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터진 지뢰, 손곡괭이로 탈출…군이 공개한 지뢰 사고 당시 상황
작성일
철수 준비 중 1차 폭발, 부상자 구조 과정서 2차 폭발
공병, 손곡괭이로 20m 탈출로 확보…북한군 지뢰 가능성 매우 높아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가 잇따라 폭발해 장병 3명이 다친 사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DMZ 내 지뢰 폭발 합동현장조사 태스크포스(TF)장인 권대원 합동참모차장(육군 중장)은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양진혁 합참 작전부장(육군 소장)이 사고 당시 장병들의 이동과 두 차례 폭발, 부상자 후송 과정 등을 도면과 현장 사진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합참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1일 육군 25사단 관할 경기 파주 DMZ에서 발생했다. 당시 수색대장 등 장병 18명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형 변화를 유엔군사령부와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에 앞서 새로운 수색로를 만드는 작전에 투입됐다.

장병들은 일반전초(GOP) 철책에서 소형 전술차량과 산악 바이크를 이용해 추진철책 소통문까지 이동했다. 이후 차량에서 내려 기존 수색로를 따라 걸어간 뒤 MDL 방향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지점부터 공병 요원들이 맨 앞에 서서 지뢰탐지기와 예초 장비를 번갈아 사용하며 약 200m를 전진했다.
지휘관인 수색대장 등을 포함한 9명은 탐지조와 지휘조, 작전지원조 등으로 나뉘어 전방에서 움직였다. 이들로부터 약 20∼100m 뒤에는 통신과 후방 경계, 의무지원 임무를 맡은 지원조가 배치돼 있었다. 사고 지점은 MDL 남쪽 약 10m에 불과했고, 최근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된 지형 변화 지역에서도 약 10m 떨어진 곳이었다.
철수하려던 순간 첫 폭발…부상자 향해 달려가다 또 ‘쾅’

약 200m를 전진한 수색대대장은 MDL에 너무 가까워졌다고 판단해 작전을 끝내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맨 앞쪽에서는 수색이 끝난 지점을 표시하는 작업이 진행됐고 나머지 장병들도 진입했던 방향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사고가 발생했다. 철수를 준비하던 공병 요원 한 명이 왼발을 내딛는 순간 1차 폭발이 일어났고 주변에 있던 장병 3명이 동시에 쓰러졌다. 폭발 지점에는 작은 웅덩이 형태의 화구가 생겼고 인근 수색요원이 곧바로 화구 쪽에 쓰러져 있던 부상자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첫 폭발 당시 수색대대장도 쓰러진 공병 요원을 향해 “괜찮아”라고 외치며 신속하게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약 1분 뒤 불과 1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두 번째 폭발이 발생하면서 대대장까지 쓰러졌다. 두 발이 거의 연달아 터지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추가 폭발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양진혁 작전부장은 브리핑에서 두 번째 폭발로 수색대대장이 왼쪽 발목에 심한 부상을 입었고 오른쪽 허벅지 등 신체 여러 부위에도 파편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장병도 얼굴과 신체 일부에 파편상을 입었으며, 부상자 주변 장병들은 즉시 지혈대를 이용해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지뢰탐지기 내려놓고 손곡괭이…무릎 꿇은 채 20m 전진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난 뒤에는 현장을 빠져나가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이었다. 이미 지나왔던 길이라고 해도 주변에 다른 지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병 요원들은 기존 지뢰탐지 방식보다 훨씬 신중한 방법으로 탈출로를 확보했다. 맨 앞에 선 공병 요원은 지뢰탐지기 대신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손곡괭이로 땅 표면을 조금씩 긁어내고 필요한 지점은 탐침하면서 약 20m를 전진했다. 안전한 구역이 확인된 뒤에야 부상자들과 다른 작전 인원이 이동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폭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지뢰 추정 물체도 발견됐다. 첫 번째 폭발 지점에서 약 1m 떨어진 곳의 지표면 아래 5∼10㎝에 네모난 형태의 물체가 묻혀 있었고 이를 목격한 일부 장병은 갈색의 매끄러운 플라스틱 재질이었다고 진술했다.
다른 장병들은 적갈색이나 갈색으로 보였다고 진술하거나 목함지뢰와 비슷한 형태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사고 당시 지뢰 두 발이 폭발했고 철수 과정에서 한 발이 추가로 목격됐다는 진술을 토대로 원점 일대에 지뢰가 모두 3발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미폭발 물체의 정확한 종류는 추가 현장조사를 통해 최종 확인할 방침이다.
200m 떨어진 헬기 지점까지 인력으로 후송

