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EPL 역사상 최악의 불법 구단 됐다…공식 발표, 리그 퇴출 위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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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 9년간 체계적 재정 규정 위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가 거의 10년에 걸쳐 재정 규정을 조직적으로 위반했다는 독립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팀 K리그와 멘체스터 시티의 경기,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3대1 승리 후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팀 K리그와 멘체스터 시티의 경기,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3대1 승리 후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맨시티는 2009-2010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9시즌 동안 제기된 재정 규정 위반 115건 혐의 전부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혐의 4건 가운데 3건도 인정됐다. 구단에 내려질 최종 징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승점 삭감과 벌금은 물론 리그 퇴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번 판단은 지난 25일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래틱이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맨시티가 대부분의 혐의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고 보도한 지 나흘 만에 EPL이 공식 확인하면서 알려졌다. 이는 EPL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재정 규정 사건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맨시티가 일부 상업 파트너와 맺은 계약의 실제 내용이었다. 독립위원회는 맨시티가 여러 스폰서와 실제 합의된 금액과 다른 형태의 계약을 체결해 상업적 수익을 부풀렸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일부 비용은 실제보다 적은 규모로 장부에 기록한 것으로 봤다.

일부 스폰서는 계약서에 적힌 금액 가운데 일부만 실제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금액은 구단주인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 측이 부담한 것으로 판단됐다. 맨시티는 이와 별도의 약정을 통해 구단 운영에 들어간 비용 역시 실제보다 적게 장부에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금액은 9억 파운드가 넘는다. 우리 돈으로 약 1조 600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독립위원회는 맨시티가 상업적 매출을 8억 3000만 파운드 이상 부풀린 것으로 판단했다. 초상권 관련 수입도 약 7400만 파운드 과대 계상된 것으로 봤으며, 직원 계약과 관련한 부채는 약 1700만 파운드 적게 기록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다른 자료에서는 맨시티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실제 상업적 수익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올린 것처럼 보고했다는 내용도 나왔다. 독립위원회가 산정한 맨시티의 신고상 상업적 수익은 약 9억4994만 파운드였지만 실제 수익은 약 1억 1925만 파운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금액 산정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맨시티의 재무 보고와 실제 자금 흐름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 이번 판단의 핵심이다.

독립위원회는 맨시티가 재정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했다면 EPL과 유럽축구연맹(UEFA)이 정한 지출 한도를 "매우 큰 폭으로 넘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팀 K리그와 멘체스터 시티의 경기,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한글로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 뉴스1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팀 K리그와 멘체스터 시티의 경기,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한글로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 뉴스1

조사 과정도 문제가 됐다. 독립위원회는 42일간 이어진 심리에서 맨시티 측 증인 일부가 허위 증언을 했다고 판단했다. 일부 증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위원회를 의도적으로 오도한 것으로 판단됐다. 2018년부터 2023년 사이 EPL의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혐의 역시 이번 사건의 판단 대상에 포함됐다.

리처드 마스터스 EPL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건의 의미를 강하게 평가했다. 그는 "맨시티가 거의 10년 동안 어떻게 체계적으로 EPL 규정을 어겼는지 상세히 보여주는 이번 징계 사건과 결정은 EPL 역사상 가장 중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터스 CEO는 이어 "위원회의 결정이 나온 만큼 리그와 구단, 팬들에게 확실성을 제공하기 위해 남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PL 역시 모든 절차를 가능한 한 빠르게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나온 것은 유죄 판단이며 최종 징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EPL 규정에 따라 승점 삭감이나 벌금이 내려질 수 있고,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리그에서 퇴출하는 수준의 제재도 규정상 가능하다.

실제로 에버턴과 노팅엄 포리스트는 2023-2024시즌 EPL 재정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승점을 삭감당했다. 다만 두 구단의 사례와 맨시티 사건은 혐의의 수와 조사 기간, 사건의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따라서 맨시티에 어느 정도의 승점 삭감이 적용될지는 현재로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맨시티는 독립위원회의 판단에 즉각 반발했다. 구단은 성명을 통해 "구단은 EPL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결백하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구단의 모든 입장을 뒷받침하는 반박할 수 없는 방대한 증거가 있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구단의 항소 기한은 10월 2일까지다.

페란 소리아노 맨시티 CEO도 구단 내부에 보낸 영상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EPL의 사건 전체는 구단주의 개인 돈이 아부다비의 몇몇 스폰서를 통해 비밀리에 구단에 들어왔다는 단 하나의 거짓 주장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맨시티는 독립위원회의 판단에 법률과 사실관계에서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보고 항소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은 맨시티의 최근 성공과도 떼어놓기 어렵다. 맨시티는 2008년 셰이크 만수르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 겸 부총리에게 인수된 뒤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잉글랜드와 유럽을 대표하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지난 15년 동안 EPL에서 8차례 우승했고 FA컵 4회와 리그컵 7회 우승도 차지했다. 2023년에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며 유럽 정상급 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엔조 마레스카 감독이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2026쿠팡플레이시리즈 1차전 팀K리그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엔조 마레스카 감독이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2026쿠팡플레이시리즈 1차전 팀K리그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그만큼 이번 재정 규정 사건의 결과가 구단의 향후 운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징계가 승점 삭감으로 결정될 경우 리그 순위와 유럽대항전 진출권 경쟁에도 직접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징계 수위가 더 높아질 경우 리그 잔류 자체가 문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현재 EPL은 구체적인 제재 수위를 공개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에서도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리사 낸디 영국 문화장관은 "매우 심각하다. EPL 보고서는 매우 적나라하다"며 신속하고 공정하게 결론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로축구의 재정 규정은 구단 간 경쟁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만큼 이번 사건의 처리 과정에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맨시티의 과거 회장이었던 데이비드 번스타인 역시 강도 높은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항소가 실패한다면 맨시티는 리그에서 퇴출당하는 심각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 70년 맨시티 팬으로서 하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맨시티는 과거에도 재정 규정을 둘러싼 논란을 겪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2020년 맨시티에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 위반을 이유로 2년간 유럽대항전 출전 금지와 벌금 처분을 내렸지만,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항소심에서 출전 금지 처분을 취소했다. 이번 EPL 사건은 UEFA 사건과 별개의 절차로 진행되고 있어 최종 결과도 따로 결정된다.

EPL은 독립위원회의 판단을 토대로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맨시티는 10월 2일까지 항소할 수 있으며, 구단은 재정 자료와 계약 관계에 관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