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강사 황현필 "육영수 여사 숨지게 한 총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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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필 “당시 정부의 공식 발표에 석연찮은 점 많아”
“경호원 오인사격 가능성… 박정희 자작극은 불가능”

황현필 한국사 강사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과 관련해 육 여사가 경호원의 오인 사격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다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이른바 '자작극' 주장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황현필 한국사 강사 / 뉴스1
황현필 한국사 강사 / 뉴스1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강사는 전날 유튜브 채널 '황현필 한국사'를 통해 당시 정부의 공식 발표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며 여러 의문을 제기했다.

육 여사는 1974년 8월 15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도중 총탄에 맞아 숨졌다. 사건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았다고 결론 내렸다.

영화 '암살자(들)'은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를 통해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한다. 현장에서 들린 총성 횟수와 발견된 탄환 개수가 맞지 않는다는 의혹, 단독 범행이라는 공식 수사 결과와 달리 공범이 있었을 가능성 등이 영화의 주요 소재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는 "사건 당일 경축식장에서 울린 총성은 6발이었다. 나머지 2발은 누구의 총인가"라는 대사가 담겼다.

황 강사는 "문세광은 조선호텔에서 무려 9일간 머물렀다. 택시 운전사에게 1만원을 줬다고 한다. 당시 1만원의 가치는 지금 돈으로 100만원 정도로 당시 공무원 월급의 절반 정도였다고 한다. 엄청난 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 자금줄에 대한 정부의 조사가 미흡하다. 미흡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문세광의 자금줄이 과연 누구였느냐. 단독 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자금줄이 조총련 계열이었나, 아니면 영화에서 물음표를 제기하는 것처럼 중앙정보부 쪽이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황 강사는 훗날 나온 증언 등을 근거로 육 여사를 맞힌 탄두가 사라졌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황 강사는 "육 여사를 쏜 총알은 '피스톨 박'으로 불린 박종규 경호실장이 수거했다. 그런데 다른 총알들은 국립과학연구소로 보내졌다. 정작 육 여사가 맞은 총알만 국립과학연구소에 가지 않았다. 공개되지도 않고 있다. 이런 점이 미스터리하다"라고 말했다.

황현필 한국사 강사 / 뉴스1
황현필 한국사 강사 / 뉴스1

황 강사는 육 여사가 경호원의 오인 사격으로 숨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황 강사는 "경호 참사이고 경호 실패다. 그런데 경호원의 총에 맞아 영부인이 돌아가셨다고는 도저히 발표할 수 없으니 '그냥 이왕 문세광이 쏜 총에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신 것으로 하자'고 이야기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황 강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중앙정보부 등이 육 여사 피격의 배후에 있다는 자작극 주장과 관련해 "박정희와 육영수 여사의 사이가 좋든 좋지 않든 간에 아무려면 자기 부인을 그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의도적으로 죽이겠나. 그러면 박정희는 대통령직 수행은커녕 그냥 살인자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세광이 발사한 두 번째 총탄이 박정희가 연설하던 단상에 맞았다. 자신이 위험해지는 상황까지 연출해 가면서 자작극을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황현필 한국사'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황 강사는 '암살자(들)'에 대해 "유신 독재의 끔찍함을 잘 보여준 웰메이드 영화이자 집중도가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영화 속 음모론적 해석을 역사적 사실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 영화는 육 여사가 문세광의 총탄에 숨졌다는 수사당국의 당시 결론과 달리 육 여사를 맞힌 총탄의 출처와 사건 배후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육영수 여사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고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치 육영수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는 고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며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선동)"라고 주장했다.

황현필 한국사 강사 / 뉴스1
황현필 한국사 강사 / 뉴스1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같은 날 입장을 내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긴 역사적 비극을 왜곡하는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영화 제작사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당 영화 상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재단은 저격 당시 현장에서 탄피가 4개만 발견돼 사건이 은폐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재단은 "외교사료관에 보관된 수사 기록에 따르면 문세광은 범행을 위해 권총에 총탄 5발을 장전했다"며 "6발의 총성이 울렸는데 탄피가 4개뿐이어서 사건의 진실이 은폐됐다는 주장은 당시 수사 기록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앙정보부 기획설에 대해서는 "문세광이 조총련 관계자 김호룡에게 포섭돼 8·15 저격 사건을 실행하게 된 과정은 수사 및 재판 기록에 나타나 있다"며 "그럼에도 중앙정보부, 나아가 당시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영부인 암살을 기획했다는 주장은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재단은 "국가적 비극을 흥행과 오락의 소재로 활용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암살자(들)' 제작진은 전날 공식 자료를 내고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은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며 "제작진은 공개된 기록과 자료,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폭넓게 조사하고,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하되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 또한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했다.

황현필 한국사 강사 / 뉴스1
황현필 한국사 강사 / 뉴스1

제작진은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제작진은 그러한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작품 고유의 창작 의도와 성격을 넘어 특정한 정치적 목적과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님을 말씀드린다.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만 바라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벌어진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좇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지난 16일 토론토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23일 개봉했다. 러닝타임은 131분이며 12세 이상 관람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