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코앞이었는데...뜻밖의 실수로 '0점' 받은 한국 선수, 결국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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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권총 본선에서 실수로 금메달 놓친 한국 선수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 양지인(23·우리은행)이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 발의 시간 초과로 무너졌다. 전날까지 개인 1위를 달리던 그는 개인전 결선 무대를 밟지 못했고, 경기를 마친 뒤 끝내 눈물을 쏟았다.

양지인과 봉서린(33·광주시체육회), 오예진(21·IBK기업은행)으로 꾸려진 한국 여자 사격 대표팀은 28일 일본 도요타시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25m 권총 개인전 본선 겸 단체전에서 합계 1735점(엑스텐 65개)을 기록해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을 가져간 중국(1743점)과는 8점 차였고, 동메달을 딴 대만(1734점)은 불과 1점 차로 따돌렸다. 양지인의 실수로 흔들린 대표팀을 은메달로 이끈 건 맏언니 봉서린이었다.
완사 1위로 출발…금빛 시나리오 그려졌지만
여자 25m 권총 본선은 완사 30발과 급사 30발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완사는 한 시리즈에 5분 안에 5발을 쏘는 방식이다. 급사는 총을 내린 상태로 7초를 기다렸다가 표적이 나타나면 3초 안에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본선 상위 8명이 개인전 결선에 오르고, 단체전은 국가별 선수 3명의 본선 점수를 더해 메달 색을 정한다.
27일 치러진 완사에서 한국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양지인이 292점(엑스텐 11개)으로 전체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쐈고, 오예진과 봉서린도 나란히 289점을 기록하며 각각 8위와 12위에 자리했다. 세 선수의 점수를 합친 870점은 중국(868점)보다 2점 많았다. 단체전 금메달은 물론 세 명 모두 개인전 결선에 오르는 그림도 충분히 가능한 흐름이었다.

3초 넘긴 21번째 발, 순위 17위로 추락
변수는 28일 오전 급사에서 나왔다. 양지인은 급사 21번째 발을 제한 시간 안에 쏘지 못했다. 방아쇠는 당겼지만 3초가 지난 뒤였고, 해당 발은 점수로 인정되지 않아 0점이 됐다.
양지인은 이 상황에 대해 "타임오버를 해서 한 발이 날아간 상황이었다. 3초 이후에 격발해서 점수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지인은 남은 발에서 집중력을 되찾으려 했지만, 한 발의 공백을 끝내 메우지 못했다. 급사에서 283점에 머문 그는 본선 합계 575점(엑스텐 27개)으로 17위까지 밀려나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파리 올림픽 10m 공기권총 금메달리스트 오예진도 579점으로 10위에 그쳐 결선행 티켓을 놓쳤다. 오예진은 앞서 치른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서도 12위로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맏언니 봉서린이 지킨 은메달…4개 대회 연속 입상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구해낸 건 맏언니 봉서린이었다. 급사에서 292점을 쏴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보탰고, 본선 합계 581점으로 팀 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완사 12위였던 개인 순위도 7위까지 끌어올려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했다. 양지인의 한 발 공백을 봉서린이 급사에서 메우면서, 한국은 대만을 1점 차로 제치고 은메달을 지켜냈다.
이번 은메달로 한국은 이 종목 단체전에서 4개 대회 연속 메달을 이어갔다. 한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 동메달, 2014년 인천 대회 금메달, 2022년 항저우 대회 동메달을 따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이 종목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봉서린은 같은 날 오후 결선에서 한국 선수 최초의 이 종목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20발 중 11발을 명중시키는 데 그쳐 가장 먼저 탈락하며 8위로 마쳤다. 결선에서는 본선 점수가 반영되지 않고, 5발씩 쏠 때마다 누적 명중 수가 가장 적은 선수가 차례로 떨어진다. 금메달은 중국의 샤오자루이쉬안이 인도의 에샤 싱과 슛오프 끝에 차지했고, 북한의 김현숙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의 이 종목 개인전 역대 최고 성적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부순희가 딴 은메달로 남게 됐다.

"셋이 훈련한 게 생각나"…눈물 속 서로 건넨 고마움
마지막 시리즈를 마친 양지인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그는 "같이 준비한 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양지인은 "내 실수에도 (봉)서린 언니와 (오)예진이가 잘 이끌어준 덕에 은메달을 땄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준비한 게 아까워 울었다. 셋이 열심히 훈련한 게 생각나 계속 눈물이 난다"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오예진도 "오늘(28일) 내 실수도 많았다. 나의 부족한 점을 언니들이 메워줬다"며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목에 건 봉서린은 동생들을 다독였다. 그는 "내가 동생들을 믿는 만큼 동생들도 나를 믿어줬다. (양)지인이와 예진이에게 '고맙다. 잘했어'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 선수로서의 소감도 전했다. 봉서린은 "우리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었다. '노 메달'로 돌아가지 않아 다행이다(웃음). 나중에 커서도 자랑스러운 엄마로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