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삼성 것"... 중국 유명 반도체회사, 이런 식으로 제품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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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D램 기술 유출범, 항소심에서 사과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공정 기술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넘긴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전직 삼성전자 부장이 항소심 법정에서 처음으로 잘못을 인정하며 CXMT가 쓴 공정이 삼성전자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CXMT에 삼성전자 18나노 D램 국가핵심기술을 유출·사용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전모씨가 지난 9일 법정에서 이처럼 밝히고 "삼성전자에 죄송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라며 공개사과했다고 중앙일보가 29일 보도했다.
1심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한 전씨는 항소심에 들어서면서 태도를 바꿨다. 그는 재판부에 낸 반성문에서 "삼성전자가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고 했다. 이어 "솔직하게 자백하는 게 재발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한대균)는 지난 4월 22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관련자 진술과 기술 자료 내용, 전씨의 당시 업무 등을 종합하면 전씨가 공모해 삼성전자 기술이 유출된 사실을 알고도 사용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전씨의 부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기업은 물론 대한민국까지 손실을 입혔기 때문에 엄한 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당시 영업비밀 준수에 대해 대기업 측의 충분한 보상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점은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했다.
전씨에게 삼성전자는 28년을 몸담은 평생직장이었다. 지방의 한 공업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공장 설비 투자비를 산정하는 일을 맡았다. '삼성맨'이라는 자부심도 컸다고 한다. 함께 일하던 미국인 엔지니어를 고향에 데려가 식사를 한 적도 있었다. 고향에서는 "전씨네 아들은 양키하고 말도 한다"는 말이 돌 만큼 자랑거리였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전씨가 삼성전자를 떠난 건 2015년이었다. CXMT가 파격적인 보상으로 한국 인력을 끌어들였다. 전씨도 CXMT 최고기술책임자(CTO)의 통역사였던 주모씨의 제안을 받고 설비투자 담당으로 중국 허페이에 건너갔다. 삼성전자 출신 엔지니어들도 잇따라 합류했다. 이들에게는 기존 연봉의 최소 세후 2배 이상이 제시됐다. 일부는 최대 30억원까지 보장받았다고 한다.
전씨에 따르면 CXMT가 처음 만든 18나노 D램 공정 레시피(PRP·Process Recipe Plan)는 완성도가 떨어졌다. PRP는 반도체를 어떤 장비에서 어떤 순서와 조건으로 만들지를 정리한 일종의 제조 레시피다.
매체에 따르면 흐름을 바꾼 사람은 삼성전자에서 18나노 D램 공정을 경험한 공정설계(PA·Process Architecture) 엔지니어 박모씨였다. 박씨는 퇴사 전 관련 공정 정보를 노트에 손으로 베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가 2016년 9월 노트 12장에 공정 정보를 옮겨 적어 빼돌렸다는 사실은 앞선 수사에서 드러났다. 박씨가 합류한 뒤 615개에 이르는 CXMT의 PRP 공정이 빠르게 완성됐다. 이후 공정 순서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전씨가 PRP의 출처를 삼성전자로 확신한 근거는 2018년 CXMT가 단행한 1조5000억원 규모의 '원패스 투자'였다. 원패스 투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지을 때 목표 생산능력에 필요한 장비를 한꺼번에 발주해 투입하는 방식이다. 전씨는 법정에서 "성공이 보장되는 확실한 PRP가 아니면 원패스 투자는 단행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 PRP라고 100% 확신했다"고 증언했다.
18나노 D램 공정은 삼성전자가 1조6000억원을 들여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CXMT는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로 18나노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인한 삼성전자의 매출 감소액이 2024년 한 해에만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베끼는 과정은 은밀하게 진행됐다. CXMT 임원들 사이에서 삼성전자는 '옐로마운틴(黃山)'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렸다. 일부 한국인 직원은 CXMT가 세운 비료 회사 명의로 입사하거나 다른 도시를 거쳐 허페이로 들어갔다. 중앙일보는 앞서 CXMT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 출신 기술진에게 삼성 레시피를 가져오라며 압박했다는 내용이 담긴 전씨의 진술서를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불법 행위의 꼬리가 잡힌 건 2022년이었다. CXMT 1기 개발실장을 지낸 삼성전자 부장 출신 김모씨가 다른 국산 반도체 증착장비 기술 유출 사건에 연루된 게 계기가 됐다. 수사기관이 서버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18나노 D램 PRP를 촬영한 사진이 담긴 '자료 사진.pptx' 파일이 나왔다. 이후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김씨가 구속되자 중국에 있던 박씨는 전씨에게 "종이 출력물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는데 찍었다"며 개발실장을 원망했다고 한다. 박씨는 이후 잠적했다. 박씨는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로 중국에서 도피 중이다.
전씨와 2기 개발실장 양모씨 등 10명도 잇따라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심에서 징역 6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영업비밀 취득과 사용, 제3자 누설 행위를 각각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김씨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지난해 10월 1일 양씨 등 CXMT 2기 개발팀 3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CXMT로부터 4~6년 동안 삼성전자 연봉의 3~5배에 이르는 15억~30억원을 받고 기술 유출과 개발에 가담한 것으로 봤다.
전씨를 뺀 피고인 대부분은 PRP가 불법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 엔지니어들이 각자의 경험과 기억을 모아 공정을 개발했다는 주장이다. 한 피고인 측 변호인은 "한국인 직원끼리 수시로 술자리를 갖고 메신저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나눴는데 PRP 절취와 관련한 직접적인 대화나 소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거액의 보상을 좇아 중국으로 건너간 이들의 끝은 화려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고액 연봉을 받고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옮긴 한국인 엔지니어 상당수는 핵심 기술 이전과 공장 구축이 끝난 뒤 3~4년 만에 회사 밖으로 밀려났다. 귀국한 뒤에는 수사 때문에 업계 재취업 길이 막혀 일자리 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다. 가족에게조차 수사 사실을 숨긴 채 재판을 받는 이도 있다고 한다.
국가정보원 출신인 김서곤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중앙일보에 기술유출범의 말로는 토사구팽과 끝없이 이어지는 수사·재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과 국가뿐 아니라 가담자 스스로의 인생까지 파멸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