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1만 년 빈도 기준도 뚫렸다…히말라야 대홍수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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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5200m서 시작된 붕괴, 토석류·홍수로 연쇄 확산
KBS 취재진 해발 4000m 올라 ‘숨은 빙하’와 재난 원인 추적
해발 5200m 히말라야 산사면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과 빙하가 계곡을 휩쓸며 거대한 홍수로 변했다. 통상적인 홍수 예측과 기존 방재 기준을 넘어선 재난 앞에서 8000명 넘는 사람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KBS ‘시사기획 창’이 한 번의 산사태가 어떻게 대규모 홍수로 증폭됐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29일 방송되는 KBS 1TV ‘시사기획 창’ 565회 ‘히말라야 쇼크-재난 사슬’에서는 지난 8월 26일 히말라야 랑탕 리룽 북사면 붕괴로 시작된 이른바 ‘히말라야 대홍수’를 들여다본다. 제작진은 직접 해발 4000m 고산지대로 향해 빠르게 사라지는 빙하와 암반의 변화, 산속에 숨어 있는 얼음층을 확인하고 기존 재난 예측 체계가 이번 재앙을 막기 어려웠던 이유를 분석한다.
해발 5200m 산사면이 무너졌다

재난의 시작은 랑탕 리룽 북사면이었다. 해발 약 5200m 지점에서 대규모 암석과 빙하가 한꺼번에 떨어져 나왔다. 붕괴물은 계곡을 따라 아래로 질주하면서 토사와 물을 끌어들였고 점차 거대한 토석류와 홍수로 변했다. 결국 하류 지역까지 막대한 피해가 이어지면서 8000명 넘는 사람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히말라야 대홍수’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제작진은 이번 재난을 단순한 홍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일반적인 홍수는 불어난 물이 토사를 이동시키는 형태이지만 이번에는 막대한 암석과 얼음이 먼저 산 아래로 떨어졌고 이후 주변 물과 토사를 끌어들이면서 재난의 성격이 계속 바뀌었다. 산사태에서 시작해 토석류와 홍수로 이어진 일종의 연쇄 재난이었던 셈이다.
‘1만 년 빈도’ 기준도 넘어섰다

이 같은 재난 구조는 기존 홍수 예·경보 체계에도 큰 허점을 드러냈다. 통상적인 홍수 예측은 강수량과 하천 수위 변화를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이번 재난은 산 위에서 갑작스럽게 떨어진 암석과 빙하가 출발점이었다. 비가 얼마나 내렸는지, 강물이 얼마나 불어날지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기존 시스템만으로는 재난의 시작과 규모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한국인 실종지로 추정되는 UT-1 수력발전 사업 현장 역시 극한 상황을 고려해 설계된 곳이다. 이 현장은 이른바 ‘1만 년 빈도’의 극한 홍수위까지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번 재난은 그 방어 범위마저 크게 넘어섰다. 과거 관측 자료를 토대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만든 기준조차 실제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복합재난 앞에서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작진, 직접 해발 4000m 빙하로 향했다
‘시사기획 창’ 취재팀은 재난 원인을 추적하기 위해 랑탕 리룽 붕괴 지점 반대편 고산지대로 향했다. 해당 지역은 붕괴가 발생한 북사면과 지질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한 고도에서 같은 기후 영향을 받아온 곳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히말라야 빙하는 빠른 속도로 후퇴하고 있었다.
빙하가 사라진 자리에서는 오랜 시간 얼음 아래 묻혀 있던 암반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녹은 물은 바위 사이 균열로 스며들고 있었고 얼어 있던 암반 역시 점차 변화하고 있었다. 제작진은 빙하와 영구동토가 줄어들면서 산의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런 변화가 어느 순간 대규모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현장에서 살펴본다.
평범한 돌밭 아래 수십m 얼음…‘숨은 빙하’ 정체

이번 재난을 둘러싼 가장 큰 의문 가운데 하나는 산에서 떨어진 암석과 얼음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물을 만들어냈느냐는 점이다. 취재팀은 해발 4000m 지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겉으로는 평범한 돌밭처럼 보이는 지형 아래 수십m 두께의 얼음층이 숨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제작진은 이른바 ‘숨은 빙하’에 주목한다. 랑탕 리룽 북쪽 사면에도 비슷한 얼음층이 존재했다면 산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암석과 빙하가 이를 강타하고 긁어내면서 대량의 얼음과 물을 재난 속으로 끌어들였을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산사태에 가까웠던 재난이 하류로 내려갈수록 거대한 토석류와 홍수로 몸집을 키운 과정에서 이 숨은 빙하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방송의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다.
재난 하나가 또 다른 재난을 불렀다

이번 히말라야 대홍수에서는 하나의 위험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위험으로 연결됐다. 빙하와 영구동토 변화가 산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대규모 암빙 붕괴가 일어난 뒤 주변 물질을 끌어들이는 연행 침식이 이어졌다. 이후 토석류가 형성되고 다시 돌발 홍수로 확대되면서 재난의 규모가 단계마다 커졌다.
개별 위험을 감시하는 기술은 이미 발전해 있지만 문제는 각각의 위험이 동시에 연결될 때다. 기존 재난 예측은 대체로 과거에 어떤 조건에서 어떤 재난이 발생했는지를 바탕으로 미래 위험을 계산한다. 그러나 기후와 고산 환경이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면 과거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위험들의 조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 통계와 경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재난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얼마나 큰 홍수를 막을 것인가” 아닌 새로운 질문

‘시사기획 창’은 이번 재난이 기존 방재 체계에 던진 질문에도 주목한다. 지금까지 방재는 어느 정도 규모의 홍수를 견딜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 때 위험해지는지 등을 계산해 기준을 만드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이번 히말라야 대홍수처럼 산사태와 빙하, 토석류, 홍수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하나의 재난 유형만 따로 떼어 계산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한 번의 붕괴가 어떻게 전례 없는 규모의 재난으로 증폭됐는지를 추적하면서 앞으로 재난을 예측하기 위해 무엇을 새롭게 살펴봐야 하는지 묻는다. ‘얼마나 큰 홍수까지 막을 것인가’에서 나아가 ‘우리가 아직 서로 연결해 보지 않은 위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KBS 1TV ‘시사기획 창’ 565회 ‘히말라야 쇼크-재난 사슬’은 29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