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데 왜 헤어졌을까… 요즘 젊은 세대 사이 늘어난 ‘이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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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비용 회피로 상대방 차단하는 Z세대

물가가 오르면서 젊은 세대의 연애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데이트 한 번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을 넘어, 상대와의 관계를 이어갈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조건을 따지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데이트 비용을 피하기 위해 상대방의 연락을 끊거나 차단한 Z세대가 절반을 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미국 결제 서비스 젤(Zelle)이 지난 22일(현지시간) 공개한 ‘뉴 이코노믹스 오브 데이팅(New Economics of Dating)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데이트 경험이 있는 미국 Z세대와 밀레니얼 성인 1800명을 조사한 결과, 84%가 물가 상승으로 연애 생활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데이트 횟수를 줄였다는 응답이 32%였고,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아예 데이트를 중단했다는 응답도 11%에 달했다.

데이트 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이 실제 빚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조사 대상 가운데 17%는 데이트 상대와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빚을 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Z세대와 남성 응답자에서는 이 비율이 각각 20%로 높아졌다. 친구나 가족에게 데이트 비용을 빌리거나 경제적 도움을 요청한 응답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돈을 쓰는 방식도 달라졌다. 응답자의 40%는 비용이 적게 드는 데이트를 선택한다고 답했고, 38%는 한 번에 큰돈을 쓰는 데이트보다 부담이 적은 만남을 자주 갖는 방식을 선호했다. 하이킹이나 해변 산책처럼 별도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활동을 먼저 제안한다는 응답도 37%였다. 데이트를 위해 자신의 지출 예산을 따로 정해 관리한다는 응답은 43%였다.

데이트 비용은 상대방에 대한 평가 기준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사 대상의 50%는 연애 관계를 계속 이어갈지를 결정할 때 재정적 궁합을 과거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24%는 경제적으로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더 발전시키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돈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호감 신호로 꼽은 응답은 56%, 경제 문제에 솔직하고 투명하게 이야기하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54%였다.

비싼 데이트가 반드시 좋은 인상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조사에서는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 세심하게 계획한 데이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38%로, 고급스럽고 비용이 많이 드는 데이트를 높게 평가한다는 응답 23%보다 많았다. 비용 자체보다 상대방의 경제적 상황을 배려하는 태도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데이트가 끝난 뒤 돈을 정산하는 과정도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전체 응답자의 57%는 데이트 비용을 정산하기 위해 개인 간 송금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Z세대에서는 그 비율이 64%로 높았다. 반면 Z세대의 52%는 데이트 비용을 상대방에게 돌려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연락을 무시하거나 차단하고, SNS 연결을 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데이트 비용을 둘러싼 부담과 갈등은 적지 않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지난달 25~39세 미혼남녀 5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1회 데이트 비용이 평균 11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남성은 평균 14만5800원, 여성은 8만4000원을 쓴다고 답해 약 6만1800원의 차이가 났다.

비용을 어떻게 나누는 것이 적절한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남성 5.96, 여성 4.04로 나타났다. 전체 데이트 비용을 10으로 봤을 때 남성이 약 60%, 여성이 약 40%를 부담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이 형성돼 있었다. 다만 실제 데이트 비용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는 응답은 17.8%였고, 55.7%는 갈등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갈등의 원인은 단순히 데이트 비용의 액수에만 있지 않았다. 전체 응답에서는 한쪽이 비용을 지나치게 적게 내거나 전혀 내지 않는 경우가 37.8%로 가장 많았고, 소비 성향이나 선호하는 데이트 코스에 대한 가치관 차이가 34.4%로 뒤를 이었다. 수입 차이가 있는데도 무조건 비용을 반반씩 나누려는 경우를 갈등 원인으로 꼽은 응답도 18.9%였다.

성별에 따라 불만을 느끼는 지점에도 차이가 있었다. 남성 응답자는 소비 성향이나 데이트 코스에 대한 가치관 차이를 48.0%로 가장 많이 꼽았고, 여성 응답자에서는 한쪽이 비용을 너무 적게 내거나 아예 내지 않는 경우가 40.0%로 가장 많았다.

미국과 한국의 조사 방식과 대상이 같지는 않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있다. 데이트 비용이 단순히 한 번의 식사비를 정산하는 문제에서 벗어나 만남의 빈도와 장소, 상대방에 대한 평가까지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트 비용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려면 만남의 횟수나 장소를 정할 때부터 서로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쪽이 비용 부담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상대방의 지출 여력을 확인하지 않은 채 비싼 장소를 반복해서 선택하면 금전 문제가 관계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비용이 적게 드는 산책이나 공원, 전시 등으로 데이트 방식을 다양화하고 비용 분담에 대한 생각을 미리 이야기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