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 생포해 한국으로 보낸 북한포로 중 1명 “북한으로 보내달라” 요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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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북송 요구… 정부, 장기 설득 끝에 한국행 이끌어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 가운데 1명이 처음에는 귀순을 거부하고 북한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가 수차례 현지를 찾아 이 포로를 설득한 끝에 두 사람 모두의 한국행을 성사시켰다고 국민일보가 30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정부 당국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부터 우크라이나 현지를 최소 두세 차례 방문해 포로들의 귀순 의사를 확인했다.
포로 가운데 1명은 처음부터 한국으로 오겠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반면 다른 1명은 귀순을 거부하며 포로 교환 등의 방식으로 북한에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오랜 설득 과정을 거쳐 이 포로의 마음도 돌려놓았다.
두 포로가 직접 귀순 의사를 밝힌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해 12월이다. 탈북민단체 겨레얼통일연대를 통해 공개된 친필 편지에는 '한국에 계시는 분들을 친부모·친형제로 생각하고 그 품속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크라이나와의 협의가 길어지면서 한국행이 늦어지자 포로들은 북한으로 송환될까 봐 두려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에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선 건 이재명정부가 들어선 이후다.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포로들을 설득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군 포로 송환을 자국에 대한 무기 지원을 끌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들어 전쟁 반대 입장은 밝혔지만 직접적인 무기 지원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은 1년8개월 동안 이어졌다. 정부는 결국 별도의 조건 없이 포로들을 넘겨받았다.
우크라이나로서도 적잖은 부담을 안고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포로를 맞교환하면 자국 군인을 돌려받을 수 있었는데도 한국 송환을 택했기 때문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기본적으로 북한 포로뿐 아니라 국군 포로를 데려오는 것도 비공개가 관례"라며 "정말 힘겹게 북한 포로를 인도받았다. 결과적으로 아무 조건 없이 송환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송환 사실을 공개한 뒤 두 나라가 비공개 합의 여부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는 데는 이처럼 오랜 설득 과정에서 오간 여러 갈래의 외교 논의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국가정보원은 군과 함께 안가에서 포로들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는 신원 확인을 비롯해 러시아의 북한군 운용 방식, 군 자산 운용, 러시아군의 전략·전술, 북한 최정예 부대인 폭풍군단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특수작전군 예하 폭풍군단(제11군단)에 관한 정보는 국가안보 전략 측면에서 가치가 클 것으로 보인다. 폭풍군단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과정에서 핵심 전력으로 꼽혔다. 국정원 조사가 끝나면 포로들은 신변 보호를 위해 새 신분을 받은 뒤 사회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송환 사실 공개를 둘러싼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외교 갈등도 커지고 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전날 오후 안드리 베쉬킨 주한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외교부로 초치해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에 대한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
외교부는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에 관한 양국 간 대외 비공개 합의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측이 사전 설명이나 구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유엔총회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전격 공개했다"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공보실이 비공개 합의 사실이 없다는 허위 공보를 발표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내용의 공보를 낸 것은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양국의 우호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라는 정부 입장도 전달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정부 차원의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재발 방지도 촉구했다.
베쉬킨 대사대리는 정부의 입장을 주의 깊게 들었다. 베쉬킨 대사대리는 이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정확히 보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을 최근 한국에 보냈다고 공개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과 비공개로 협의를 이어왔다는 입장이다. 송환 사실 역시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북한 포로 국내 송환 문제는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타당했으며 우크라이나 측과 그렇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이 이를 공개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 측은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는 한국 정부의 설명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이 한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포로들을 한국으로 보냈다는 사실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드미트로 리트빈 젤렌스키 대통령 커뮤니케이션 보좌관도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합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공개 반박했다.
청와대는 입장문을 내고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를 어긴 데 이어 합의 자체를 부인하는 허위 공보를 냈다며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외교부가 주한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직접 초치하면서 정부는 청와대의 사과 요구에 이어 외교 채널을 통해서도 항의 수위를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