부상자 구조도 쉽지 않았다. 사고 현장은 수십 년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데다 수풀이 울창하고 경사가 심한 지역이었다. 추가 지뢰 위험 속에서 부상자를 들것에 싣고 안전지대까지 직접 옮겨야 했다.
군은 사고 발생 직후인 오전 10시 59분께 의료지원 요청을 접수하고 응급후송 헬기 3대를 순차적으로 투입했다. 합참은 헬기가 DMZ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유엔군사령부에 승인을 요청했고 오전 11시 38분 승인이 이뤄진 뒤 헬기가 현장으로 진입했다.
중상을 입은 수색대대장은 처음에는 장병 2명이 각각 어깨와 무릎 쪽을 들어 옮겼고, 이후 들것이 도착하자 인원을 교대해가며 약 200m 떨어진 헬기 인양 지점까지 이동시켰다. 현장에 도착한 응급구조사는 헬기에서 내려 부상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호이스트에 결속해 헬기로 끌어올렸다.

수색대대장이 첫 번째 헬기로 후송된 데 이어 중상을 입은 공병 부사관도 두 번째 헬기에 실려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다. 자력으로 걸을 수 있던 인원을 포함한 작전 병력 18명 전원도 GOP 철책 지역까지 이동한 뒤 병원으로 후송돼 정밀검사를 받았다.
권대원 합참차장은 브리핑 당시 18명 가운데 15명이 퇴원했고 중상자 2명과 경상자 1명은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원한 인원에 대해서도 외상후 스트레스 등 심리 상태와 개인별 건강 상태에 따라 추가 진료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부상자를 옮기는 과정이 끝났을 무렵 작전 병력 대부분이 탈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투입된 응급구조사들도 폭발 직후 장병들이 지혈대를 이용해 신속히 응급처치를 한 것이 출혈을 줄이고 더 큰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됐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현장엔 화구 2개…국과수서 TNT·갈색 이물질 검출

군과 유엔사는 사고 발생 엿새 뒤인 지난 27일부터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28일에는 유엔사 군정위원회 비서장과 육군 25사단 관계자 등 40여명이 투입돼 두 번째 폭발 지점 약 2m 앞까지 접근했으며, 현장에서 방탄헬멧과 장구류, 지뢰 폭발로 생긴 것으로 보이는 화구 2개 등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다만 첫 번째 폭발 원점까지는 추가로 약 2m를 더 들어가야 해 현장조사가 끝나지는 않았다. 권 차장은 조사 일정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미폭발 지뢰로 추정되는 물체 역시 최종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감정 결과도 공개됐다. 부상 장병이 착용했던 방탄헬멧과 방탄조끼 등에서 TNT 성분과 갈색 계열 이물질이 검출됐으며, 한국군 지뢰 폭발 때 나타날 수 있는 다량의 철제 파편은 확인되지 않았다. 군은 사고 지역에 한국군 지뢰 매설 기록이 없고 지난해 9월 인근에서 북한군의 지뢰 매설 흔적이 발견된 점도 함께 고려했다.
권 차장은 이 같은 현장 상황과 국과수 감정 결과, 화구와 화염의 형태, 피해 장병들의 부상 정도 등을 종합해 “이번 지뢰 폭발 원인은 북한군의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군은 목격된 미폭발 물체 역시 북한군 목함지뢰와 유사한 형태의 수지 반보병지뢰일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북한군 지뢰로 최종 확인되더라도 고의로 MDL 이남에 매설한 것인지, 다른 지역에서 유실돼 내려온 것인지 등은 추가로 규명해야 한다. 군은 최종 조사 결과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장병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판정될 경우 책임이 북한에 있다며 상응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진혁 작전부장은 대응 방안과 관련해 군사·정책적으로 필요한 여러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