한을 1만1869t에서 1만4836t으로 25% 늘리기로 지난 8월 합의했다. 내년 어획분부터 적용된다. 늘어난 물량을 나라별로 어떻게 나눌지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참다랑어가 동해로 몰리는 배경에는 먹이가 있다. 수온이 오르면서 정어리와 고등어 개체 수가 늘었다. 산란장도 넓어졌다. 참다랑어 알과 자치어(알에서 부화한 어린 물고기)가 채집되는 해역은 제주 남부에서 동해 남부를 거쳐 독도 주변까지 확산했다. 참다랑어 외에 전갱이와 삼치, 방어도 연근해 어획량이 늘어나는 어종으로 분류된다.

오징어가 떠나고 있다

반대편에는 살오징어가 있다. 흔히 오징어라고 부르는 종이다. 동해 밤바다를 밝히던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은 이제 보기 어렵다.

2000년대만 해도 국내 연근해 살오징어 생산량은 연평균 20만t 안팎이었다. 2010년대 들어 급감했다. 2024년에는 1만3546t까지 떨어졌다. 전년보다 42% 줄어든 역대 최저치다.

살오징어 어군은 수온 13~23도 구간에 몰린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이 근해채낚기 어업 자료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1990년대에는 수온 상승이 오히려 득이 됐다. 우리 바다가 서식에 알맞아지면서 어획량이 늘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수온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어군이 북쪽으로 올라가거나 흩어졌다. 조업 효율도 떨어졌다. 우리나라와 주변국의 과도한 어획도 자원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강원 동해안은 더 심각하다. 강원도의회 자료에 따르면 강원 오징어 어획량은 2021년 6232t에서 2024년 914t으로 줄었다. 지난해 2759t으로 일부 회복했다. 그래도 2021년의 절반에 못 미친다. 올해 흐름도 나쁘다. 강원도 집계로 8월 중순까지 누적 어획량은 723t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25t의 32% 수준이다. 조사 기간 동해안 연안 수온은 23.8~27.3도로 평년보다 1.3~5.2도 높았다.

어민이 오징어 등을 말리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어민이 오징어 등을 말리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강정호 강원도의원은 "글로벌 해양기후변화에 따른 동해안 어족자원의 변화 속도를 어민들이 스스로 따라잡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라며 "하루빨리 도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오징어 어선 긴급 지원과 참다랑어 냉동창고 확충을 제안했다.

명태가 돌아오지 않는다

더 먼저 자취를 감춘 어종도 있다. 명태다. 생태,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노가리. 잡는 시기와 크기, 말리는 방식에 따라 이름만 수십 가지다. 그만큼 흔했다. 한때 '국민 생선'으로 불린 이유다.

명태는 1981년 노가리를 포함해 16만5800여t이 잡혀 정점을 찍었다. 1995년 1만t 아래로 내려갔다. 2008년에는 공식 통계상 0t이 됐다.

원인은 두 갈래로 꼽힌다. 하나는 남획이다. 새끼 명태인 노가리를 잡는 소형 명태 어업이 1971년 합법화됐다. 명태 어획량이 정점이던 1980년대 노가리 비중은 전체의 90% 수준에 달했다. 다른 하나는 수온이다. 명태는 찬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이다. 정부는 동해 수온이 오르자 명태가 산란지와 서식지를 북쪽으로 옮긴 것으로 본다.

정부는 2014년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공 종자로 키운 어린 명태를 동해에 풀었다. 명태 포획은 2019년 1월부터 크기와 상관없이 1년 내내 금지됐다.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금지 조치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식탁에 오르는 명태는 대부분 러시아산 수입품이다. 쥐치와 꽁치도 어획량이 줄어든 어종으로 분류된다.

해파리도 늘었다

아열대성 해파리의 유입이 늘어난 것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연근해에 급증한 해파리는 그물을 찢어 조업 피해를 낸다. 독성을 지닌 개체는 해수욕객과 해양레저 활동객을 위협한다.

녹색당은 최근 부캉이 관련 논평에서 "지금은 상어에 환호하며 즐길 때가 아니라 그 심각성을 깨닫고 삶과 시스템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며 "상어의 출현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경고"라고 지적했다.

부캉이의 귀환 작전은 순탄치 않다. 부산시와 국립수산과학원, 해경, 소방 등 관계기관은 29일 선박 4척과 워터펌프, 드론을 동원해 부캉이를 바다로 유도했다. 선박이 뒤와 옆에서 물줄기를 뿜어 수로 입구 쪽으로 이동을 이끄는 방식이었다. 자극을 줄이려고 소방용 고압수보다 수압이 약한 장비를 썼다. 부캉이는 바다 코앞까지 갔다가 다시 수로 안쪽으로 돌아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부캉이의 호흡과 활동성에는 이상이 없지만 열흘 넘게 먹이를 먹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기관은 차단용 그물이 완성되는 다음 달 2일 다시 작업에 나선다. 그물로 수로 안쪽 길을 막은 뒤 워터펌프로 바다 쪽 이동을 유도할 계획이다. 유도에 성공하면 그물은 부캉이가 수로로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차단망으로 쓴다.

29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관계자들이 선박과 워터펌프를 동원해 상어 '부캉이'를 외해로 유도하고 있다. / 뉴스1
29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관계자들이 선박과 워터펌프를 동원해 상어 '부캉이'를 외해로 유도하고 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